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투윅스’를 만난 건 배우 인생에서 최고의 행운이었어요.”
김소연이 보는 세계는 모든 것이 감사하고 아름다워 보이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인터뷰 내내 그녀의 입에서 떠나지 않았던 말이 바로 ‘감사하다’는 인사였기 때문이었다. 무더운 여름날의 촬영은 고됐지만 신사적인 감독과 제작진들과 일할 수 있어서 감사했고, 시청률이 높지 않았지만 작품성을 인정받을 수 있어서 받아서 감사했고, 극중 러브라인은 없었지만 여배우로서 액션신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어서 감사했고, 심지어 이번 작품을 통해 그동안 먹지 못했던 바나나 우유까지 마실 수 있게 되어서 감사하다고 했다. 감사로 시작해 감사로 끝난 김소연과의 인터뷰는 그야말로 ‘매우 감사한 인터뷰’였다.
‘투윅스’ 속 복수의 대상인 문일석(조민기 분)과 조서희(김혜옥 분)의 덜미를 잡기 위해 자신의 발톱을 숨기며 치밀하게 움직여나가는 재경으로 분한 김소연은 극중 유일하게 뛰어다니고 몸을 쓰는 여배우였다. 아무리 그래도 어느 상황에서건 예뻐 보이고 싶은 여배우일 텐데, 무더운 여름날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으로 뛰어다니고, 물속에 뛰어드는 등 액션신을 소화하는 데 힘들지는 않았느냐고 묻자 고개를 저으며 “나는 오히려 운이 좋은 여배우였다”고 밝혔다.
“촬영을 하면서 체력적으로 힘든 건 사실이었는데 그래도 정말 행운이었어요. 여자가 홍일점이 되어 추격한다는 것이 드라마에서는 흔하지 않은 일이자, 정말 매력적인 일이거든요. 저에게 이런 역할을 연기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셨다는 것이 감사했어요. 액션연기를 하고 싶어 하는 여배우들도 정말 많은데, 저는 운이 좋게도 드라마 ‘아이리스’에 이어 몇 번이나 했어요. 이런 거 보면 저는 정말 복이 많은 배우 같아요. 수중 촬영이나 뛰어다니는 장면, 납치당하는 장면 등 극중 박재경의 매력을 살릴 수 있는 부분이 정말 많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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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옥영화 기자 |
“저는 이렇게 신사 분들을 만나서 정말 행복했어요. 감독님이 정말 호인이라서 각 사람들의 사정을 끝까지 들어봐 주시며 큰소리 한 번 크게 내신 적이 없었어요. 누군가가 실수를 하거나 현장에서 일이 생겨 촬영이 지연되는 경우에도 허허 웃으며 문제가 해결되기까지 기다려주셨어요. 감독님 뿐 아니라 스테프들도 정말 신사적이었어요. 잠을 못 자고 일을 하다보면 체력적으로 한계에 부딪쳐 본성이 드러나기 마련인데 큰 소리 한 번 안 나고…결국 모두 본성 자체가 좋은 사람들이었단 소리죠. 야참으로 햄버거 나옴에도 불평과 큰 소리를 안 나온다는 것, 그리고 이탈자가 없었던 것은 연기 인생 중 처음 보는 광경이었어요. 19년 경력의 촬영감독님도 ‘이런 드라마는 처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현장이 매우 온화하게 돌아갔죠.”
보는 본인의 눈이 온화하기 때문에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마냥 좋아보였던 것은 아니냐고 물었더니 김소연은 그건 아니라며 정말로 좋은 사람들과 일을 했고, 지금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이유도, ‘투윅스’ 제작진을 대표해서 이들이 얼마나 고생했고 열심히 했는지 알려주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모만 사람들 없이 모두 따뜻하고 매우 좋았어요. 주위에서 ‘투윅스’에 대해 이렇게 말해요. 우리 드라마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고. 이런 호평은 단순히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좋은 사람들이 만나 만들었기 때문에 좋을 수밖에 없었던 거죠. 그래서 누군가가 작품에 대해 이야기 나누며 좋다고 해 주실 때 내 칭찬을 듣는 것처럼 기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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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옥영화 기자 |
“먼저 작품자체를 매우 좋아하고 그리고 내 마음에 무척 배역이기 때문에 망설임은 없었어요. 무엇보다 다시 한 번 소현경 작가님과 일을 하고 싶었었죠. 신기한 것이 같은 검사인데 판이하게 다른 인물을 한 배우에게 맡겨주셨다는 것이예요. 작가님도 도전하신 거라고 생각해요. 다른 배역도 아니고 비슷한 직업의 인물을 주시다니…소현경 작가님도 모험이었겠죠. 덕분에 ‘투윅스’를 하면서 연기적으로도 많이 성장했어요. 이전까지 연기를 할 때 실제처럼 하고 싶은 마음에 ‘김소연화’를 많이 시켰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저처럼 하고 싶지 않았어요. 물론 김소연이 연기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튀어나오는 저의 모습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정말 ‘나’를 빼고 연기를 했었죠.”
