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행을 확정하자 조선업계는 지속가능성과 회생의지가 확인되지 않은 조선사를 정리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고 긴장하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5조8000억원의 지원을 받은 대우조선해양이 받는 압박이 클 것으로 보인다.
1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STX조선해양 노사가 시한을 넘겨 자구안에 합의하자 법정관리 방침을 밝혔다. 앞서 산은은 전날 오후 5시였던 노조 확약서 제출 시한을 자정으로 미뤄줬지만, STX조선해양 노사는 이 시한마저 넘긴 이후에야 합의 소식을 전하는 데 그쳤다.
산은은 원칙을 내세우며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행을 확정했고, 자구안을 한창 이행하고 있는 대형조선업계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빅3은 지난 2010년 전후로 선박 발주가 감소하자 해양플랜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경험 부족으로 인해 설계 변경이 잦은 데다 지난 2014년께부터 유가가 추락하자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조선 빅3은 조단위의 적자를 기록했다.
결국 지난 2015년 정부가 조선업 구조조정에 나섰고 국책은행을 통해 대우조선에 4조2000억원의 유동성을 지원했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3월에도 2조9000억원의 추가 유동성과 2조9000억원 채권 출자전환까지 모두 5조8000억원의 지원을 받았다. 두 차례에 걸쳐 대우조선에만 정부와 채권단이 약 10조원을 쏟아 부은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대우조선은 노사분규 자제, 임금·인력 구조조정 등을 포함한 노사 경영정상화 확약서를 지난 2015년 10월, 2016년 11월, 2017년 4월 3차례나 채권단에 제출했다.
대우조선 뿐 아니라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자산 매각, 인력감축 등의 자구계획을 이행해가고 있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2월까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의 자구계획 이행률은 100.5%, 71.1%, 대우조선 47.4% 수준이다.
하지만 대형 조선사들이 '자구계획 성공' '회생' 등을 입에 올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조선 빅3은 지난해 4분기 나란히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각각 1조원 넘는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서기도 했다.
이런 실적 부진, 일감 보릿고개 가운데 중소 조선사들의 잇단 법정관리행까지 목격한 대형 조선사들은
대우조선도 지난 2014년 말 1만3602명에 이르던 인력을 지난해 1만226명으로 줄였다. 업계는 추가 구조조정 가능성을 배재하지 않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