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안성은 기자]
나 솔직히
너 처음 만났을 때
되게 기분 나빴어
이 정도로
예쁜 거 미리 말 안해줘서
최근 인터넷 상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용어 중에 ‘츤데레’라는 표현이 있다. 처음엔 퉁명스럽고 새침한 모습을 보이지만 알고보면 다정한 남자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런 ‘츤데레’ 매력으로 여심을 사로잡은 남자가 있다. SNS 시인 최대호가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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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
“시를 쓰게 된 계기요? ‘시를 써야겠다’ ‘글을 쓰고 싶다’고 다짐하고 시작한건 아니었어요. 사실 제가 경영을 공부하던 도중 식품공학으로 전과를 하게 됐어요. 지금까지 배운 것과 전혀 다른 강의 내용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죠. 그래서 강의실 맨 뒷자리에서 전공책 한 켠에 제 생각들을 짤막하게 쓰기 시작했어요. 장난삼아 쓴 거였어요. 시로 쓴 이유는 ‘조금 더 재미있을 것 같아서’였어요. 그런데 처음 시를 올렸을 땐 지금처럼 반응이 뜨겁지 않았어요. 말 그대로 제 개인공간이었기 때문에 친구들만 보는 곳이었거든요. ‘이런 거 왜 하냐’는 친구들의 반응이 대다수였죠. 그러던 중 올해 1월에 취업준비를 하면서 시간이 많다보니 인스타그램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제 사진을 올리다가 조금 더 재미있는 콘텐츠를 올리고 싶었고, 시를 써서 업로드 하기 시작했죠. 그게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책까지 출판하게 됐죠.”
그의 시를 보고 있자면, ‘여자의 마음을 굉장히 잘 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예쁘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그의 시는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여성이 화자로 나선 시들 역시 공감대를 형성하며 큰 반응을 얻었다. 최대호의 시는 ‘솔로’라는 주제를 강조하면서도 연애에 있어서는 선수 같은 느낌을 풍겼다.
“사실 제가 다른 남자들에 비해 여자를 잘 아는 것 같아요. 친 여동생이 세 살 차이인데 굉장히 사이가 좋아요. 친구처럼 지내기 때문에 동생 덕분에 여자에 대해 잘 아는 것 같아요. 그 점이 시를 쓰는데 많은 도움이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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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읽어보시집’ |
“(손글씨로 쓴 것이) 좋은 결과를 낳은 것 같아요. 컴퓨터로 썼으면 이렇게까지 안 되었을 것 같아요. 스마트폰 속에서 아날로그 감성을 찾기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 노리고 쓴 것은 아니었어요. 그냥 전공책에 쓴 것을 올렸던 거죠. 시가 조금 유명해진 후 어머니께서 손글씨에 대해 지적을 하셨어요. 잘 쓰지도 못하는데 왜 손으로 쓰냐며 컴퓨터로 적어서 올리라고 하셨죠. 그래서 손글씨가 아닌 컴퓨터 입력으로 바꾸었는데 95% 정도가 별로라는 반응이었어요. 게다가 손글씨로 시를 써서 올린 것이 제가 처음이니까, 더 뿌듯해요.”
그는 자신이 ‘최초’라는 점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사실 최대호보다 SNS 시인으로 활발히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가 있었다. 최대호와 비슷한 듯 하지만 다른 느낌을 지닌 하상욱이 주인공이었다. 때문에 그에게는 한동안 ‘제2의 하상욱’이라는 수식어가 붙곤 했다. 단순히 SNS를 통해 시를 올린다는 이유만으로 엮인 것이었다.
“하상욱 시인과 엮이는 것이 처음에는 좋은 점, 싫은 점 반반이었어요. 좋은 것은 ‘제 2의 누군가’가 될 수 있다는 점이었죠. 하지만 그와 나는 전혀 다른 시를 쓰고, 형식도 다른데 함께 엮이는 점이 불편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좋은 점이 더 커요.”
