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명준 기자]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자유로 가요제’ 음원이 공개된 지 이틀. 여전히 주요 음원사이트에서는 ‘줄 세우기’를 하고 있고, 이를 바라보는 가요계 관계자들의 심정 역시 복잡하다. 그리고 이 복잡한 심정을 대변하는 기사에는 누리꾼들의 뜨거운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무한도전’이 2년마다 개최하는 가요제 음원이 가요계를 강타할 때마다 이런 패턴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가요계를 일시 두둔하던 분위기도 어느새 ‘무한도전’으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 분위기를 가요계 관계자들이 모르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대놓고 이번 논란에 대해 속 시원하게 말하는 이들도 없다.
무엇이 문제일까. ‘무한도전 가요제’ 음원이 정말 가요계에 막대한 타격을 입힌 것일까. 대다수 누리꾼들의 말처럼 ‘2년에 한번 있는’ 이벤트성 음원이 그토록 대단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일까. 어찌보면 이 문제는 ‘무한도전 가요제’ 음원이 아닌, LTE급으로 바뀐 곡 수명에서 기인한다.
최근 컴백한 한 솔로 가수 기획사 관계자는 “‘무한도전’ 방송이 일주일 미뤄지면서 우리는 득을 봤다. 다른 기획사들은 ‘무한도전’ 음원 출시 여부를 따지다가, 오히려 같이 만나게 됐고, ‘무한도전’ 음원을 의식하지 않고 원래 계획대로 음원을 냈던 우리는 오히려 일주일 정도 누릴 것을 다 누렸다”고 말했다. 또다른 기획사 관계자는 “예측을 잘못했다. 일주일 정도 공백을 두려다가 도리어 정면으로 충돌하게 됐다. 일주일을 그냥 날려버렸다”고 말했다. 최근 활동을 접은 한 가수 기획사 관계자는 “해볼 거 다해보고 간발의 차로 피했다. 방송이 일주일 미뤄진 까닭에 마주치지 않고 활동했다. 활동 종료 시점 후 음원 순위도 신경 안 쓸수 없지만, 적어도 활동 기간 동안 성적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들 이외에도 가요기획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공통적으로 나오는 것이 ‘일주일’이다. 즉 ‘무한도전’ 측이 음원 공개를 일주일 연장하면서, 뒤죽박죽 됐다는 말이다.
가요계에 곡의 흥행 여부를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은 보통 1~2주다. 간혹 뒤늦게 대중들의 관심을 끄는 곡들도 있지만, 이는 보기 드문 일이고 1~2주 안의 성적표를 보면 그대로 갈지, 활동을 접을지 판가름이 난다. 음원 공개 당시 1위를 했더라도, 그 주 방송 반응을 봐야 하고, 다시 한 주 뒤에 음원 순위와 음악 프로그램 순위를 봐야 흥망을 제대로 논할 수 있다. 때문에 1~2주라는 짧은 시기는 가요계 관계자들에게 민감하다.
과거 테이프나 CD 시대처럼 곡 하나가 혹은 앨범 하나가 TV나 라디오를 통해 대중들에게 알려지고, 다시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얻는데 몇 개월이 걸리고, 다시 이런 인기가 몇 개월씩 유지되는 시대가 아니다. 짧은 시간 안에 알리고, 짧은 시간 안에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이후 평균 4주에서 길게는 6~7주 정도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은, 곡이 잘 되어서일 때도 있지만, “일단 만들었으니 끝까지 밀어보자”라는 심정도 존재한다.
이러다보니 ‘무한도전 가요제’ 음원의 영향력이 강력하게 미치는 한주, 그리고 그 파동이 전달되는 그 2~3주에 가요계 관계자들이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다.
누리꾼들의 질타 중에 “1~2주 음원에서 상위권 차지하는 게 뭐가 문제냐”라는 내용에 가요계 관계자들이 냉가슴을 앓는 이유이기도 하다.
만일 과거처럼 곡의 수명이 길어졌다면, ‘무한도전 가요제’ 음원처럼 이벤트성 음원이 이처럼 논란을 일으킬 수 있었을까. 단언하기는 어려울 테지만, 지금과 같은 논란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가요계 상황에서 과거로 회귀할 수는 없다.
![]() |
사진=MBN스타 DB |
유명준 기자 neocros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