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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성 크리비젼 대표가 삼양바이오팜과 공동으로 개발한 `장기 수술용 수동 봉합기`를 소개하고 있다. <이영욱 기자> |
"중소기업이 의료기기 대기업인 삼양바이오팜에게 특허를 인정 받아 계약 한다는 건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이런 계약이 가능했던건 크리비젼이 특허를 보유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죠. 삼양바이오팜에서도 이를 높이 평가해 바로 계약이 이뤄진 것입니다."
김진성 크리비젼 대표는 삼양바이오팜과의 계약서를 보여주며 이렇게 설명했다. 자동차 설계 분야로 사업을 시작한 중소기업 크리비젼은 소형 카메라를 이용한 운전자 편의장치를 주로 만들어왔다. 자동차에는 후방을 살필 수 있도록 좌우에 사이드미러가 설치돼있다. 올해부터 사이드미러 대신 카메라를 달고 달릴 수 있는 내용의 법안이 시행된다. 크리비젼은 이 카메라를 개발한 기업으로 국내 자동차 대기업들과도 협업하고 있다. 크리비젼은 최근 의료기기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김 대표는 "매출 변동이 큰 자동차 부품사업에만 의존할 수 없어 의료기기 설계·제작을 시도했다"며 "자동차 부품을 만들며 쌓은 설계 노하우를 바탕으로 의료기기 분야에 과감히 도전한 것"이라고 밝혔다. 크리비젼은 의료기기 중에서도 '복강 수술용 수동 봉합기'에 주목했다. 위나 장 등 신체 장기를 수술할 경우 봉합을 제대로 해줘야 빠른 회복이 가능하다. 몸 속에서 녹아 없어지는 생분해성 실(생분해 봉합사)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기존 봉합기들은 티타늄으로 된 클립을 사용했다. 마치 스테이플러로 찍듯 티타늄으로 된 핀을 꽂아 수술을 위해 절개한 부분을 봉합하는 방식이다.
봉합기의 설계는 자신있었지만 크리비젼엔 문제가 하나 있었다. 봉합기에 사용할 실을 구할 수 없었던 것. 크리비젼은 봉합사를 공급해 줄 기업을 물색하다 삼양바이오팜을 알게 됐다. 김 대표는 "봉합사를 만들 수 있는 업체는 전세계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며 "우리가 만든 시제품을 들고 삼양바이오팜을 찾아가 봉합사를 공급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삼양바이오팜에선 처음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김 대표는" 우리가 설계한 장비의 특허를 제시했더니 긍정적인 답변을 얻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크리비젼의 기술력을 높게 평가한 삼양바이오팜은 크리비젼과 계약을 체결했다.
김 대표는 "봉합사에 대한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삼양바이오팜과 봉합기 특허를 가진 크리비젼이 손잡고 제품을 만들게 된 것"이라며 "크리비젼이 삼양바이오팜에 위탁생산을 맡기는 계약으로 국내시장은 크리비젼이 제품을 공급하고 해외시장은 전 세계 100여 개국에 유통망을 가진 삼양바이오팜과 나누어서 판매한다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봉합기의 알루미늄, 플라스틱 부분을 크리비젼에서 만들면 삼양바이오팜에서 실을 넣고 멸균·포장해 제품을 완성한다.
삼양바이오팜과 크리비젼이 공동 개발한 '흡수성 봉합사 의료용 봉합기(알파루프 PGLA, 알파루프 PDO)'는 복강용 수술에 사용하는 제품으로 경희대병원, 인하대병원 등 국내 대형병원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잠자리채 같은 모양으로 가늘고 긴 알루미늄 심 속에 생분해성 봉합사가 들어있고 끝부분엔 올가미처럼 매듭이 만들어져 있다. 복강경 수술시 봉합기를 몸 속에 집어넣고 상처 부위에 올가미를 가져다 댄 뒤 반대편 끝을 잡아당기면 루프(고리)가 조여지며 벌어진 절개 부위가 묶인다.
티타늄 클립과 달리 생분해성 봉합사를 사용해 몸 속에서 실이 녹아 없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크리비젼은 삼양바이오팜으로부터 봉합사를 공급받아 경쟁사 대비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동일한 품질의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 크리비젼은 최근 고철웅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의공시스템기술그룹 수석연구원 연구팀과 공동으로 자동봉합기 개발을 시작했다. 재봉틀처럼 장기의 절개 부위를 쉽고 편하게 봉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자동봉합기에도 삼양바이오팜의 봉합사가 쓰일 예정이다.
김 대표는 "크리비젼이 보유한 기술 덕에 의료기기 대기업인 삼양바이오팜과 계약이 가능했다.” 며 "중요한 것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공동으로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나선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양바이오팜은 봉합사에 부가가치를 더한 봉합기를 만들 수 있고 크리비젼은 의료기기라는 새로운 분야에서 시장을 개척할 수 있게 됐는데 이런게 상생 협력관계 아니겠나"라고 웃으며 말했다.
해외수출은 삼양바이오팜과 크리비젼이 협의하에 진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당국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데 이어 올해 베트남
[안산 =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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