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TV에서도 가수가 설 자리가 점점 사라지는데, 라디오까지 배우들에게 빼앗기니…”(A기획사 관계자)
주로 가수들이 게스트로 출연해 자신의 음악을 알리는 통로로 인식되던 라디오에 가수들이 아닌 영화배우들이 자리를 차지하는 것에 대한 한 가요관계자의 푸념이다.
라디오는 ‘소리’가 주가 되는 방송이기 때문에 그간 가수들이 노래 소개하거나, 그와 관련된 이야기를 듣기 위한 주된 수단으로 활용됐고 지금도 이런 기본적인 틀은 변함이 없다.
![]() |
사진=‘컬투쇼’ ‘푸른밤 정엽입니다’ 홈페이지 |
예로 영화 ‘미스터고’로 스크린에 복귀한 성동일은 SBS 라디오 ‘두시탈출 컬투쇼’에 출연해 영화는 물론, 최근 화제가 된 이야기들을 들려줬다. 뿐만 아니라 ‘컬투쇼’는 영화 ‘더 웹툰: 예고 살인’의 배우 이시영을 초대하기도 했다.
이시영은 영화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 엄기준과 KBS 라디오 ‘유인나의 볼륨을 높여요’에 출연하며 본격적인 홍보활동을 시작했다.
영화 ‘감시자들’도 마찬가지다. 해당 영화의 배우들은 TV 예능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하며 영화를 홍보하는 것에 이어, MBC FM4U ‘푸른밤, 정엽입니다’ ‘두 시의 데이트 박경림입니다’ 등에 연달아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청취자들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전달한다는 것에 있어서 희소식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가수들에게만큼은 이 변화가 그리 달갑지 않다. 특히 신인이라면 그 고충은 더할 나위 없다.
신인에게 자신들의 음악을 들려줄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은 지상파, 케이블 통틀어 손에 꼽을 정도다. 소위 ‘잘나가는’ 그룹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남은 자리에 신인들이 배치되는 것인데, 현재 가요계에 신인들은 이름과 얼굴을 외우기도 힘들 정도로 화수분처럼 쏟아져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다양한 신인을 만날 수 있었던 Mnet ‘윤도현의 머스트’는 문을 닫는가 하면,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갈수록 신인들의 출연 빈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심지어 가요 관계자들은 “신인을 7080 무대에 세울 생각마저 하고 있다”고
결국 신인들은 마지막 보루에 가까웠던 라디오에서마저 밀려나는 양상을 보이며 사면초가에 빠진 형국이다. 영화 홍보에 여념이 없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더 이상 음악이 설 자리는 없어 보인다. 물론 신인 가수들의 설 자리에 채워진 영화 홍보가 과연 큰 효과를 얻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