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개그맨 심형래가 tvN ‘SNL코리아’의 설 특집 편에 출연했으나 큰 반응을 이끌지는 못했다.
지난 21일 오후 ‘SNL코리아’ 2회에서는 심형래가 호스트로 등장해 크루들과의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그려졌다.
심형래는 ‘아티스트 심형래’ 코너에서 영화 제작 투자를 받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감독으로 나타났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영화 작품들을 소개할 때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니까 못하는 것’이라는 자신의 명언을 활용해 웃음을 자아냈다. 임금 체불 사건이나 애국심 마케팅 논란을 소재로 삼으며 강도 높은 ‘셀프 디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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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SNL코리아 방송 캡처 |
이봉원, 심현섭, 정종철, 황기순은 ‘나는 개그맨이다’ 코너에 심형래와 함께 출연해 왕년의 개그들을 유감없이 뽐냈다. 오랜만에 보는 ‘시커먼스’ 이봉원, ‘사바나 추장’ 심현섭, ‘개인기 제조기’ 정종철의 활약은 반가움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이외에도 김준현, 안영미, 정상훈 등의 후배 연예인들이 KBS2 ‘불후의 명곡’을 패러디한 ‘불후의 영구’ 코너에서 심형래의 영화를 패러디하거나 그가 선보였던 개그 캐릭터를 패러디하면서 심형래를 도왔다.
심형래를 호스트로 소개하는 신동엽은 “제가 맨 처음 개그를 시작할 때 심형래 선배님 코너에 출연했었다”고 과거를 회상하며 한 자리에 서게 된 것을 영광이라고 밝히며 그를 향한 존경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SNL코리아’ 표현대로 심형래는 그야말로 ‘개그계의 전설’이다. 그는 지난 1982년 개그맨으로 데뷔한 뒤 많은 유행어를 배출하며 1990년대 방송가를 주름잡았다. 이후 영화감독으로 변신, 영화 ‘디워’ ‘용가리’ 등을 제작해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아쉽게도 영화의 성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심형래는 자신이 설립한 영화사 영구아트가 폐업한 후 직원들로부터 임금 체불로 고소를 당하고, 작년 파산 신청을 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한동안 영화 제작에 매진했던 심형래는 브라운관에 얼굴을 비칠 새도 없이 방송을 잠정 중단해야 했다.
그런 심형래에게 이번 ‘SNL코리아’ 출연은 ‘연예계 복귀’라는 의미가 담긴 도전이었다. 그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보는 이들마저도 ‘저렇게 해도 괜찮을까’ 싶은 셀프디스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복귀를 위한 비장의 카드인 셈이다.
하지만 이번 ‘SNL코리아’ 출연은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심형래는 콩트나 슬랩스틱 개그에 능하다. 하지만 ‘SNL코리아’는 패러디나 풍자 등으로 유명한 프로그램이다. 스타일이 다른 심형래와 ‘SNL코리아’의 조합에 많은 시청자는 “보는 내내 어색했다”는 평을 내놨다.
친아들이 아닌 김준현을 교묘히 미워하는 신동엽의 이야기를 그린 ‘허삼관’에서 뜬금없이 심형래가 나와 개연성 없는 슬랩스틱 개그를 보인 것이나 ‘나는 개그맨이다’에서 ‘영구 없다’는 유행어를 남기고 무대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설정은 흐름을 끊기게 했다는 지적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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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SNL코리아 방송 캡처 |
일각에서는 “심형래가 복귀를 알리는 프로그램으로 ‘SNL코리아’가 아닌 KBS2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이었다면 더 좋지 않았겠느냐”는 반응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개콘’에서는 ‘닭치고’와 같은 슬랩스틱 개그 코너들이 있기 때문에 심형래의 개그 코드와 일맥상통하다는 이유에서다.
‘SNL코리아’의 주된 시청층이 심형래의 개그와는 동떨어진 세대라는 점도 두 요소가 제대로 섞이지 못한 이유가 됐다. ‘SNL코리아’를 주로 시청하는 이들은 2030세대다. 심형래가 활약했던 ‘유머 일번지’가 기억에 어렴풋한 세대다. 하지만 ‘개콘’은 케이블 프로그램인 ‘SNL코리아’보다는 좀 더 다양한 세대들을 고정 시청자로 지니고 있다. 그만큼 심형래의 개그에 좀 더 공감할 수 있는 시청자들이 많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SNL코리아’에게도, 심형래에게도 이번 콜라보레이션은 도전이었다. 하지만 도전이 성공으로는 끝나지 못해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 다소 아쉬움이 남는 복귀를 알린 심형래의 다음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