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주식을 시작했어요. 막상 장에 들어와보니 어떤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류승완씨(29·남)는 최근 주식을 시작했다. 지난주 5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코스피. 여러 애널리스트들의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인지 주식거래활동계좌수도 최근들어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류 씨처럼 주식을 처음 하는 사람들에게 물리학과 경제학자가 좋은 '팁'을 제시했다. 뻔한 얘기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30년간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물이다. 결론은, '팔랑귀'가 되지 말것. 그리고 가능한 많은 정보를 갖고 있을 것이다.
최무영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와 김찬수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계산과학연구센터 연구원, 북경대 연구진은 1984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 애널리스트의 '주당순이익(EPS)' 예측자료를 분석했다. 미국 '기관중개인 견적시스템(IBES)'에 등록된 3900~5000명의 애널리스트가 S&P500에 포함된 기업을 대상으로 매일 EPS를 예측한 자료다. 분석에 사용한 데이터 크기만 약 수 TB(테라바이트·1TB는 1024GB)에 달했다.
연구진은 애널리스트의 EPS 예측치와 실제값과의 차이를 하나의 '입자 크기'로 가정했다. 그 뒤 통계물리와 수리경제학 관점으로 입자의 크기가 변해가는 과정을 해석했다. 분석 과정은 이렇다. 만약 A라는 애널리스트가 2010년 1월에 B기업의 해당년도 EPS를 5%로 예측했는데, 실제 EPS가 2%를 기록했다면 3%의 차이가 난다. 이 3%를 주가로 나눈 값이 입자의 크기이다. 김찬수 연구원은 "한 공간에 있는 입자들은 크기가 커지거나 줄어들면서 복잡성을 보인다"며 "30년 간 애널리스트들의 예측과 실제 EPS값의 차이를 가지고 만든 입자 크기가 어떻게 변하지를 분석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각 애널리스트가 발표하는 '입자 크기(EPS 예측치와 실제값의 차이)'를 모두 분석해 그래프로 나타낸 뒤, 하위(결과치가 적은 그룹) 95%와 상위 5%로 다시 나눴다. 상위 5%는 입자크기가 큰 애널리스트를 의미한다. 즉 배짱을 가지고 EPS를 상당히 크게 예측한 만큼 가장 많은 손해 역시 이 그룹에서 나온다. 이 그룹에 '로그'를 취해 그래프로 만들자 직선이 만들어졌다. 직선이 의미하는 것은 간단하다. 김찬수 연구원은 "수학적으로 기울기가 같다는 것은 이 그룹에서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복잡계·군집현상이 나타남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경제학적으로 해석하면 "목소리 큰 사람의 의견에 동조하는 현상"이 꼬리를 물고 나타나는 것이다. 김찬수 연구원은 "상위의 그룹일수록 쏠림현상이 심해졌는데 이같은 현상은 정보에 대한 접근이 부족할 때, 애널리스트 간 상호작용이 부족할 때도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00년, 미국이 '공정공시규정(Regulation FD)'을 발효한 뒤 쏠림현상은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공시규정이란 특정 투자자에게 애널리스트들의 EPS 예측치, 회사의 미공개 정보와 같은 자료를 알리지 않고 대중에게 공시해 배포될 수 있도록 하는 규제를 말한다. 2000년 이전에는 특정 정보를 아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주식투자가 이뤄지는 쏠림현상이 많았다면, 2000년 이후에는 많은 정보가 대중에게 공개되면서 이같은 패턴이 줄어든 것이다.
또한 매해 연말에 가까워질수록 애널리스트의 쏠림현상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널리스트들이 연말이 되면 주변 정보에 귀를 조금 더 기울이며 EPS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여 예측하기 때문이다. 연말일수록 극단적으로 EPS예측치를 높게 잡았던 그룹은 조금씩 사라졌다. 김찬수 연구원은 "목소리가 큰 한 개인의 말만 듣고 주식을 사고 팔거나, 누가 EPS가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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