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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기아차] |
돈이 많아 차를 여러 대 살 수 있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겠지만, 집 다음으로 비싸다는 차를 사면서 '다용도'를 고민하지 않을 수는 없다.
가족이 있다면 스포츠카는 그림의 떡이 된다. 스포츠카가 남성의 로망이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자동차브랜드들이 이를 놓칠 리 없다. 그래서 등장한 게 그란 투리스모라 부르는 GT다. 그란 투리스모(Gran Turismo)는 이태리어다. 영어로는 그랜드 투어러(Grand Toure)다. 장거리를 달리는 고성능 자동차라는 뜻이다. 달리는 재미와 함께 편안함도 제공하는 여행용 자동차이자 스포츠카와 패밀리세단의 앙상블이다.
GT는 그동안 BMW, 마세라티 등 프리미엄 수입차 브랜드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꿩 대신 닭"이라고 국산차 브랜드에서는 GT 대신 스포츠 세단이 그 역할을 대신했다.
그러나 이제 국산차 브랜드도 GT를 보유하게 됐다. 기아 스팅어(Stinger)다. 차명은 공격적이다. 찌르는 것, 쏘는 것, 침, 스팅어 미사일 등의 의미를 지녔기 때문이다. 수입차가 장악한 GT 분야에서 '낭중지추'(주머니 속 송곳)가 되고 싶은 기아차의 바람도 들어있다.
기아차는 스팅어가 멋, 펀(Fun), 편(便)을 모두 추구한 프리미엄 퍼포먼스 세단이라고 자랑한다.
◆멋진 놈
스팅어는 멋지다.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인 피터 슈라이어 디자인담당 사장의 역작답다.
기아차가 2011년 공개한 콘셉트카 GT컨셉트를 계승했다.
전장x전폭x전고는 4830x1870x1400mm이고 휠베이스는 2905mm다. 낮은 전고, 넓은 폭, 긴 휠베이스로 스포티하면서도 볼륨감 넘치는 스포츠 감성을 살렸다.
전고후저 쿠페형 디자인은 옆에서 봐야 제 맛이다. 날렵하면서도 역동적이다. 전면부에는 기아차의 상징인 호랑이코 형상 그릴이 중앙에 크게 자리 잡았다.
매의 부리와 눈을 닮은 풀 LED 헤드램프는 매섭다. 전면 범퍼 중앙과 가장자리에는 고성능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듯 대형 에어 인테이크가 들어섰다. 좌우 리어램프는 완만한 곡선으로 연결됐다.
아치형 테일 게이트 좌우로 연결된 리어램프는 간결하면서도 균형감이 넘친다. 듀얼 트윈 머플러는 고성능 이미지에 한 몫했다.
인테리어도 다이내믹 드라이빙 감성에 어울리게 디자인했다. 항공기의 한쪽 날개를 형상화해 직선으로 길게 뻗은 크래시 패드, 시인성을 높인 플로팅(Floating) 타입 디스플레이, 항공기 엔진을 닮은 스포크 타입의 원형 에어벤트는 고급스러우면서도 미래지향적이다.
고급스러운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내부 인테리어 곳곳에 반광 크롬 재질을 적용하고 손바느질 느낌의 스티치를 채택했다.
◆펀한 놈
주행 성능은 BMW에서 고성능 브랜드 M을 담당했던 알버트 비어만 시험·고성능차 담당 부사장이 총괄했다.
터보 엔진, 2세대 후륜 8단 자동변속기 등 완성도 높은 파워트레인 설계로 동력성능을 향상했다.
엔진 라인업은 3.3 터보 가솔린, 2.0 터보 가솔린, 2.2 디젤 등 세 가지로 구성됐다. 3.3 트윈 터보 가솔린 모델(4460만~4880만원)은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kg.m의 힘을 발산한다. 연비는 8.4~8.4km/ℓ다.
가솔린 2.0 터보 가솔린 모델(3500만~3780만원)은 최고출력이 255마력, 최대토크가 36kg.m이다. 연비는 9.4~10.4km/ℓ다. 2.2 디젤 모델(3720만~4030만원)은 최고출력이 202마력, 최대토크가 45kg.m, 연비가 13~14.8km/ℓ다.
