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올해 합법적 파업권을 확보하기 위해 노조원 투표에서 얻은 찬성률은 65.9%다. 노조원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파업에 돌입할 수 있는 독일에서라면 파업으로 이어지지 못했을 찬성률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매년 반복되는 관성적 파업을 막기 위해서는 노조 쪽에 지나치게 유리하게 돼 있는 법 규정과 절차를 개선해 노사간 힘의 균형을 확보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학회와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지난 16일 서울 인터컨티넨탈 서울코엑스에서 '자동차산업의 협력적 노사관계 구축 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자동차 업계 전문가들은 쟁의행위 절차에서 노사균형 확보 방안으로 대체근로 허용, 파업권 확보를 위한 찬성률 제고, 단체교섭 주기 연장, 찬반 투표 유효 기간 단축 등 4개 개선안을 제시했다.
권혁 부산대 교수는 "200여 년 전 방직 공장에서 파업이 허용됐던 것은 회사가 망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있었다"며 "지금은 기업이 어느 한 순간 존폐의 위기에 몰릴 만큼 급변하기 때문에 노동자와 사용자가 서로를 걱정해주는 관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동차 업계에서 노사간 균형을 확보하기 위한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대체근로 허용'이 꼽혔다. 김희성 강원대 교수는 "근로자의 파업권을 보장한다면 그에 대한 사용자의 대체인력 투입권도 보장돼야 한다"며 "대체인력 사용을 사업장 내의 인력으로만 국한하는 것은 사용자의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요소로 위헌적 소지가 높다"고 주장했다. 현재 한국 영국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자동차 생산국 가운데 대체근로를 금지하는 곳은 한국 뿐이다. 국내 자동차 회사가 노조의 무리한 요구까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노조가 파업권을 확보하기 위한 찬성률을 현행보다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파업에 돌입하기 위한 노조원 찬성률은 한국이 과반수, 미국이 3분의 2 이상, 독일이 75% 이상으로 규정돼 있다. 한국이 선진국들에 비해 낮은 편이다. 올해 완성차 업계 노조 파업 찬성률은 현대차가 65.9%, 기아차가 72.1%였다. 미국 수준의 찬성률만 적용해도 현대차 노조 파업은 막을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노사 간 임금과 단체교섭 주기를 자동차 생산 사이클에 따라 늘려줄 필요성도 제기됐다. 임금교섭 주기는 한국이 1년으로, 미국의 4년에 비해 너무 짧다. GM의 미국 경영진들이 한국GM 설립 후 "매년 임금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한 배경이다. 근로조건을 두고 이뤄지는 단체교섭 주기 역시 한국이 2년으로 미국 4년, 독일 3~10년, 일본 3년에 비해 짧다.
단 한번의 찬반 투표로 무한한 파업권을 부여하는 구조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에서는 한번 부여된 파업권이 교섭 타결 직전까지 유지된다. 반면 독일에서는 1회 찬반투표가 1회 쟁의행위에 국한된다. 미국은 90일 내 단체 협약 체결을 의무화하고 있다. 김희성 강원대 교수는 "노사간 신뢰구축을 위해 쟁의 절차를 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파업으로 노조가 얻은 것이 별로 없다는 경제적 분석도 공개됐다. 무리한 임금 인상 요구가 실제 임금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우광호 김앤장 법률사무소 박사가 나이스평가정보 데이터 등을 분석한 결과 국내에서 노조가 12.26%의 임금인상률을 요구했을 때 70.7일의 협상 기간을 거쳐 최종적으로 6.91%의 인상률로 타결됐다. 반면 노조가 9.73%를 요구한 경우 협상기간은 45.1일로 대폭 줄어들었고 최종 인상률은 5.92%였다. 우 박사는 "노조가 높은 수준의 요구를 하면 협상하는 데 걸리는 시간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일본 닛산은 협력적 노사 관계를 정립해 분쟁 비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임금·단체협상 교섭일수는 총 3일 뿐이었다.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액과 타결액 사이에서도 최대 1000엔의 차이 밖에 없었다.
김수욱 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서울대 교수)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자동차 10대 생산국에
[기획취재팀 = 이승훈 차장(팀장) / 우제윤 기자 /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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