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역대급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되는 화학업계가 앞 다퉈 에틸렌 설비를 증설하고 있다. 향후에도 에틸렌 시황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에틸렌은 플라스틱을 만드는 기초소재로 '산업의 쌀'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북미지역에서 셰일가스 부산물로 에틸렌을 생산하는 에탄분해설비(ECC) 가동이 예정돼 있어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에서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납사를 분해해 에틸렌 등 화학소재를 만드는 납사분해설비(NCC)가 가동되고 있다.
19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토탈 등은 국내 공장에서 모두 연산 74만t 규모의 에틸렌 설비 증설을 하고 있다.
충남 서산시 대산공단에서는 LG화학과 한화토탈이 에틸렌 연간 생산능력을 각각 연간 23만t과 31만t 늘릴 예정이다. 롯데케미칼은 여수공장의 생산규모를 20만t 키운다. 앞서 대한유화는 지난 6월 에틸렌 생산능력을 33만t 늘리는 작업을 마쳤다.
이에 더해 롯데케미칼은 에틸렌의 해외 생산량 늘리기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5월 연산 39만t 규모의 우즈베키스탄 ECC를 준공했고, 최근 말레이시아 공장의 생산능력도 81만t으로 늘렸다. 또 내년 하반기 미국에 연산 100만t 규모의 ECC도 완공할 예정이다. 롯데케미칼은 내년 말이면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이 450만t으로 증가해 국내 1위, 세계 7위 에틸렌 생산업체 자리를 꿰찰 것으로 전망된다.
또 정유업체인 GS칼텍스도 화학제품 품목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NCC 사업에 뛰어든다면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온 납사를 바로 투입할 수 있어 시너지가 예상된다. GS칼텍스가 화학사업을 확장하려면 합작사인 미국 쉐브론과 합의를 거쳐야 한다.
화학업계의 증설에 더해 정유업체까지 에틸렌 증설에 나서는 이유는 에틸렌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지난해 1분기 t당 80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에틸렌 가격은 전날 1245달러를 기록했다.
화학업계는 지난 몇 년동안 불황의 여파로 세계 화학업계가 설비 증설에 나서지 않아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고 본다. 이에 더해 지난 여름 미국 동부지역의 화학제품 생산설비를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가 에틸렌을 비롯한 화학제품 가격을 더 밀어 올렸다.
이에 화학업계는 올해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화학은 올해 연간으로 매출 25조7956억원, 영업이익 2조992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5년만에 최대 영업이익이었던 지난해 1조9919억원보다 1조원 이상 늘어난다는 전망치다.
롯데케미칼에 대한 증권사들의 올해 연간 실적 전망치 평균은 매출 15조8467억원, 영업이익 2조9085억원이다. 사상 최대인 2조547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지난해 보다 14% 증가한 수치다.
내년 이후 시황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북미 지역에서 국내 화학업계의 전체 생산량을 뛰어넘는 약 950만t의 ECC 가동이 예정된 점은 에틸렌 사이클을 꺾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반면 국내 업체들이 가동하고 있는 NCC에서는 에틸렌 이 외에도 프로필렌, 부타디엔 등 다양한 화학제품이 생산되기 때문에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ECC와 NCC 사이 벌어지는 승부는 국제유가가 판가름할 전망이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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