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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성폭행을 소재로 한 영화 ‘소원’. 영화는 국민적 공분을 불러온 여아 성폭행 사건을 모티프로, 희망을 이야기한다. 엄청난 사건에 대한 설명은 최소화하면서, 아픔을 당한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상처를 치유해가는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담았다. 절제의 미가 특히 돋보인다.
“이런 영화는 한 번도 연출하지 않아 조심스러웠다. 주제에 대한 확신은 있지만, 이런 소재를 통해 이 주제를 표현하는 게 맞나 싶었다. 확신하면서도 또 의심의 중간을 계속해 가면서 생각을 많이 했다. 감정신도 신파로 흐르지 않기 위해 한 커트씩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수많은 피해자가 ‘그럼에도 내일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것에 대한 좋은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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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극 중 소원(이레)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코코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코코몽’은 영화에서 중요한 지점이다. 엄청난 아픔을 당한 뒤 남자인 아빠까지 밀어내는 소원에게 아빠가 다가가기 위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극 중 동훈(설경구)는 ‘코코몽’ 탈을 쓰고 소원이와 대화를 시도한다.
“코코몽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힘든 현실이다. 피하고만 싶은 현실이다. 하지만 코코몽이 나오고부터는 판타지의 시작이다. 코코몽 탈을 쓴 동훈이 병실에서 소원이와 대화할 때 관객으로부터 공감을 못 얻으면 그 뒤는 다 무너지는 거다. 감정을 억지로 넣을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정성스럽게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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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현재까지 반응은 호평 일색이다.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선에 놓인 영화는 희망이라는 단어를 통해 감동과 재미를 전한다. 이런 반응을 전하자 이 감독은 ‘휴’하고 숨을 쉬더니 “다행”이라고 웃는다.
이 감독은 배우들의 연기도 연기지만, 이 시나리오를 쓴 작가를 특히 칭찬했다. 일곱 번 정도 고쳐 쓴 시나리오는 그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 그가 복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다. 사실 ‘소원’은 다른 이름으로 다른 감독과 배우에 의해 진행하려다 엎어졌다. 없어질 이야기는 이 감독의 손을 타고 살아났다.
“여자 작가가 수정해서 보내왔는데 정말 깜짝 놀랐다. 성폭행과 관련한 감성과 인물 간 입장들이 정말 섬세하고 정확하게 그려져 있더라. 아이가 그 사건을 바라보는 것에 대해서도 표현이 잘 돼 있었다. 일을 당하고 병원 회복실에서 아빠를 만난 첫 대사가 ‘아빠 회사는?’이다. 아이가 그 상황을 자각했다면 ‘아빠 나 죽을 거야’ 그랬을 것이다. 상황과 대사 하나하나가 깜짝 놀랐다.” 이 감독은 자신은 “작가의 진정성을 배달한 배달부일 뿐”이라며 “디테일하게 조금 더 표현했을 뿐이지 책 내용 그대로였다”고 공을 돌렸다.
아역배우 이레도 칭찬했다. 다른 이름으로 진행된 이 작품의 오디션을 보고 떨어졌던 아이인데 이 감독은 다시 오디션을 봤다. 테이프를 돌려보던 이 감독이 이레의 목소리와 눈을 보고 이레를 다시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감독은 “사실 부모는 말렸는데 이레가 ‘이거 연기잖아요. 하고 싶어요’라고 해 결국 출연하게 됐다”며 “정말 잘 해줬다”고 만족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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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필름 모멘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