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중인 원전 중단, 액화천연가스(LNG)·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 상향, 신재생 에너지 산업 육성 및 일자리 창출···'
원전을 과거 시대의 '적폐'로 간주한 문재인 정부가 현재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탈원전 정책은 대만 차이잉원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그대로 벤치마킹한 것과 다름 없다. 지난해 5월 출범한 진보 성향 차이잉원정부는 탈원전을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됐다. 출범 다음 달 탈원전 계획을 발표했고, 올해 1월에는 탈원전 내용을 담은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공정률이 98%에 달하는 제4원전 건설을 전격 중단했고, 원전 폐쇄에 따른 발전량 감소를 대체하기 위해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을 종전 4%대에서 2025년 2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재인정부 역시 출범 한 달도 안 돼 국내 최초 원전인 고리 1호기 영구 퇴역식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탈원전 계획을 발표했고, 현재 공정률이 30%에 달하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또는 재개를 결정할 공론조사를 진행 중이다. 대만과 마찬가지로 원전을 LNG와 신재생 에너지로 대체하고, 2030년까지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20%로 올린다는 계획을 밝혔다. 탈원전이 신재생 에너지 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 기회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이 정도면 '차이잉원 정부 정책을 베낀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판박이' 탈원전 정책이다.
하지만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두 나라 정부가 다른 입장을 취하는 것은 바로 전기요금 인상 여부다. 대만은 완공 직전이던 제4원전을 포기하면서 93억달러 부채를 떠안게 됐다. 이에 대해 대만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충당하겠다고 발표했다. 탈원전을 해도 전기요금 인상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한국 정부와 다른 점이다.
전기요금 인상 계획이 발표되면서 대만 국민 사이에서는 탈원전 반대 움직임이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달 대만 국립정책재단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2.6%가 탈원전을 위한 전기요금 인상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이때문에 준비되지 않은 탈원전 정책으로 최근 전력 위기에다 전기요금 인상까지 직면한 대만을 한국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원전으로 인해 전력 예비율이 '블랙아웃' 직전까지 추락한 데다 자연재해와 사고까지 겹치면서 수많은 공장이 가동을 멈추고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은 대만 사례를 불보듯 뻔히 보면서도 그대로 답습해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이모성 청주대 교수는 "정부와 여당이 탈원전 모범 국가로 꼽았던 대만에서 준비 안 된 탈원전으로 인한 폐해가 드러나고 있다"며 "대규모 전력 부족 사태를 빚은 대만을 반면교사로 삼아 안정적인 전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대만은 2025년까지 가동 중인 원전을 폐지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한국의 탈원전 정책은 가동 중인 원전을 폐지하는 게 아니라 향후 60년 간 서서히 진행된다는 점에 다르다"고 설명했다.
[고재만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