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적인 수준에서 먼저 질문을 해보자. 를 이라는 이름은 대체 무슨 뜻인가?
"조사 ’를’은 그 자체로써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것 같지만 단어와 단어 사이를 이어주고 있는 글자죠. 를 같은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어요. 전혀 주목을 받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없으면 말이 안되는, 세상을 더 완전하게 만드는 사람들, 그 중 하나라는 의미로 정했어요. 다른 조사들도 있지만 굳이 를을 선택한 건 위아래가 대칭이 되는 글자 모양 때문이죠."
’ㅁ’이라는 곡 제목은 어떤가?
"처음 의도한 것은 상자같은 것이었어요. 사랑이라는 감정을 설명할 때 노력하고 에너지를 쏟을 수록 잘 되겠지 싶지만 그럴 수 록 사랑이라 부르는 감정은 괴롭고 고통스럽게 되는 경우가 있음을 전하는 노래거든요. 결국 사랑이란 상자 안에 갇혀 있을 수 밖에 없는 모순을 ’ㅁ’이라는 글자로 표현한 거죠."
이쯤 되면 일상적인 수준의 대화는 어려워 진다. 이 뮤지션의 머릿속에 뭐가 들었는지 알기 위해 조금 더 이해하기 쉬운 얘기부터 꺼내보자. 그는 그동안 작곡가로 활동을 해온 뮤지션이다. 2011년 클래지콰이 알렉스 솔로 앨범 타이틀곡 ’미처보려 해도’를 작사, 작곡, 편곡한 사람이 를 이다.
메이저 가수의 타이틀곡 까지 썼던 전도유망한 작곡가가 돌연 자신의 노래를 만들겠다고 나선 사연도 궁금해졌다.
"역시 특별히 가수로 데뷔 해야겠다는 의지가 있었던 건 아니었던 것 같아요. 알렉스씨 앨범을 작업하게 되면서 연을 맺은 회사에서 고맙게도 앨범을 한번 만들어 보자는 제의를 해주셨죠. 하지만 막상 제 앨범을 만들고자 하니 너무 복잡하고 어렵다는 말씀이셨어요. 를이라는 이름도 ’ㅁ’이라는 노래도 그 때 사실 다 완성된 상태였거든요."
결국 그는 당시 회사에서 앨범을 내지 못하고 작업물들을 고스란히 들고 나왔다.
"단지 처음에 해보고 싶었던 건 미술에서 초현실주의의 양식을 음악으로 옮겨 보고 싶다는 것이었어요. 음악으로 그림을 그린다면 모든 것이 당연히 있어야 할 곳에 있어야 하는가 라는 생각을 하면서 만든 거죠. 물론 초현실주의라는 것이 그렇듯 그냥 섞어놓은 것은 아니에요. 제 노래의 작곡과 작사 편곡이 전개되는 방식도 각각 따로따로 관계가 없어 보이는 듯 하지만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는 방식을 찾아보고 싶었던 거죠."
"화성 파괴나 예측 불가능한 전개 이건 사실은 나만 할 수 있는 표현법이니 이 스타일로 무궁무진 하게 표현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ㅁ’을 만들 때는 사실 개인적으로 괴롭고 고통스러운 시간이었어요. 이걸 토해내서 그 뒤에 숨고 싶었던 마음에서 썼던 것 같네요. 물론 앨범이 완성된 후에 거기에 동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죠. 다행히도 소수지만 이 음악을 이해해 주시는 분들이 생기고 있고, 그 것만으로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계속 제 음악을 할 수 있는 조건들이 모두 갖춰진 셈이죠."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