사실 최대호의 시가 매력적인 이유는 다양한 감정을 담아낸다는 것에 있었다. 연애와 관련된 시들이 주목받곤 했지만 그는 국한되지 않으려 했고, 가족-친구-인생 등 다양한 부분을 담아냈다. 그의 시에는 특이한 점은 없었지만 보통의 시보다는 특별한 것이 있었다. 특히 반전이라면 반전인 마지막 문단은 최대호 시의 ‘정점’이었다.
“소재요? 소재는 항상 생각나는 걸 적어둬요. 제 시의 포인트는 마지막 문장이에요. 그래서 마지막 문장에 사용할 소재를 노트나 휴대전화 메모에 꼭 적어둬요. 소재들만 잘 잡는다면 시를 한 편 쓰는 데 걸리는 시간은 5분이면 충분해요, 좋은 소재를 찾는 게 힘들죠. 그래도 지금까지 쓴 것 중에 아쉬운 작품은 없어요. 다 만족해요. 몇 번 고치냐는 질문을 받는데, 많아도 한두 번 정도 고치는 게 끝이에요. 한번 쓴 작품은 잘 바꾸지 않아요. 제가 처음에 썼던 글이 맞다고 생각해요.”
그는 자신의 시에 대해 ‘처음에 썼던 글이 맞다’고 여겼지만, SNS 유저들이 모두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페이스북부터 인스타그램, 카카오 스토리까지 사용 중인 그에게는 다양한 호평 혹은 혹평이 함께했다. SNS의 특성상 시 업로드 후 쏟아지는 피드백은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비판 의견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였다. 그는 “수만 명의 입맛을 다 맞출 수는 없잖아요”라고 웃어 보이는 여유까지 있었다.
“그런데 사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서 신기할 정도로 악플이 없는 편이에요. 그나마 혹평이 있는 곳은 카카오스토리인데, 소재에 대한 지적이 있는 편이죠. 사실 입맛에 맞지 않는 반찬이 있다면 누구나 마음에 들지 않아 하잖아요. 제 시 역시 마찬가지더라고요. 워낙 다양한 소재를 쓰다 보니 본인의 취향에 맞지 않으면 ‘생각 안 나면 쓰지 말라’고 지적해요. ‘초심을 잃었다’는 말도 있는데, 별로 공감하지 않고요. 제가 초심을 잃었더라면 꾸준히 시를 쓰지 않았을테니까요. 그래서 오히려 좋은 말, 칭찬, 호평을 보는 편이지 악플에 연연하지는 않아요.”
꾸준히 자신이 쓰고 싶던 시, 하고 있던 생각을 말한 그는 자신의 책을 내는데 성공했다. 미술을 전공한 동생에게 삽화 도움을 빌려 ‘읽어보시집’이라는 시집을 출간한 것. 비록 정식 출간이 아니지만, 어쨌든 그는 자신만의 책을 가지게 되었다.
“사실 인생의 목표가 두 가지였어요. 100개 국가 이상 여행하기와 내 이름으로 된 책내기. 근데 일반인 중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된 책을 내는 사람이 많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SNS를 통해 인기를 끈 시들로 인해 하나의 목표를 이루게 된 거죠. 아 그리고 사실 제 시집의 원제는 ‘읽으면 시집가는 시집’이었어요. 정말 여성만 대상으로 한 느낌이었고, 조금 신선함이 필요해 인친(인스타그램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했어요. 그리고 그 곳에서 ‘읽어보시집’이라는 제목이 탄생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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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설레는 시를 쓸 거예요. 취업을 한다면 직장인의 이야기도 쓰고 싶어요. 하상욱 시인은 직장인의 애환을 녹여내는데 전 지금 백수니까 그게 안 되잖아요. 아는 만큼만 쓸 수 있으니까. 취업해서 더 많은 공감대를 이루고 싶어요. 봐주는 사람만 있다면 하고 싶은 일 하며 시를 계속 쓰는 게 꿈이죠.”
안성은 기자 900918a@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