"고객이 우리 스마트폰을 이용해 영화 티켓을 구매했다고 가정합시다. 극장 계단을 올라가는 순간 스마트폰은 티켓을 스스로 화면에 띄웁니다. 클라우드서비스와 파트너십을 맺은 다른 회사들이 제공하는 정보를 취합해 스마트폰에 내장된 프로그램이 스스로 '영화를 보러 가고 있구나'를 알아채는거죠."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만난 중국 전자업체 화웨이 관계자는 자사가 만든 스마트폰 '오너 매직(Honor Magic)'의 특징을 설명해달라고 부탁하자 이렇게 대답했다. 그는 "앞으로 화웨이의 스마트폰은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개발될 것"이라며 "인공지능 플랫폼 개발이 우리의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세계 전자 시장의 중심이 빠르게 중국 기업들로 옮겨가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세계 최대 가전쇼인 'CES 2017'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올해 CES에 참가한 중국 기업의 수는 지난해보다 20%가까이 늘어난 1300여개에 달한다. 이 숫자는 CES 참가 기업의 3분의 1에 달하는 숫자다. 레노보, DJI 등은 이미 CES에서 중심으로 자리잡았고 샤오미와 바이두도 올해 CES 무대에 데뷔했다.
단순히 숫자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내용도 충실해졌다. 중국 기업들은 AI 기술에 있어선 이미 한국의 삼성전자·LG전자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상품성에 얽메이지 않고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제품에 적용하는 중국 기업들의 과감성은 한국 기업들이 쫓아가기 힘들다는 평가다.
전기차·자율주행차 분야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뒀다. 지난 3일 중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기업 '패러데이 퓨처'는 첫 상용 전기차 FF91의 출시 행사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었다. 전세계 전기차 업체중 미국 테슬라를 위협할만한 회사로 첫 손에 꼽히는 기업이다. 현장에서 행사를 지켜본 정구민 국민대 교수는 "가격이 대당 2억원에 달하지만 엄청난 성능의 슈퍼카를 만들어내는 중국의 기술력에 놀랐다"며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과정에서 중국 기업들이 새로운 공식을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 최대의 검색 포털 바이두는 중국 자동차 회사들과 함께 개발한 자율주행차를 선보였다. 미국 인공지능(AI)기업 엔비디아와도 손잡고 자율주행 시스템을 개발중이다.
한국 기업들이 투자를 막 시작한 드론 분야는 이미 중국 기업 DJI가 장악한 상황이다. 올해 CES에서도 드론 분야에서만큼은 DJI가 얼마나 혁신적인 신제품을 내놓느냐에 관심이 쏠렸을 정도다. DJI는 올해 CES 현장에서 세계적인 스토리지 업체인 씨게이트와 함께 공동으로 드론 영상 저장·관리 솔루션을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선전에 본사를 둔 중국 로봇 업체 치한(Qihan)은 집에서 집사 역할을 하는 '산봇'을 선보여 눈길을 끌기도 했다.
중국 기업의 달라진 위상은 'CES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키노트 스피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올해 키노트 스피커 중 한명은 화웨이의 소비자가전 부문 리처드 유 대표다. 중국 기업 CEO가 CES에서 키노트 스피치를 한 것은
CES를 주관하는 전미소비자기술협회(CTA) 게리 사피로 대표는 "예전과 달리 중국 기업들은 드론, 스마트폰, 위챗과 같은 서비스 등 혁신적인 기술 분야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라스베이거스 = 이승훈 특파원 / 서울 = 김동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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