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4년만에 해양플랜트를 수주함으로써 약 2년간의 일감 확보에 성공했다. 하지만 설계 기간을 거쳐 실제 해양플랜트 건조에 들어가려면 약 1년의 시간이 걸려 울산 해양공장의 일감 부족 상황이 당장 해소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은 9일 미국 휴스턴에서 석유개발 회사 엘로그 익스플로레이션과 약 4억5000만달러(약 5100억원) 규모의 반잠수식 원유생산설비(FPS) 제작 사업인 '킹스 키(King's Quay) 프로젝트'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멕시코만에서 추진 중인 원유 개발사업을 위해 FPS 1기를 설치하는 공사다. 해당 FPS는 설계 작업 후 이르면 내년 8월부터 설비 건조에 들어간다. 현대중공업은 이 FPS를 일괄도급방식(EPC)으로 제작해 오는 2021년 상반기 발주처에 인도할 계획이다.
이번 수주는 해양플랜트 일감부족에 시달리던 현대중공업에 가뭄에 단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해양플랜트는 특성상 금액 규모가 매우 크다. 인건비와 생산설비 등 고정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매출액을 달성해야 하는 조선사들로서는 포기할 수 없는 사업이다.
이와 함께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노사 양측이 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현대중공업이 해양플랜트 일감을 따낸 것은 2014년 11월 아랍에미리트(UAE) 나스르(NASR) 원유생산설비 수주 이후 47개월 만이다.
지난 8월 나스르 설비가 출항하면서 현대중공업의 해양플랜트 일감은 완전히 바닥났다. 이때문에 2600명의 해양플랜트 인력들이 유휴인력이 됐고 현대중공업은 조선 부문 일감을 일부 해양공장에 배치했지만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해양플랜트 수주 절벽으로 회사측은 해양사업부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과 조기정년 신청을 받았으며 울산 지방노동위원회에 임금 40%를 지급하는 유급휴직도 신청했다. 노조는 희망퇴직 조치에 반발해 두 차례 부분파업을 벌이는 등 노사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일감을 따내지 못하는 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수 없었는데 이번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당장 일감 문제를 해결할 순 없지만 급한 불은 껐다"며 "해양공장을 정상적으로 재가동하려면 추가 물량 확보가 필요한 만큼 신규 수주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우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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