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명준 기자] 국내 대형 창작뮤지컬이 호평을 받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아닌, 감성에만 호소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한국적인 것’에 집착하게 되며, 관객들에게 간혹 불편함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러나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은 이런 국내 창작뮤지컬의 고질적인 한계를 극복했음은 물론 웬만한 해외 대형 라이선스 작품을 압도할 기세를 보이고 있다.
‘프랑켄슈타인’의 큰 줄거리는 영국 작가 메리 셜리의 1818년 동명 소설에서 가져왔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왕용범 연출을 중심으로 한 한국 제작진에 의해 ‘재탄생’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야기는 신은 꿈꾼 인간인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사로부터 출발한다. 어린 시절 부모를 연달아 잃은 후, 빅터는 자신이 저주받은 사람이라 여기고, 그 저주를 풀기 위해 신의 영역인 생명 창조에 몰입하게 된다. 빅터와 전쟁터에서 만난 친구이자 조력자가 된 앙리 뒤프레는 빅터를 보호하기 위해 사형을 당한 후, 빅터의 연구를 위해 자신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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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의 1부가 빅터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됐다면, 2부는 ‘괴물’이 짐승 같은 인간 세상에서 겪는 지옥 같은 상황을 그리면서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그러면서 관객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누가 인간이고, 누가 괴물인지, 또 어느 것이 선(善)이고 어느 것이 악(惡)인지 혼란스러워진다. 이는 살인을 저지르는 ‘괴물’의 처지에 점점 감정이입되는 관객들의 모습에서 알 수 있다.
잘 짜인 구성과 배우들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아쉬움도 남는다.
‘괴물’의 처절한 삶과 빅터의 불행한 삶을 보여주기 위한 뮤지컬 넘버들은 너무 잦은 고음과 토해내는 듯한 음색으로 구성돼, 도리어 극의 몰입을 종종 방해했다. 특히 웃음기 빼고 무거운 주제를 던진 2부에서 배우들의 ‘잦은’ 처절함은 지루함마저 안겨줄뿐더러, 공연이 끝난 후 딱히 기억할 만한 넘버를 남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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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아쉬움을 뒤로하고 ‘프랑켄슈타인’은 유준상, 류정한, 이건명, 한지상, 박은태 등의 명품 배우들의 열연과 관객에게 주는 확실한 메시지 등을 통해 분명 ‘괴물 뮤지컬’로 기억될 것이다. 5월 11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공연된다.
유명준 기자 neocross@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