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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건대 저도 초등학생 때 동물을 괴롭힌 기억이 있습니다. 어디선가 얻어온 말 못하는 고양이를 길들이기 위해(라고 애써 위안하는 기억 같지만) 귀찮게 하고, 신문지를 말아 위협하며 혼냈습니다. 아마도 그게 동물을 키워본 처음이자 마지막인 것 같네요.
그 동물에게 ‘냐옹이’라고 할까, ‘야옹이’라고 불러줄까를 고민했는데(왜 ‘나비’를 생각하지 않았을까), 이튿날 갑자기 사라져버렸습니다. 사라져 버린 고양이를 두고 원망과 동시에 너무 괴롭혔나 해서 마음은 무거웠지요. 집 주위를 찾아보았으나 이내 포기했습니다.
영화 ‘고양이: 죽음을 보는 두 개의 눈’은 저를 포함해 애완동물을 잃어버린, 혹은 버렸던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공포영화라지만 그 안에는 동물 보호 강조를 전하는 메시지가 강합니다. 그래서인지 전체적으로 무섭게 다가오진 않네요.
어릴 적 충격으로 폐소공포증을 앓고 있는 소연(박민영)은 애완동물 가게 미용사로 일하며 과거의 일들을 지워내려 합니다. 동물을 사랑하는 그녀가 행복하고 웃을 수 있는 장소지요. 어느 날, 소연이 미용을 해준 고양이를 찾아간 주인이 엘리베이터에서 의문사 당합니다. 소연은 이 고양이를 맡아 키우면서 단발머리 여자 아이의 환영을 보게 되고, 정신과 치료를 받습니다. 하지만 환영은 더 자주 마주치고, 새 고양이를 얻어온 소연의 친구도 자신의 집 방에서 죽고 맙니다. 사고 현장마다 고양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소연은 공포와 불안감에 휩싸여 고양이를 공원에 버립니다. 하지만 그녀 앞에 다시 또 고양이가 나타나지요.
어둠 속에서 고양이의 눈빛이 섬뜩한 기운을 풍긴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공포영화에서 마주하니 이리 오싹할 수 있을까요. 어렸을 때 잃어버린 그 고양이의 눈빛이 이랬던가를 한참 생각해보았습니다. 말 못하는 동물이기에 눈빛으로만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겠지요. 극중 온순하게만 보이던 고양이들이 사나워졌을 때는 더 무섭더군요.
고양이를 대변하는 환영인 단발머리 소녀(김예론)도 흥미롭습니다. 처음에는 뒷모습만을 보여줬는데, 서서히 눈, 팔, 얼굴, 전체 모습 등으로 점점 공포의 실체를 보여주며 집중하게 만들지요. 하지만 극이 흐를수록 고양이들이 겪은 아픔으로 초점을 맞춥니다. 공포영화의 몸을 죄여오는 듯한 긴장감 가득한 스릴보다는 오히려 죽은 장애를 가진 고양이나 안락사시키는 모습이 불편하다고 해야 할까요.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과 ‘시티헌터’의 매력적인 모습을 보인 박민영의 스크린 데뷔작입니다. 폐소공포증에 힘들어하고 공포의 존재에 두려워하는 모습이 색다르게 느껴지긴 하지만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것 같진 않네요. 고양이들이 더 강조되니까요. 소연을 둘러싸고 있는 이야기가 친절하지 못한 것도 맥락을 이해하기 힘듭니다.
대부분 이 정도쯤에 뭐가 나올 것 같고, 어떤 스토리로 이어질지 예상이 된다는 점도 매력적이지 않네요. 예상치 못한 깜짝 놀랄 장면은 두 곳 정도 입니다. 화들짝 놀라고 침이 꼴딱 넘어가는 긴장감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잔잔함이 있는 영화인 건 맞는 것 같네요.
이 영화가 자기반성을 하게 만든다는 사실 자체가 웃길지 모르겠습니다. 소연의 친구처럼 고양이를 괴롭히고, 애완동물 가게 주인처럼 몽둥이로 학대하는 모습이 낯설게만 느껴지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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