시승차는 3.3 터보 가솔린 모델. 운전석에 앉으니 스포티한 버킷 스타일 시트가 몸을 안정적으로 붙잡아줬다. 최고급 나파 가죽은 감촉이 뛰어났다. 전자식 변속레버는 높이가 낮고 손에 꽉 차면서 손바닥에 달라붙었다.
D컷 스티어링휠은 스포츠카 성향을 눈으로 보여줬다. 전동식 파워스티어링(R-MPDS) 방식을 채택, 저속에서는 가볍고 부드럽게 움직였다.
드라이빙 모드는 스포츠, 컴포트, 에코, 스마트, 커스텀 5가지다. 컴포트 모드를 선택한 뒤 시속 80km 이하로 달릴 때는 바닥에서 잡소리가 올라왔지만 신경을 거슬리지는 않을 수준이다.
하지만 스포츠 모드에서는 돌변한다. 고속도로에 들어선 뒤 달리는 맛을 맛보기 위해 스포츠 모드로 바꾸자 스티어링휠이 무거워졌다. 세밀하게 차체를 조향할 수 있게 지원하기 위해서다.
덩달아 차체도 몸도 팽팽하게 긴장됐다. 가속페달을 밟자 굉음을 내뱉으며 돌진했다. 눈·손·발의 지시사항에 차체가 충실히 따라 고속에서도 불안하지 않았다.
고성능 모델에 어울리는 제동 성능도 갖췄다. 브렘보 고성능 브레이크 시스템은 발힘의 강도에 맞춰 차체의 움직임을 세밀하게 조작했다. 급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차체는 순간 멈추지만 차체나 몸의 요동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편한 놈
전고후저 차체는 뒷좌석 탑승자에게는 불편하다. 헤드룸 공간이 좁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팅어는 패밀리카로 사용할 수 있도록 뒷좌석 헤드룸 확보에 공을 들였다. 세단 수준은 아니지만 뒷좌석에 성인 2명이 앉아도 불편하지는 않았다. 다만, 성인 3명이 타기에는 무리다.
탑승 인원에 따라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6:4 분할 폴딩 시트, 406ℓ의 트렁크 공간 등으로 적재공간도 넉넉한 편이다.
운전자의 체형에 따라 운전석 시트를 확장시킬 수 있는 운전석 전동식 익스텐션 시트를 적용해 주행 편의성도 향상했다.
GT 이름에 어울리게 승차감과 정숙성에도 공을 들였다. 컴포트 모드에서 승차감은 패밀리세단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편안했다. 고성능 모델을 한 시간 남짓 타면 차에서 내렸을 때 몸이 뻐근하지만 스팅어를 탄 뒤에는 뻐근함이나 피로도가 적었다.
소음·진동은 무난한 수준이다. 엔진룸에서 유입되는 소음을 이중 차단하기 위한 엔진룸 풀 격벽 구조 설계, 가속 투과음 최소화를 위한 차체 실링 구조 보강과 흡차음 사양 최적화, 고속 주행 때 실내로 유입되는 풍절음과 노면 소음을 줄여주는 부품 강성 최적화 등을 적용한 효과다.
도어 실링 성능 개선을 통해 외부에서 발생하는 소음 전달 경로를 차단하고 진동 저감형 토크 컨버터(엔진의 동력을 차로 전달하는 장치)를 적용해 차체에서 발생하는 진동도 억제했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SCC), 차로 이탈방지 보조(LKA) 등도 편안하고 안전한 드라이브에 한몫했다. 운전자는 스티어링휠이나 페달을 조작할 필요없이 차가 가는대로 몸을 맡기면 된다. 잠시 편안한 드라이빙을 즐기고 싶거나 구간 단속 구간에 진입했을 때 효과적이다
어라운드 뷰 모니터는 4대의 카메라를 통해 차량 주변 상황을 시각적으로 보여줘 주차할 때나 좁은 골목길을 빠져나갈 때 쓸모가 많다.스마트 키를 가진 채 뒤쪽으로 가면 트렁크가 자동으로 열리는 스마트 테일 게이트, 센터페시아 하단 트레이에 적용한 스마트폰 무선 충전시스템도 편한 사양이다.
[디지털뉴스국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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