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정선 기자] 시사회 이후 평단의 호평을 받았던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 스크린에서 종적을 감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개훔방’은 개봉이 임박해 소수의 극장에서 예매를 시작했고 타 영화에 비해 예매율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적은 스크린을 배정받았다. 뿐만 아니라 스크린의 일부는 일명 ‘퐁당퐁당’ 교차 상영이 이루어졌으며 개봉 2주차부터는 조조/심야 시간대로 밀려났다. 자연스럽게 좌석점유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상영관이 대폭 축소된 것이다.
‘개훔방’의 개봉 스크린 수는 불과 205개. 당연히 관객들이 영화를 접할 기회가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개훔방’의 개봉날인 지난해 12월31일 개봉 당시 이미 스크린을 과다 점유하는 흥행하던 영화가 있었고 새로 개봉하는 영화도 많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한 멀티플렉스는 ‘개훔방’ 측에 온관 상영(1개 스크린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개훔방’을 계속 상영) 조건으로 적은 스크린 수를 받겠느냐, 반관(1개 스크린에서 ‘개훔방’과 다른 영화가 교차 상영되는 것) 조건을 포함해 스크린 수를 조금 늘리겠느냐는 제안을 했고, ‘개훔방’은 입소문을 믿었기 때문에 조금 더 많은 스크린을 열 수 있는 반관을 택했다.
실제 지난해 12월31일 개봉 당시 ‘개훔방’ 상영 회차를 심야 두 번(밤 11시35분, 자정을 넘긴 1시55분)만 배정한 경기 지역의 한 CGV 4관도 ‘개훔방’의 205개 개봉 스크린 수에 포함된 식이다. 이 극장의 ‘4관’은 관람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낮과 저녁엔 다른 흥행 영화를 상영했다.
아이러니한 것은 SNS를 통해 ‘개훔방’에 대한 호평과 상영 요청이 들끓었던 개봉 2주차에는 거꾸로 ‘개훔방’의 스크린이 줄어들었다는 것. 이때는 ‘개훔방’의 온관 상영 극장이 거의 없어진 상태였다.
물론, 관객들이 많이 찾는 영화를 많이 상영하는 것이 극장 측의 당연한 목적이다. 하지만 대기업 투자·배급사의 영화가 이 같은 스크린의 물량 공세를 주도해 작품의 완성도와 감흥으로 ‘보고 싶은 영화’를 만드는 게 아닌, 스크린 몰아주기로 흥행 실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영화계의 가장 큰 비판 요소다.
단적인 예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CGV와 롯데시네마가 각각 모기업이 투자·배급한 영화에 스크린을 몰아줬다며 55억원(CGV 32억원, 롯데시네마 2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이러한 극장가의 불공정한 게임이 계속된다면 ‘개훔방’과 같은 사례가 더욱 많아질 것이며, 다른 좋은 영화들 역시 관객과 만날 기회가 줄어들고, 결국은 영화의 다양성이 사라지는 최악의 사태를 맞는 것도 불가피하다.
박정선 기자 composer_js@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