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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욱은 최근 새 앨범 ‘봄에게 바라는 것’을 발표하고 KBS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에 출연하는 등 국내 활동을 재개했다.
임재욱은 지난해 한국에 돌아와 본격적으로 앨범을 준비하기 전까지 약 5년간 일본에서 활동했다. 간간이 드라마 OST 등에 참여했으나 국내활동은 전혀없다시피 했다. 정상의 자리에서 갑작스럽게 일본행을 택한 이유는 뭐였을까.
“사실 도피였어요. 전에는 정성스럽게 12곡씩 작업해 발표하는 방식이었는데 국내 가요계가 음원 시장으로 완전히 바뀌면서 제 노래들이 소모품처럼 느껴졌던 것이 가장 큰 이유였어요.”
포지션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90년대와 2000년대 연예계 분위기도 그에게는 도망치고 싶은 것이었다.
“녹음과 활동이 마치 숙제처럼 진행됐어요. 제가 하고 싶은 음악보다는 회사가 정해준 음악을 해야 했고 자연스럽게 눈을 일본 쪽으로 돌릴 수밖에 없었던 거죠. 그때만 해도 일본은 기본적으로 다양한 음악장르가 고루 인기를 누리고 있었고, 활동방식 역시 선택의 여지가 많았어요.”
당시 임재욱의 국내 활동에 대한 부침은 원년 멤버였던 안정훈과 결별 등 숱한 이야깃거리들이 있다. 하지만 그는 “모두 내가 인간적으로 성숙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한 마디로 함축해 정리했다.
분명한 것은 그의 일본 활동이 인간적인 것뿐 아니라 음악적으로도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나 자신으로부터 충분히 벗어날 수 있게 만들어준 시간이었죠. 오랜만에 컴백이라 발라드를 기대하고 계신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미디엄 템포 곡을 들고 나온 것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목소리에도 최대한 힘을 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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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실 현재 국내 가요계는 그가 염증을 느껴 도망치듯 떠났던 2006년에 비해 더 심해졌으면 심해졌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이런 상황을 인정하면서도 “희망이 보인다”고 말했다.
“음악이 소모품화 되고 가수들의 생명이 극도로 짧아진 것이 사실이에요. 근데 이제 더 물러설 곳이 없다는 게 희망적인 거죠. 하나둘씩 다시 진지하게 음악을 듣는 분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 같아요. 가벼운 노래들에 지친 청자들이 노래 하나, 앨범 한장을 집중해 들으면서, 가사 한 단어 한 단어를 곱씹어 생각해주기 시작한 거예요. 사실 예전부터 그런 음악을 하는 분들이 다 사라진 건 아니거든요. 주목을 받지 못했을 뿐이죠.”
실제로 과거의 명곡들이 재조명을 받고, 아이돌 댄스곡들이 차트에서 실종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건 분명하다. 임재욱은 그런 흐름을 바라보고 있는 것.
“이제는 공연으로 만나 뵈려고요. 5월부터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투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팬들과 더 가까이 만나고 진짜 음악을 들려줄 수 있는 곳은 공연장뿐인 것 같아요.”
염증을 느끼고 도망치듯 떠났던 가요계에 그가 돌아온 것은 비단 상황이 바뀌어서가 아니다. 선배 가수로서 이제는 그 염증을 치유할 수 있을 만큼의 ‘포지션’이 됐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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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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