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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들의 연기는 삼촌과 이모들 마음을 눈 녹듯 녹인다. 순수한 아이들의 예상하지 못했던 아이디어가 등장했을 때 “유레카!”를 외쳐야 한다. 웬만한 영화에서 사람들보다 연기 잘한다는 강아지까지 등장하고, 또 귀여우니 금상첨화다.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감독 김성호)이다.
어느 날 갑자기 아빠와 집을 잃고 엄마(강혜정), 동생 지석(홍은택)과 함께 미니 봉고차에서 살게 된 10살 소녀 지소(이레). 가족이 오순도순 살 집을 구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친구 채랑(이지원)과 생각을 하다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아주면 사례금을 준다는 전단을 보고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개를 훔쳤다가 ‘짜잔!’ 하고 돌려주는 것.
물론 개를 잃어버려도 금방 다시 사지 않을 어중간한 부잣집, 들고 뛰기에 적당한 크기의 개가 타깃이다. 지소는 엄마가 일하는 레스토랑 마르셀의 주인(김혜자)이 애지중지하는 개를 목표로 했다.
개를 훔치는 방법은 완벽하진 않지만, 두 소녀의 시선에서 보면 꽤 기발하다. 훔치는 계획을 세우고 방법과 도주, 전달까지 철저하게(?) 시뮬레이션하는 아이들의 생각이 앙증맞다. 어른들의 마음을 자극한다.
속속 등장하는 아이들의 생각(가령 평당 500만 원이라고 쓰인 전단에서 평당이 어느 지역인지 궁금해하고, 진짜 그 돈이면 이 집을 살 수 있다고 행복해하는 등)은 또 어떻고. 아이들의 생각과 행동이 귀엽고 재미있으며 즐겁다.
극 중 채랑은 “이름에 ‘석’자가 들어간 사람 치고 똑똑한 이 없다”는데 지소의 동생 지석이 계획에 아주 정확한 딴죽을 걸고 난감해 하는 누나들의 표정도 관객의 마음을 녹여 버린다. 날카로운 신경을 무장 해제시켜 버린다.
영화 ‘소원’에서 훌륭한 연기를 선보인 이레는 이번에는 비슷한 또래의 이지원, 홍은택과 완벽한 하모니를 선보인다. 김혜자, 최민수, 강혜정, 이천희 등 어른 연기자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아이
미국 여류작가 바바라 오코너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한국 정서에 맞게 각색됐다. 단순한 이야기인 영화이지만 내 집 마련, 해체된 가족, 실업 등 현실적인 문제들까지도 자연스럽게 녹아냈다. 해결 방법은 모두가 알겠지만 사랑이다. 온가족이 마음을 빼앗길 만한 작품이다. 109분. 전체 관람가. 31일 개봉.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