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서 가장 사랑하는 남편과 딸의 죽음을 목격한 은아(김선아 분)에게는 희망이 아닌 살인범에 대한 복수만이 존재한다. 그녀를 돕기위한 네 명의 조력자와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진심으로 은아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혜진(박효주 분). 아픔이 있지만 하루하루 천진난만하게 생을 마갈할 준비를 하는 혜진 덕분에 은아도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두 사람은 가까워진다. 은아는 다섯 명의 조력자와 함께 자신의 행복을 빼앗은 살인범에게 통쾌한 복수를 할 수 있을까. / ‘더 파이브’
[MBN스타 여수정 기자] 도도하고 시크한 이미지가 강했던 배우 박효주가 사람냄새 나고 인정 넘치는 캐릭터로 스크린에 나타났다. 그녀는 지난 14일 베일을 벗은 영화 ‘더 파이브’에서 이유 있는 복수를 하려는 상처 가득한 여자 은아(김선아 분)에게 진심으로 다가가 결국 그녀의 마음 속 상처를 치유해주는 자원봉사자 혜진 역을 맡아 기존의 강하고 털털했던 이미지 대신 순박하고 밝은 ‘친절한 혜진 씨’로 변신했다. 밝은 모습 뒤 은아 못지않은 반전을 가진 인물로 활약하며 ‘더 파이브’에 경악케 할 반전을 안기기도 한다.
박효주의 재발견으로 불리기에 충분할 정도로 이번 연기변신은 완벽했고 순수하고 약간의 백치미 넘치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며 진심으로 은아에게 다가가는 모습으로 감동까지 선사했다. ‘더 파이브’라는 제목 때문에 혜진의 존재는 영화 개봉 전까지 은밀하게 베일에 쌓여있어야 했다. 개봉과 함께 봉인 해제한 박효주는 얼마나 상쾌하고 통쾌했을까.
“시나리오와 영화상에서 혜진은 정말 중요하고 좋은 역할이다. 나 역시 혜진이 제일 매력적인 캐릭터라고 말할 수 있다. 깊이감도 있으며 은아를 대변해주는 역할이기도 하다. 은아는 아픔을 가지고 있지만 사건을 진행해야 되기에 감정을 조절한다. 때문에 나라는 사람을 통해 그 숨은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 혜진은 은아의 비상구이자 탈출구다. 혜진도 은아를 통해 아픔을 공유하고 서로 아픔이 있기에 거울 같은 존재다. 비중이나 나오는 횟수를 떠나 정말 좋은 역할이다.”
박효주가 ‘더 파이브’로 스크린에 등장했다. 사진=김승진 기자 |
“나는 ‘더 파이브’에서 깍두기다. 원래 비상사태에서 깍두기를 사용하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그리고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게 많은 인물이다. 영화를 열었을 때 가장 큰 반전을 가진 인물이다. 분명 내가 그동안 해온 역할들 때문에 관객들만의 예상 결말이 생기겠지만 이를 뒤엎으며 더 큰 반전을 안긴다. 나에게 여러 이미지가 있는데 그동안 흥행한 작품들이 주로 시크하거나 털털한 역할이었다. 대중들이 보는 이미지와 ‘더 파이브’ 속 이미지가 다르기에 사람들의 반응이 기대가 되고 정말 재미있다. 박효주의 새로운 모습을 알기를 바란다.”
박효주의 말대로 ‘더 파이브’에서 그는 기존에 보이지 않았던 모습과 함께 이 세상 가장 아름다운 배우의 노출도 선보인다. 극에서 그녀는 유방암 환자 역을 맡았다. 아픔이 있지만 은아보다 점 더 활발하며 아픔도 달게 받으려는 자세는 짠한 여운과 무언의 교훈을 안긴다.
“내가 암환자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없었다. 고민하다 유방암 환장에 대한 자료를 보았다. 유방암 환자들의 가슴을 보고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슬픔이 다가왔다. 백 마디 말보다 한번 화면에 들어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굳이 안 보여줘도 되지만 감독님과 상의 끝에 특수분장을 했다. 이 선택은 잘한 것 같다. 나름대로 나의 영화인생에 첫 가슴노출이다. (웃음) 이게 배우의 노출이다.”
굳이 없어도 될 가슴 노출을 극의 몰입도와 혜진 처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노출도 감행한 박효주. 가장 아름다운 가슴노출임에 분명하다. 이외에도 박효주는 혜진 역을 기막히게 소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촌스러운 이미지를 주려고 머릿결도 포기한 채 뽀글파마 머리에 도전했으며 집 근처 뒷산을 서성이며 혜진 역을 흡수하려 노력했다고 전했다. 기존에 시크하고 도도한 이미지가 강해 그녀의 이번 이미지 변신은 너무도 놀라워 주변 지인들까지 동일인물이 맞냐고 물어볼 정도라고. 이에 박효주는 “속이는 게 정말 재미있다”고 천진난만하게 답하며 발랄의 끝을 보이기도 했다.
“혜진은 분명 밝은 캐릭터지만 사실 어두운 과거가 있다. 때문에 내가 과거의 감정을 쌓아놓지 않으면 연기가 어렵겠더라. 안 보이는 과거 장면에 몰입하려고 노력했다. 집 주변 뒷산에 무덤가 인데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다 시한부 인생의 혜진 역에 몰입하니 다르게 다가오더라. 나는 개인적으로 혜진이의 모습이 매우 예뻐 보였고 그녀가 안고가야 될 무게감도 있기에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박효주는 ‘더 파이브’에서 은아(김선아 분)의 진심을 알아주는 자원봉사자 혜진 역으로 열연했다. 사진=김승진 기자 |
“사실 나는 내가 찍은 영화를 보고 운적이 없다. 근데 엔딩 크레딧을 보고 정말 눈물이 나더라. 여운이 있어서 정말 좋았다. ‘더 파이브’ 출연 배우들은 어느 하나 허술하게 연기한 배우들이 없다. 배우들끼리의 사이도 뜨겁다. 하물며 악역인 온주완과도 너무나 친하게 지냈다. 연기호흡도 잘 맞았고 감독님도 섬세하셔서 팀원들을 잘 이끌어줬다. 그래서인지 내가 나이가 적지 않음에도 애교가 절로 나왔다. (웃음)”
굳이 질문하지 않아도 ‘더 파이브’에 대한 답변은 자동으로 나오는 박효주를 보니 ‘더 파이브’를 통해 제대로 물 만난 것 같다. 그녀의 바람대로 많은 관객이 영화를 관람해 박효주라는 배우가 시크하고 도도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끼길 바랄뿐이다. 제 옷을 입은 박효주는 차기작에 대해 언급하며 연기열정을 보였다.
사진=김승진 기자 |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