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쎄씨봉’ 촌스러워 매력적인 ‘그때 그 시절’

[MBN스타 정예인 기자] 영화 ‘쎄시봉’이 70년대의 촌스러움을 제대로 표현해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쎄씨봉’은 조영남, 윤형주, 송창식, 이장희 등 70년대 포크 열풍의 주역들을 배출한 음악 감상실 쎄시봉을 배경으로 ‘트리오 쎄시봉’과 ‘트윈 폴리오’ 등의 그룹이 탄생하게 된 이야기를 그렸다.

극중 윤형주(강하늘 분)와 송창식(조복래 분)의 만남은 시작부터 살벌하다. 두 사람은 성격이 정반대인 탓에 목소리를 높여가며 싸우기 바빴지만, 노래만 부르면 환상적인 화음을 선보였다. 이를 본 이장희는 프로듀서를 자처하고, 오근태(정우 분)를 ‘쎄시봉 트리오’에 합류시키면서 본격적인 공연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 사진=쎄시봉 포스터/스틸컷

노래에는 전혀 관심 없던 오근태가 쎄시봉에 참여하기로 결심한 데는 이유가 있다. 쎄시봉의 뮤즈 민자영(한효주 분)에 마음을 빼앗긴 것. 그 때부터 오근태는 기타 연습과 작곡 연습에 매진한다. 민자영에 잘 보이고 싶어 연신 기타의 F코드를 잡아대는 오근태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오근태는 윤형주, 송창식, 조영남(김인권 분) 등과 달리 원활한 스토리 흐름을 위해 만들어 낸 가상의 인물이다. 그래서인지 오근태는 디지털 세대는 이해할 수 촌스러운 순정남이다. 사귀지는 않아도 ‘썸’은 탈 수 있고, 헤어지고 나서도 ‘쿨’하게 친구로 지낼 수 있는 세대가 보기엔 무식할 정도로 애틋하다.

오근태는 자신을 버리고 다른 남자와 결혼한 첫사랑에게 결혼 축하 케이크를 전하고, 그 여자가 험한 일을 겪지 않도록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진다. 이 캐릭터는 ‘쎄시봉’이 자칫 근대 음악사를 다루는 흐름으로 넘어갈 수 있는 이야기 중심을 단단히 잡아준다. 동시에 오근태와 민자영의 로맨스는 ‘하얀 손수건’, ‘웨딩 케이크’,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그건 너’ ‘딜라일라’ 등 쎄시봉의 곡을 허투루 듣게 하지 않는다.

‘쎄시봉’의 촌스럽지만 투박해서 진정성 있는 아날로그 사랑 이야기는 관객의 전 연령층을 공약한다. 5060세대에게는 공감할 수 있어 좋고, 2030 세대에게는 접하지 못한 새로운 사랑 이야기라 신선하다. 극중 풋풋했던 정우와 한효주가 중년의 김윤석과 김희애로 변해 다시 마주치는 장면은 다소 식상하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첫사랑에 울고 웃는 그때 그 시절 청춘을 엿볼 수 있어서 좋다. 2월5일 개봉.

정예인 기자 yein6120@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