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과 함께 찾아온 건조한 날씨는 피부를 예민하게 만든다. 특히 오톨 도톨하고 까끌까끌한 닭살, 하얗게 일어나는 뱀살, 가닥 가닥 갈라지는 튼살은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피부를 악화시키기도 한다.
닭살은 좁쌀만한 돌기가 피부 겉층에 여러 개씩 돋아난 것을 말한다. 주로 팔과 어깨, 허벅지를 중심으로 오톨도톨하게 난 형태다. 의학용어로 '모공각화증'이다. 말 그대로 모공(털구멍)에 각화(각질덩어리가 형성)가 일어나는 질환인 것. 하지만 피부가 털을 뽑은 닭의 껍질 모양 같다고 해서 흔히 '닭살'이라고 부른다. 특별한 가려움증이나 통증이 없기 때문에 심각한 질환은 아니다. 하지만 외모에 민감한 젊은 여성들에게 자주 나타나 미용상 문제가 된다. 특히 팔뚝, 어깨 주변에 꺼끌꺼끌하게 난 닭살은 반소매 착용을 어렵게 한다. 허벅지나 종아리에 생긴 닭살도 미니스커트나 핫팬츠 입는 것을 방해한다. 문제는 긴 소매로 가린다고 해서 닭살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 오히려 건조한 환경이 닭살을 더욱 심하게 만든다. 이러한 닭살은 유전적 요인에 의해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닭살은 꾸준히 관리하면 어느 정도 증상을 다스릴 수 있다. 먼저 지나치게 잦은 샤워는 피한다.
초이스피부과 최광호 대표원장은 "하루에 1번 이상의 샤워는 피부를 건조하게 한다"면서 "부득이하게 매일 샤워를 해야 하는 경우라면 비누칠 횟수를 줄이고 더불어 최대한 짧은 시간 안에 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미 닭살이 생겼다면 손톱으로 떼어내거나 때를 세게 밀어서는 안된다. 돌기 부분이 벗겨져 피부가 손상되거나 검게 변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닭살의 상태가 심해 콤플렉스가 될 정도라면 피부과에서 치료를 받는 게 좋다.
뱀살은 팔과 다리를 중심으로 하얀 각질이 일어난 것을 말한다. 뱀의 허물이 벗겨진 것처럼 피부 겉층이 하얗게 일어난 상태다. 뱀살이 생기면 때가 낀 것처럼 피부가 지저분해 보이기 십상. 닭살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닭살과 마찬가지로 유전 또는 찬 공기에 노출되거나 잦은 목욕 등의 환경적인 요인에 의해 나타난다. 특히 요즘처럼 덥고 습한 날씨에는 실외에 있다가 실내로 이동할 경우 뱀살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 차고 건조한 실내로 들어올 경우 뱀살 환자의 피부가 더욱 예민해져 하얀 각질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건조한 가을, 겨울이 되면 뱀살의 하얀 각질은 더욱 심해진다. 따라서 여름이 끝나는 이맘때 뱀살을 다스리는 것이 좋다.
뱀살을 완화시키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피부보습이다. 먼저 세안이나 샤워 후에는 보습제를 충분히 발라 피부가 건조해지는 것을 막는다. 또한 비누의 사용을 최소화한다. 비누의 산성성분이 피부를 건조하게 해서다. 부득이하게 비누를 사용한다면 알칼리성비누 대신 약산성 비누나 폼클렌저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목욕 후에는 물기를 닦아내면서 바디로션이나 오일, 크림 등을 넉넉히 바른다.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습도가 낮은 날에는 가습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더불어 나일론 스타킹이나 스키니진처럼 피부에 착 달라붙는 합성섬유의 착용을 최소화한다.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어서다.
튼살은 종아리나 허벅지, 배 부위에 하얗게 갈라진 형태가 대부분이다. 특히 종아리에 생긴 튼살은 스타킹을 신지 않는 요즘에는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뿐만 아니라 튼살 주변의 피부는 자외선에 노출돼 검게 변한다. 때문에 튼살의 색은 더욱 하얗게 도드라져 보인다. 이러한 튼살은 출산경험이 있는 여성의 배에도 자주 생긴다. 길이가 짧은 복이나 배꼽티 등을 입는데 어려움을 준다.
초이스피부과 최광호 대표원장은 "주로 갑작스런 체중증가, 임신 등의 급격한 신체변화로 인해 나타나는데 성장에 관여하는 부신피질 호르몬이 갑자기 증가해 피부내 콜라겐 섬유가 파괴돼 생긴다"고 말했다.
이러한 튼살은 한번 생기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튼살이 생기지 않게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급격한 체중변화가 생기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몸무게 관리를 한다. 더불어 임신이나 2차 성장 등의 신체변화를 앞둔 상황이라면 관련부위를 꾸준히 마사지하는 것이 좋다. 이 때 뛰어난 오일이나 튼살 방지 크림으로 꾸준히 마사지하면 피부 탄력이 증가해 쉽게 살이 트지 않는다. 갑자기 체형의 변화가 생겼다고 몸에 꽉 맞는 속옷을 입는 행위는 삼간다. 꽉 낀 속옷은 몸을 붓게 만들어 오히려 또 다른 튼살의 원인이 될 수 있
이미 생긴 튼살로 인해 옷차림에 지장을 받는다면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도 방법이다. 붉은 빛을 띠는 초기 튼살의 경우라면 고농도 비타민 A연고를 바르면 된다. 하지만 튼살의 폭이 넓으면서 길고 우윳빛을 띈 경우라면 레이저 치료가 필요하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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