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나비의 날개, 주위 환경에 따라 피부색을 바꾸는 카멜레온 등의 화려한 색을 손쉽게 모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임근배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와 같은 학과 김건휘 연구원, 안태창 안동대 교수 등 공동연구진은 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 1m) 크기의 구조에 색을 입히고 이를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나비의 색깔이나 방향에 따라 찬란하게 다른 빛을 발하는 보석, 곤충들의 화려한 색깔 등 자연이 주는 색은 단순히 색소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이는 nm 크기의 아주 작은 단위 입자에서 나타나는 '구조색'에 의해 나타난다. 구조색이란 단순히 색소가 갖고 있는 색이 아니라 빛의 회절이나 간섭과 같은 현상으로 발현되는 빛을 이야기한다. 기존에도 이를 모방하려는 연구는 있었지만 한번 만들면 수정이 어렵고 한개의 기판에 여러 색을 함께 표현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연구진은 산화아연 나노구조를 기판 위에 증착시키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증착이란 금속을 고온으로 가열시킨 뒤, 증기상태로 만들어 금속에 얇게 도포하는 공정이다. 임근배 교수는 "미온의 물에 산화아연을 시간에 따라 합성하면서 색을 조절하는 원리를 사용했다"며 "공정이 끝난 뒤에도 합성이 가능하기 때문에 나노구조 크기 조절이 가능하며 낮은 비용으로 다양한 색을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 공정이 반도체 제작 공정 중 하나인 '리소그래피'와 호환가능한 만큼 상용화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 안태창 교수는 "구조색을 저비용으로 쉽게 제작할 수 있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ACS 응용 재료와 표면' 지난달 22일자에 게재됐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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