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송주호 두색하늘 대표가 시제품 앞에서 우산을 선보이고 있다. [송민근 기자] |
중국의 저가 공세로 국내 우산업체가 거의 사라진 가운데, 28년째 명품 우산을 만들며 우산업의 명맥을 이어나가는 곳이 있다. 경기도 가평 목동산업단지에 위치한 두색하늘(대표 송주호)이 그 주인공이다.
두색하늘은 우산 살대 제작부터 원단 봉제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진행하는 국내 유일의 우산 제조사다. 약 100여개의 공정 전체를 직접 진행하기 때문에 다른 업체보다 훨씬 좋은 질의 우산을 생산할 수 있다.
두색하늘은 자동차·금융·패션업계 등에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주로 VIP 고객 증정용 판촉물을 생산한다. 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롤스로이스, 닛산, 렉서스 등 수입차 업체들과 LG패션, FnC코오롱, 제일모직 등 국내 패션 업체들이 주 고객이다. 국민은행, 씨티은행, 삼성증권, 동양생명 등 금융사에도 납품했다. 송주호 대표는 "벤츠에 납품해온 기간이 올해로 18년째"라며, "처음에는 우리 상표를 전혀 표시하지 못했지만, 품질로 인정받아 지금까지 계속 공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두색하늘의 우산은 손잡이부터 끄트머리까지 특허 기술이 사용됐다. 우산 살대부터 다른 업체와 차별화했다. 유리섬유강화플라스틱(FRP) 재질로 만들어진 살대는 철보다 강하고 알루미늄보다 가벼우며, 녹슬지 않는다. 1m에 이르는 우산이라도 FRP 살대 덕분에 무게는 500g에 불과하다. 전기가 통하지 않는 소재기 때문에 낙뢰 피해도 줄여준다.
우산에 씌우는 옷감도 직접 처리한다. 봉제부를 공장 내에 갖춰 직원들이 직접 '듀스포'라는 원단을 우산과 결합한다. 듀스포는 방수·방풍이 뛰어나 바람막이에 사용하는 의류용 원단이다. 듀스포에 특수 코팅 처리를 거쳐 빗물이 새지 않게 만들었고, 자외선 차단율도 99% 이상으로 했다. 송주호 대표는 "중국산 저가 우산은 우산을 펼쳤을 때 햇볕이 새는 게 보이지만 우리 우산은 빛이 거의 통과되지 않는다"며 "빗물이나 햇볕이 새지 않도록 섬세하게 가공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두색하늘은 자동·수동우산, 슬립, 통풍, 접이 우산 등 국내에서 유통되는 모든 형태의 우산을 생산할 수 있다. 그러나 두색하늘이 자랑하는 우산은 슬립 우산(장우산)이다. 가벼운 FRP 소재 살대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 또 손잡이 부근에 버튼이나 걸쇠가 없어 독특하다. 버튼을 만들면 연결부위의 철사 때문에 잔고장이 늘고 쉽게 녹이 슨다. 버튼을 만드는 과정에서 공정도 길어지기 때문에, 소비자 편의성을 키우고 생산비를 줄이고자 버튼이 없는 장우산을 만들었다.
'두색하늘'이라는 이름은 맑은 날과 흐린 날에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우산(양산)을 형상화했다. 두색하늘도 흐린 하늘을 지나던 시기가 있었다. 우산 개발이 한창이던 외환위기 전후, 중국에서 저가 우산이 들어왔고 대구에 모여있던 600여곳에 이르는 우산업체들이 문을 닫았다. 이 과정에서도 우산 제작에 집중한 송주호 대표를 주변 사람들은 '미쳤다'며 만류했다. 그럼에도 송 대표는 제조용 금형을 만드는 등 연구를 계속했다. 송 대표는 "처음에는 갈대 부러지듯 툭툭 부러지던 우산 살대가 지금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우산이 됐다"며 자부심을 보였다.
"미스터 송 잠깐만 있어 봐요. 내가 직접 보여줄게요." 우산 얘기만 나오면 송주호 대표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28년이나 우산에 매진한, 영락없는 우산장이였다. 그는 "이탈리아 명품 수백만원짜리 우산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그들은 전통을 담고 있지만 너무 낡은 방식으로 우산을 만든다. 우리 우산이 훨씬 가볍고 뛰어나다"고 말했다.
두색하늘은
[송민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