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와 변동에 실적이 요동치는 정유업체들이 유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화학사업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7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는 납사분해설비(NCC)와 폴리에틸렌(PE) 생산 사업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NCC는 원유 정제 부산물인 납사를 분해 에틸렌을 생산하는 설비다. 에틸렌은 석유화학의 쌀이라고 불리는 기초유분으로 이를 재가공해 다양한 플라스틱을 만든다.
지금까지 화학업체에 납사를 팔던 GS칼텍스가 NCC 사업 진출을 추진하는 이유는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에 따른 실적 변동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대부터 50달러 후반 사이를 오간 지난 2년동안 정유업체들의 실적은 분기별로 요동쳤다. 유가가 오르면 미리 사둔 원유의 장부가치가 오르는 재고평가이익에 실적이 개선되지만, 반대로 떨어지면 재고평가손실로 실적이 곤두박질치는 일을 반복했다.
실제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은 유가가 떨어진 지난 2분기에는 4212억원이었지만, 유가가 오른 3분기에는 9636억원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에쓰오일의 영업이익도 1172억원에서 5532억원로 늘어났다. 지난 2분기에는 WTI 기준 국제유가가 50달러대 초반에서 42.53달러까지 떨어진 뒤 3분기 다시 50달러대 중반까지 올랐다.
정유사업의 성장성이 불투명하다는 점도 문제다. 최근 환경 이슈로 세계 각국은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을 낮추기 위한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유럽 각국 정부는 오는 2020~2040년 석유제품을 연료로 사용하는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정부도 자동차업체가 전체 판매량의 10% 이상을 친환경차로 팔도록 하는 규제를 오는 2019년 시행할 예정이다. 반면 가격과 물량 측면에서 플라스틱의 대체 소재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이에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업체들은 GS칼텍스에 앞서 화학사업을 강화해왔다.
화학사업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한 곳은 SK이노베이션이다. 이미 자회사인 SK종합화학이 NCC를 가동하고 있다. 또 지난 2014년부터 시작된 국제유가 하락의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비정유 사업 부문의 이익비중을 키워 에너지·화학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딥체인지 2.0'을 충실히 이행하는 중이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올해 들어 지난 3분기까지 화학사업을 통해 1조1143억원의 누적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에쓰오일도 내년 완공을 목표로 중질유고도화설비(RUC)·올레핀다운스트림(ODC) 설비를 짓고 있다. 투자비만 4조8000억원에 달한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원유정제 과정에서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중질유는 원유 가격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에 선박연료로 팔린다"며 "이를 화학제품으로 만들어 부가가치를 더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정유·화학업체들과 손잡는 방식을 선택했다. 롯데케미칼과는 초경질유분해설비를 돌리는 현대케미칼을, 일본 코스모정유와는 아로마틱 계열 화학제품을 만드는 현대코스모를 각각 설립했다. 현대케미칼과 현대코스모는 올해 들어 3분기까지 2941억원의 영업이익을 남겼다. 같은 기간 현대오일뱅크의 영업이익은 별도 기준으로 5449억원이다.
정유업계의 화학사업 진출에 기존 석유화학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우선 에틸렌 공급량이 늘어나는 게 화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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