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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10만명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이 대표의 창업에 대한 생각은 확고했다. 창업은 무조건 내가 하고 싶은 일, 재밌게 할 수 있는 일을 해야한다는 것.
"대다수의 사람들은 일을 하며 하루를 보냅니다. 창업은 결코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업무가 단순해도 그 속에서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일이어야 하죠. 그래야 혹시 (창업이) 성공하지 못해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동안 행복할 수 있는 거에요."
이 대표가 창업한 1994년만 해도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수도 적고 용품에 대한 관심은 더욱 적었던 때다. 대학 졸업 후 2년여간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하지만 즐겁지 않다는 이유에서 창업에 뛰어들었다.
"일을 하면서 보람과 재미를 느낄 수 없을까 고민한 끝에 유학시절부터 함께 한 강아지, 고양이, 토끼 등 반려동물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이른바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던 그가 회사를 관둔다는 얘기에 주변 사람들의 반대는 거셌다. 반대가 클수록 포기하기는 더욱 어려웠다.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해 내가 왜 창업을 하려고 하는지, 또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것인가 등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직접했고, 마침내 부모님은 그의 선택을 믿고 존중해줬다.
야심차게 창업에 도전했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한달 내내 쉬지 않고 일을 해도 그가 손에 쥐는 돈은 40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다보니 다들 가격을 낮춰 판매하는 데에만 혈안이 된 거죠. 제살 깎아먹기식 영업에 결국 남는게 없더라고요."
주위에선 우려의 시선이 쏟아졌다. "일본 유학까지 다녀와 한다는 일이 고작 동물 쇼핑몰이냐", "일본어 강사라도 해보지 않겠느냐" 등등 이 대표를 설득했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달랐다.
"직장은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지만, 창업은 지금이 아니면 도전할 수 없다는 생각에 끝까지 버티기로 했어요."
그런 각오로 하루하루 지내던 그에게 반가운 변화가 생겼다. 이 대표 전문인 고양이 용품에 대한 문의가 조금씩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는 일본 유학시절 고양이를 애지중지 직접 키웠다. 그러한 경험과 지식을 살려 소비자들의 궁금증 해소에 일일이 응대를 했고 그 결과 쇼핑몰 방문자와 주문량이 크게 늘었다.
"그러한 어려운 시절을 함께 한 고객들 중 기억에 남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그 중에서도 한 분을 뽑으라면, 고양이 30마리 키우던 고객이 제일 남아요."
해당 고객은 매달 모래와 사료 등 총 6박스를 주문했다. 그러나 한번에 배달 되지 않고 하루에 1개씩만 배달이 되고 있다며 크게 화를 냈다. 택배영업소에 알아보니 담당 택배기사가 1개당 25kg인 박스를 건물 5층까지 걸어서 한번에 옮기는 것이 힘들어 나눠 배송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 대표는 그 소식을 듣자마자 직접 사료 배달에 나섰다. 불같이 화를 내던 고객 역시 사연을 듣고 감사의 인사를 몇번이고 했다.
동물사랑 APS를 오픈한 이후 약 3년간 이 대표는 식사시간과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선 모든 시간을 쇼핑몰 운영에 투자했다.
3평 남짓한 사무실에서 창업한 그는 매년 4배 이상 고성장세를 보여주며 빠르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다.
물론 매너리즘에 빠졌던 시기도 있다. "내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일하는가?"란 의문이 생기기 시작할 무렵, 주변을 살펴봤다.
직원들 모두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의 일에만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무엇인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잠시 하던 일을 멈추게 했죠. 함께 하는 구성원들이 모두 재밌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구성원의 행복을 추구하고 동물을 사랑하며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자'란 사명이 나온 배경이다. 사명대로 그는 직원들의 행복을 위해 2년전 사옥을 새로 지었다.
쇼핑몰 운영의 효율성을 위해 NHN고도 쇼핑몰 솔루션을 도입했으며, 육아휴직,탄력근무제 이용 등을 적극 독려했다. 그 결과 2015년도에는 인천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동물보호 활동 역시 게을리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업이 번창할수록 더욱 챙겼다. 대표적으로 매월 캣맘·캣대디 3명에게 사료와 간식 등을 무료로 보내고 있는 일이다.
또 마이너스 경매에서 모급된 적립금은 유기견 보호소에 기부를 따로 하고 있다. 동물은 '내 가족'에란 이유에서다.
"고양이, 강아지는 물론이고 동물을 우리의 가족으로
창업에는 결코 지름길이 없다는 이 대표는 "지금 당장 매출이 오르지 않는다고 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시도하다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올 것"이라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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