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안하나 기자] 기록에 기록이 연이어 쏟아져 나온 2013년 상반기 영화계다. 지난해에 이어 천만영화가 바로 탄생하는가 하면, 미국 블록버스터들의 공세가 그 어느 때보다 거셌다. 그렇다고 상업영화만 관객들을 눈길을 끈 것은 아니다. 다양성 영화 ‘지슬’은 또하나의 흥행 신화를 낳았다.
특히 관객들이 오래전부터 서서히 보여줬던 ‘스타보다는 스토리’가 어느새 자리를 잡아가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물론 이 흐름이 지속될지 여부는 하반기를 좀 더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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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7번방의 선물, 은밀하게 위대하게, 지슬 공식포스터 |
올 영화계의 가장 큰 수확이라면 류승룡 주연의 ‘7번방의 선물’일 것이다. 일면 영화 ‘하모니’를 떠올리게 했던 이 영화는 감동에 코미디를 섞었고, 류승룡 외에 오달수, 김정태, 박원상, 정만식, 아역 갈소원 등의 호연에 개봉 23일 만에 천만영화 신화를 썼다.
최종 스코어 1280만 6416명이라는 것, 그리고 한국 영화사상 천만 관객을 동원한 첫 코미디 영화라는 기록에 의미를 한층 더 부여할 수밖에 없는 것은 기존의 천만영화가 국내 3대 배급사 손에 좌지우지됐다면, ‘7번방의 선물’은 중소배급사인 NEW의 손에서 이뤄졌다는 점 때문이다. 자체 상영관이 없는 상황에서 32일 만에 하루 평균 31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는 것은 관객의 시선이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가늠할 수 있게 했다.
‘7번방의 선물’이후 외화의 공세 잠시 주춤했던 한국영화는 김수현, 이현우, 박기웅 주연의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통해 흥행세를 잇고 있다. 쟁쟁한 블록버스터들이 줄줄이 개봉한 상황에서도 20일동안 558만 4728명을 동원했다. 김수현이라는 스타파워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 영화는 감독, 시나리오, 배우 3박자가 조화를 이뤄낸 결과물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철저히 대중의 취향에 초점을 맞춰 기획되고 제작된 상업영화가 관객들의 눈길을 끄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무거운 메시지에 초점을 둔 다양성영화들의 힘 역시 무시하지 못한 상반기였다.
‘제주 4.3’이라는 잊혀진 역사를 담담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지슬’은 14만 1563명을 모아 국내 다양성 극영화 최다관객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특히 ‘지슬’은 서울 주요 극장을 중심으로 퍼져 나간게 아니라, 입소문으로 조금씩 상영관을 늘려나가 눈길을 끌었었다.
또 ‘지슬’은 지난 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4관왕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브졸국제아시아영화제 황금수레바퀴상 등을 수상하며 해외에서도 인정받았다. 이 같은 여러 결과물로 인해 ‘지슬’은 6월 25일부터 제주에서 재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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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공정사회, 베를린 공식포스터, 세이프 예고영상 캡처 |
해외 영화제 초청 및 수상이 영화의 질적 평가에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그만큼 많은 이들에게 다양한 평가를 받는다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다. 2013년 상반기 역시 해외 영화제에서 낭보가 들려왔다.
장영남 주연의 ‘공정사회’는 벨로이트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장편 영화 작품상 수상, 네바다 필름 페스티벌의 플래티넘 어워즈 수상, 코스타리카 필름 페스티벌 작품상 수상 등 잇따라 쾌거를 올렸고, 배우 유지태가 감독으로 나선 영화 ‘마이 라띠마’로 도빌 아시아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또 하정우, 한석규 출연의 ‘베를린’은 프랑스 본 스릴러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 수상, 내달 11일 개봉 예정인 신수원 감독의 ‘명왕성’은 63회 베를린영화제에서 특별언급상을 수상을 시작으로 제11회 피렌체 한국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 인디펜던트 부문까지 수상하며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한국영화가 12년 만에 제66회 칸영화제 공식부문과 비공식부문 등에 단 한편의 장편영화도 초청되지 못한 것은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국영화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볼 계기가 됐다.