‘투윅스’ 박재경이 ‘검사 프린세스’의 마예리와 직업이 같았다면, 외향은 ‘아이리스’의 선화와 비슷했다. 이에 대해 말했더니 이번에는 감사의 공로를 시청자에게 돌린다.
“이번에는 시청자에게 감사한 것이 외향적으로 비슷할 수는 있는데 오히려 신경 안 써주시는 것 같더라고요. 내가 너무 과한 걱정을 했구나 했을 정도로. 이런 부분에서 위안을 많이 얻었고, 덕분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지금 배역에 충실할 수 있었어요. ‘아이리스’랑 ‘투윅스’ 중 액션연기가 더 힘들었던 작품은 뭐였냐고요? 당연히 ‘투윅스’죠. 일단 ‘아이리스’는 시기적으로 지나서 힘들었던 것을 잊어버린 것도 있고, ‘투윅스’ 촬영 때 더위 때문에 힘들었던 기억이 강렬하거든요. 원래 내가 땀이 안 나는 체질인데 제가 땀을 흘릴 정도로. 하지만 그런 물리적인 것을 떠나서 북측 최고의 작전 공작원으로 자란 선화보다, 어렸을 때 공부만 했다가 후에 직접 현장에 나가 죽기 살기로 달려드는 재경이 더욱 현실적이고 진실성 있게 다가왔어요. 덕분에 스스로 더 배역에 몰입되면서 힘들고 아팠던 것 같아요.”
아직도 재경의 캐릭터에 푹 빠진 듯 깊은 애정을 드러냈던 김소연은 ‘투윅스’ 재경의 최고 명장면으로 자신이 목표로 하던 일석과 서희의 죗값을 치르게 한 뒤, 그들을 잡기 위해 집안에 모아놓았던 모든 자료들을 처리하고 죽은 미숙을 추억하며 바나나맛 우유에 시리얼을 말아먹는 마지막 장면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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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은 자신이 뽑은 박재경의 최고의 장면으로 마지막 신, 죽은 미숙을 추억하며 바나나맛 우유에 시리얼을 말아먹는 장면을 꼽았다. 사진=투윅스 캡처 |
김소연은 ‘투윅스’에서 러브라인이 없었다. 이에 대해서는 아쉽지는 않은지, 그리고 혹시 러브라인을 꿈꾸는 역할은 없었냐는 질문을 던졌더니, 장난기 어린 눈빛과 목소리로 “극중 장태산(이준기 분)이랑 임승우(류수영 부) 모두 서인혜를 사랑하고 있으니…저는 문일석을 택할래요”라고 답했다. 그러더니 또 이내 “안 돼. 안 돼. 문일석은 박재경의 철천지원수니…그냥 러브라인 없는 걸로 할래요. 박재경은 러브라인이 없기 때문에 더 좋았던 것으로”라고 결론 내렸다.
‘투윅스’에서 박재경은 러브라인이 없었지만, 서른이 넘은 김소연의 인생에는 러브라인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와 같은 질문에 김소연은 수줍게 웃으며 “아직은 연애할 때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엄마가 들으면 한숨부터 내쉬겠지만 아직 연애하고 싶은 생각이 안 들어요. 제가 무언가에 빠지면 푹 빠져드는 스타일인데, 지금은 다른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저 자신에게 푹 빠져들고 싶거든요. 스스로에게 더 힘을 주고 싶은 시기인 것 같아요. 이런 마음이라서 아직 이성이 눈에 들어오지 않네요.”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벌써 약속된 시간이 훌쩍 넘어가 있었다. 헤어짐이 마냥 아쉬워 다음을 기약하는 마음에 차기작에 대해 물었더니 밝은 감성이 가득한 로맨틱 코미디를 해보고 싶단다. 그 뿐 아니라 또 진득한 멜로도 하고 싶고, 영화에도 출연하고 싶다며 줄줄이 읊는다. “왜 나에
실제로 만난 인간 김소연은 ‘액션’보다는 ‘로맨틱 코미디’를 절로 떠올리게 하는 사랑스러움이 가득했다. 그런 김소연과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나눈 제작자가 있다면, 김소연이 그토록 원하던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만나게 되는 건 시간문제이지 않을까.
금빛나 기자 shinebitn917@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