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은 없지만 롯데에 대한 중국 측 보복의 발단이 된 것은 바로 롯데의 사드(THAAD) 부지 제공이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한 것은 롯데가 가부를 선택할 수 없는 사안이었다고 설명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최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정부가 우리 같은 민간 기업에 땅을 포기하라고 요구한다면, 나는 정부에 반대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사드 배치의 필요성은 2014년부터 거론되기 시작했으며 4차 핵심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수위 높은 도발이 계속되자 국방부는 지난해 3월 사드 배치를 공식화하고 미국과 협의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그후 4개월 뒤인 7월에 국방부는 성주 성산포대를 사드 부지로 발표했다. 하지만 성주 주민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어났다. 주민들과 사전 협의가 없었던데다 사드에서 나오는 전파가 건강이나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당시 성주를 찾은 황교안 국무총리가 6시간 동안 차량 안에 고립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결국 정부는 제3 지역으로의 이전을 검토했다. 금수면 염속산, 수륜면 까치산, 초전면 롯데 성주골프장 등 성산포대 인근의 후보지 3곳에 대해 정부는 2개월간 조사를 벌였다. 결론은 성주골프장이었다. 진입로, 전기 등 기반시설이 갖춰져있으며 해발고도가 높아 전자파 유해성 논란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성산포대 대체 부지로 최종 확정된 것이다. 이 과정까지 롯데가 개입할 수 있는 공간은 전혀 없었다. 롯데는 지난해 9월 정부로부터 성주골프장이 사드 배치 최종 후보지라는 내용을 문서를 통해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다.
롯데는 난처한 입장이 됐다. 외교문제와 연관된데다 중국이 한국 사드배치에 반대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어 중국사업에 큰 피해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성주골프장을 소유하고 있는 롯데상사는 정부의 통보를 이사회에 보고한 후 신중한 자세로 국방부와 협의를 시작했다. 당시 롯데그룹은 전 임직원에게 사드 관련 함구령을 내릴 만큼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롯데상사는 고민 끝에 토지보상법에 따라 정부가 토지를 수용하고 현금으로 보상하는 방안을 정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국유재산법'에 근거한 토지 교환방식을 일관되게 주장했다. 현금매입의 경우 필요한 국회 동의를 피해가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왔다. 갈수록 국방부의 요구가 거세지면서 결국 토지 교환을 위해 양측 부지 감정평가를 시작했다. 이후에도 롯데 측은 올해 초 올해 초 롯데상사 이사회를 두차례나 연기하는 등 극도로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하지만 국가안보를 위한 문제인만큼 기업이 양보할 수 밖에 없다는 판단 아래 지난 2월 28일 정부와 사드 부지 교환 계약을 체결했다.
[손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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