비록 문병곤 감독의 ‘세이프’가 단편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에서 단편 부문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거머쥐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성장이 아닌 정체 혹은 후퇴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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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아이언맨3 공식포스터 |
올 상반기에는 한국 영화 못지않게 블록버스터 급의 해외영화도 봇물을 이뤘다. 지난 4월 개봉한 ‘아이언맨3’는 역대 슈퍼히어로 영화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아이언맨3’는 899만 9231명 관객들의 선택을 받았다.
이외에도 상반기 동안 톰 크루즈 주연의 ‘잭리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장고 분노의 추적자’, 윌 스미스 주연의 ‘애프터어스’, 슈퍼맨 시리즈 ‘맨 오브 스틸’, 브래드피트 주연의 ‘월드의Z’ 등이 개봉해 국내 관객과 만났다.
특히 해외영화의 주연배우들의 잇따른 내한은 한국 팬들에게 또다른 즐거움을 줬다. 영화 홍보 목적으로 2~3일 한국에 머물러 국내 팬들과 만난 할리우드 스타들의 모습은 시사회, 레드카펫 행사 등에 참여했다. 이는 언제부터인가 한국에서 ‘세계 최초 개봉’이라는 타이틀이 하나둘씩 생긴 것과 맞물려, 한국의 영화 시장이 만만치 않게 커졌음을 상징한다.
▶등급문제·스크린 독과점 여전…부율 조정 이뤄져
영화계에서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왔던 등급과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올 상반기에도 여전했다.
배우 조재현 주연의 영화 ‘무게’는 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퀴어라이온상을 받는 등 해외 여러 영화제에 초청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제한상영가 등급 결정을 받았다. 이에 이의를 제기해 재분류 신청된 ‘무게’는 최종적으로 상영등급이 청소년관람불가로 결정했다.
또한 배우 김민희 이민기 주연의 ‘연애의 온도’는 대사 표현에 있어 거친 욕설과 비속어가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점, 선정적인 장면, 흡연이나 음주장면이 지나치게 반복적으로 묘사가 되는 점 등으로 인해 청소년이 관람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받았다. 이후 등급 분류를 재신청 했으나 끝내 이뤄지지 않았고, 186만 5195명의 관객몰이로 만족해야 했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뫼비우스’와 신수원 감독의 ‘명왕성’은 개봉 전부터 논란을 낳고 있다. ‘뫼비우스’는 지난해 ‘피에타’로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이 1년 만에 만든 신작으로, 5월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필름마켓에서는 편집본만으로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지역에 판매돼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주제와 폭력성, 공포, 모방위험 부분에서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는 이유로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내렸고, 이 심의결과는 영화계 전반의 반발을 낳는 등 적잖은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재분류를 통해 이례적으로 15세 관람가로 15세 등급으로 최종 확정했다.
등급 외에 상반기 때 많은 문제를 야기한 것은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다. 물론 수익을 올려야 하는 영화관 측에서는 당연한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영화인들에게는 설자리를 잃는 동시, 관객들에게 선택의 폭을 좁힌다.
특히 상반기에는 ‘아이언맨3’와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스크린을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영화인들은 뿔이나 쓴 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늘 제기되는 문제지만 해결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부율 문제가 일부 조정된 것은 영화계에 그나마 반가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부율이란 영화계 수익분배율에 대한 이야기로, 꾸준히 논의됐으나 해결책은 없었다. 그러다 CJ CGV가 지난 20일 CGV 신촌아트레온 개
서울 지역으로 한해 CGV 극장의 한국영화 상영부율을 인상한다는 것으로, 상영부율 50:50(배급사:극장)에서 55:45로 적용하기로 했다. 7월부터 서울만 적용되는 것이긴 하지만, 이내 전국적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높다.
안하나 기자 ahn1113@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