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코드’와 진한 사랑에 빠졌던 한국 드라마들이 냉혹한 현실을 그리며, 안방극장을 찾고 있다.
면적 99,720㎢에 5000만 인구도 안 되는 작은 땅덩어리에서 아기를 낳는데 무슨 비밀과 사연이 그리 많은 건지. 채널만 돌리면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헤어진 가족을 찾으며 구구절절한 눈물의 상봉을 이룬다. 이 같은 소재들이 반복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너무나 쉽고 간단하게 시청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며 극에 몰입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자주 먹으면 질리는 게 바로 사람의 마음이 아니던가. 범람하듯 쏟아져 나오는 ‘막장 코드’에 시청자들이 등을 돌리려던 찰나, 한국 드라마는 현실에 눈을 뜨며 신선한 반란을 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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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마여진은 학생들과의 첫 만남부터 극한의 성적 지상주의를 강조하며 “경쟁에서 이긴 사람이 특별한 혜택을 누리고 낙오된 사람들이 차별대우를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회규칙”이라고 차별을 정당화한다. 반의 독재가가 되어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아이들을 가차 없이 응징할 뿐 아니라 “이길 수도 없고 도망갈 수 없으면 불복하라. 상대의 요구에 복종하고 원하는 것을 주라”며 독설을 서슴지 않는다.
이러한 마여진이 불쾌한 이유는 단순히 그녀가 6학년 3반의 독재자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마여진의 입에서 나오는 차별과 경쟁은 실제 우리 사회에서 자행되고 있는 불편한 진실이며, 이미 이를 알고 있는 어른들은 입으로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은연중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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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과거 학교폭력 가해자였던 고남순(이종석 분)과 박흥수(김우빈 분)의 후회와, 성적은 좋지만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길은혜(길은혜 분) 이기심, 부모의 지나친 치맛바람에 지친 김민기(최창엽 분)의 자살기도 등을 미화 없이 담담하게 그려내며 오늘날 학교의 풍경과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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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의 신’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겪을 법한 애환들을 코믹하면서도 세심하게 묘사하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었다. 임신 사실이 발각된 계약직 5년차 박봉희(이미도 분) 사원의 설움은 이 시대 많은 워킹맘들의 눈물을 대변했으며, 인사고과 시즌만큼은 자애롭기 그지없는 장규직(오지호 분)과 비굴할 정도로 더욱 자세를 낮추는 구영식(이지훈 분)의 모습은 느는 건 눈치뿐인 직장인들을 투영시켰다.
‘출생의 비밀’은 이미 그 생명력을 잃은 지 오래다. 앞서 종영된 ‘학교2013’과 ‘직장의 신
[MBN스타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