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보복을 장기화할 경우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최대 1%포인트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8일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중국의 한국에 대한 관광 금지 조치가 올 한해 이어지면 경제성장률이 0.5% 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 한명이 한국에 방문에 평균 지출한 금액이 지난해 기준 2080달러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총 손실액은 73억달러(약 8조3621억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는 올해 예상되는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5% 포인트 낮출 수 있다고 크레디트스위스는 밝혔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올해 한국 성장률을 2.5%로 예상했던 바 있다. 크리스티앙 툰토노 크레디트스위스 이코노미스트는 "사드 문제가 단시간에 해결되지 않으면 중국에 크게 의존하는 분야는 앞으로 커다란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NH투자증권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 사드 보복이 길어지면 올해 한국 성장률이 0.25%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재와 관광업에서 피해가 불가피하다"며 "한국의 대중국 소비재 수출이 20% 급감하고, 동시에 중국의 방한 관광객이 20% 감소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한국 GDP는 0.25%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중국의 반한 감정이 쉽게 수그러들 기미가 없으면서 앞으로 최악의 시나리오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2010~2012년 중국과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을 벌이면서 수출 기업 위주로 직격탄을 맞았던 전례가 있다. 실제로 2012년까지 중국의 수입국 1위는 일본이었지만 2013년 2위로 내려앉고 2015년에 이르러서는 4위까지 하락했다.
장우애 IBK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8일 '중국내 반한감정 확산과 영향' 보고서에서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상품 수출 5%, 관광객 20%, 콘텐츠산업 부가가치 10%가 감소할 경우(시나리오 1)와 상품수출 10%, 관광객 30%, 콘텐츠산업 부가가치는 20% 감소할 경우(시나리오 2)를 가정했다. 시나리오 1에 따라 한국이 올해 볼 수 있는 경제적 손실은 76억9000만 달러로 성장률을 0.59%포인트 떨어뜨릴 것으로 추정됐다. 최악의 상황인 시나리오 2에 따르면 경제 손실은 147억6000만 달러로 늘어나고 GDP 성장률은 1.07%포인트까지 하락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장 연구위원은 "중국이 2012년 센카쿠 열도 국유화 이후 일본에 취한 비관세조치는 급증했다"면서 "중국은 아직까지 한국에 비관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으나 관계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 단계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관광·콘텐츠를 넘어 무역, 투자에 대한 직접 제재가 이뤄질 경우 문제가 심각할 수 있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일부 산업을 넘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중국에 대한 수출의존도는 25%를 넘는다. 특히 액정디바이스(77%), 반도체(40.2%)를 비롯한 중간재 수출의존도는 더욱 높아 중국이 진입장벽을 쌓을 경우 직접 타격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내 인프라스트럭처 등에 대한 한국의 직접투자도 제약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한국의 해외직접투자(FDI)는 지난해 기준 33억 달러로 전체 투자의 9.4% 수준이다. 한재진 현대연 연구위원은 "향후 중국 정부가 현지 진출 한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늘릴 경우 투자 위축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장 중국이 관광·소비재를 넘어 중간재 산업에 대한 직접 규제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일단은 중국내 생산·수출에 영향이 없는 분야에 집중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김현종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중국에 대한 중간재 공급을 중단하면 중국 스스로도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되고 공급망을 바꿔야하는 만큼 쉽게 카드를 꺼내지 않을 것"이라며 "관광이나 화장품 등 소비재는 타격을 주기도 쉬운 만큼, 나중에 원상회복도 쉬워 보복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중간재는 한국민의 여론에 직접 영향을 주기 어려운 만큼, 가시적 효과가 큰 소비재와 관광을 타깃으로 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사드 배치 이후가 되면 중국 정부가 보다 넓은 범위의 제재안을 들고 나올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왕휘 아주대 교수는 "사드가 한국에 배치되면 중국 정부는 보다 포괄적인 제재 수단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때가 되면 한류 연관 분야를 넘어 전 산업으
반면 정 연구위원은 "한국이 확실한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니까 중국이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강하게 나오는 것"이라며 "오히려 사드 배치를 조기에 끝낸 이후가 되면 중국 입장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정홍 기자 / 김규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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