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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시대 미디어의 역할_밥 우드워드-지식포럼 2019 [김재훈기자] |
우드워드다운 얘기다. 오직 사실만을 무기로 리처드 닉슨을 대통령 자리에서 끌어내렸던 우드워드다. 그와 파트너 칼 번스타인은 워터게이트가 일단락된 후 특종 후기에 해당하는 글을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All the president’s men)이란 단행본으로 출간했다. 어떤 스릴러 소설보다 흥미진진한 책이다. 명문 예일대와 해군 장교 출신의 우드워드는 1970년대 초 뉴욕타임스에 비해 사세가 한참 떨어졌던 워싱턴포스트에서 보기드문 '고(高) 스펙' 신참기자였다. 그런데 기사작성 능력이 평균에 못미쳤다. 입사 후 한동안 비영어권 출신 이민자라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그가 취재해서 초고를 쓰면 고졸 출신의 번스타인이 고친후 데스크에 넘기는 식으로 워터게이트 기사가 생산됐다. 그로부터 50년 가까이 지난 지금은 우드워드의 문장 실력도 많이 향상되지 않았을까.
공정하게 말하면 모든 신참기자들은 문장이 엉망이다. 제 아무리 좋은 대학을 나오고 학교 다닐 때 글 깨나 썼다고 해도 기사를 한번 써보게 하면 한숨이 나온다. 별의별 문제가 다 있지만 그중 하나는 취재원의 말을 토씨 하나 빼놓지 않고 그대로 옮겨 쓰는 것이다. 그게 왜 문제냐고? 대부분의 취재원은 정돈되지 않은 말을 한다. 그걸 그대로 써놓으면 무슨 말인지 알아먹을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인 경험을 얘기하자면 견습 시절에 기껏 열심히 취재해서 미주알고주알 써 올렸더니 딱 한 문장만 살아남았다. 그것도 전혀 다른 문장으로. '어 이거 아닌데요?'하고 볼이 부은 표정을 지었더니 선배가 물었다. "뭐? 틀려?" 말문이 막힌 것은 틀리지 않아서다. 표현은 달라졌으나 말의 취지는 살아남았고 핵심이 더 분명해졌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수 없었다. 짐작컨대 초짜 시절의 우드워드와 그의 고참 번스타인도 그랬을 것이다.
언론, 특히 신문은 취재원의 말을 받아서 글로 번역하는 것이 업의 본질이다. 그 과정에서 취사 선택은 불가피하다. 뉘앙스를 100%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신문을 불편해한다. "내가 언제 그렇게 말했느냐"고 불만을 터뜨린다. 그 불만은 때때로 타당하기도 하다. 말을 전혀 다른 맥락으로 둔갑시키는 기자가 있다. 능력이 못미치거나,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는 경우거나 어쨌든 둘다 기자로서는 수준 미달이라고 하겠다.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경우는 신문의 특성 때문이다. 제한된 지면, 그보다 본질적으로는 글의 특성 때문이다. 글은 말과 다르다. 정돈되지 않으면 글이 아니다. 취재원이 중구난방으로 떠든 얘기중 유의미한 것을 걸러내 논리가 맞게 풀어내야 한다. 말이 아니라 사실을 전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중에서 단순한 것은 하나도 없다. 이렇게도 말할수 있고 저렇게도 말할수 있다. 문제는 '이렇기도 하고 저렇기도 하다'고 해서는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건 기사가 아니다. 포괄적으로 말하면 신문에 나오는 모든 기사는 하나의 선택된 관점이다. 단순하지 않은 팩트를 놓고 가장 타당하고 합리적인 시각을 제시하는 것이 기사다.
트럼프를 비롯해 많은 정치인들은 이런 저널리즘을 못 견뎌 한다. 그들의 눈에는 저널리즘 자체가 '가짜뉴스'다. 그들의 말을 그대로 옮겨 적지 않는다는게 가장 큰 불만이다. 그런데 왜 신문이 그래야 하나. 정치인들은 거짓말을 밥먹듯이 한다. 그들의 가식된 말을 그대로 옮기면 그건
[노원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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