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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병기 활’이 여름 한국 블록버스터 영화의 대미를 장식할 것으로 보인다. 활을 이용한 아날로그 액션이 첨단을 달리고 화려한 볼거리를 주는 영화들과 비교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소리냐고 치부한다면 생각을 달리하라고 해야겠다.
‘최종병기 활’은 반전도 이런 반전이 없다고 할 정도의 영화다. 뒤통수를 때릴 극적 장치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무방비 상태로 갔다가 중반 이후 극이 보여주는 속도감에 일단 한 번 깜짝 놀랄 만하다.
활의 팽팽함과 바람을 가르는 화살 소리가 이렇게도 긴장감을 고조시킬 수 있는지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박진감과 속도감 넘치는 액션이 극에 빠져들게 만든다. 현실감이 들지 않는다며 사극을 싫어하는 관객들도 쫓고 쫓김의 긴장감에 취할 수밖에 없을 정도다.
역적으로 몰려 쫓기는 어린 남이와 자인이 긴장감 있는 극의 시작을 알린다. 자인을 부모처럼 지켜주라는 아버지의 유언과 활을 물려받은 남이. 남매는 아버지의 지인 집에서 13년을 보낸다. 남이는 역적의 자식으로 세상을 등진 채 궁술을 익혀 나가는 등 어른이 돼 있다.
병자호란이 일어나기 직전, 자인이 혼례를 올리는 날 청나라 부대는 마을을 습격해 사람들을 죽이고 일부를 포로로 끌고 간다. 자인 역시 잡혔다. 남이는 아버지의 활 한 자루를 들고 청나라 부대를 쫓으며 동생을 구하기 위한 일념으로 전쟁을 시작한다.
귀신 같은 활 솜씨로 청군을 하나씩 처단하는 남이. 조선에 남아있던 청나라 군대의 지휘관 쥬신타는 남이의 곡사가 예사롭지 않다고 느낀다. 그는 남이가 청나라 왕자를 찾아 길을 나섰다는 얘기를 듣고 추격에 나선다.
영화는 관객을 조금씩 긴장 시키더니 결국 불끈 쥔 주먹을 결말까지 펴지 못하게 만든다. 특히 후반부 쥬신타 무리가 남이를 쫓으며 절벽과 절벽 사이, 대나무 숲 등을 누비며 펼치는 활 대결 액션은 압권이다. 남이가 호랑이를 불러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것이 영화적 설정이 다분하지만 컴퓨터 그래픽이 조잡하다거나 어이없지는 않다.
남이를 연기한 박해일과 쥬신타 류승룡은 최고의 연기를 펼친다. 박해일은 오직 동생만을 찾기 위해 한 곳만 바라보는 눈빛이 인상적이다. 냉철한 카리스마를 풍기는 류승룡은 만주어를 모르는 사람이 봐도 완벽하다 할 정도로 쥬신타 같다. 다른 연기자들의 만주어 일부가 코믹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너무 집중하지 말고 자막으로 극을 느끼면 될 듯하다.
휘어 날아가 예측 불가능한 공격을 하는 ‘곡사’와 속도와 힘을 동시에 갖춘 강력한 ‘애깃살’을 사용하는 남이와 뼈까지 으스러질 정도로 육중하고 강한 ‘육량시’를 이용하는 쥬신타의 활 대결도 볼거리다. 총과 칼의 대결에만 익숙해있던 관객들에게 또 다른 흥분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김한민 감독은 300㎞로 날아가는 활을 카메라에
영화 초반에 모든 것을 결정내고 재미가 없으면 나가려는 관객들이여, ‘최종병기 활’을 통해 기다림의 묘미를 맛보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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