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마치 영화를 보는 듯 감각적인 연출과 2014 MBC 극본공모 당선작에 빛나는 탄탄한 스토리, 그리고 배우들의 남은 연기호흡까지, 처음부터 ‘때깔’이 다른 드라마가 왔다.
학교폭력에 고통 받는 여고생 딸 아란(김유정 분)을 구하기 위해 직접 학교로 뛰어든 엄마 강자(김희선 분)의 이야기를 그리는 MBC 수목드라마 ‘앵그리맘’이 18일 첫 선을 보였다.
강자는 싸우는 남자들을 거침없는 욕설로 제압하고, 자신에게 달려드는 남자들을 가볍게 제압할 수 있는, 그야말로 이 세상에서 무서울 것도 겁날 것도 없는 억척 주부이다. 그런 강자가 유일하게 이길 수 없는 존재가 있으니 바로 자신의 딸 아란이다. 내 입에 들어가는 밥보다 아란의 입에 들어가는 밥이 더 맛있다는 강자에게 있어 아란은 더 사랑하기 때문에 언제나 질 수밖에 없는 귀한 딸이다.
그런 딸 아란에게 위기가 닥쳤다. 바로 아란이 친구 이경(윤예주 분)과 함께 왕따가 되면서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된 것이다. 아란은 이를 가족들에게 감추고 피하기에 급급하고, 이 과정에서 “엄마가 너에게 뭐 잘못한거 있냐”며 서운해 하는 강자에게 “엄마가 엄마인 게 잘못”이라며 가시 돋친 말을 하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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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쌀쌀맞아 지는 딸의 태도에 속이 상한 강자는 옷도 갈아입지 않고 잠든 아란을 바라보다 온 몸에 가득한 상처들을 발견하게 된다. 귀한 딸이 학교폭력을 당한다는 사실에 화가 난 강자는 그 길로 학교를 찾아가 불같이 화를 내며 길길이 뛰지만 돌아오는 건 가해학생의 뒤에는 무시할 수 없는 세력이 있다는 말 뿐이다. 참다못한 강자는 경찰서에까지 가서 학교폭력을 신고하지만 경찰서에서 역시 “증거가 부족하다”는 답변뿐, 해결에 대해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결국 강자는 친분이 있는 판사까지 찾아갔으나, 오히려 그 곳에서 법 이면에서 펼쳐지는 학교폭력의 실태와, 가해학생은 떳떳하게 살고 피해학생은 오히려 학교폭력을 신고해 보복을 당하다가 결국 자살을 하는 등 충격적인 현실을 목격하게 된다.
강자는 자신의 힘과 권력, 그리고 현재의 사회 구조로는 아란을 학교폭력의 그늘에서 구할 수 없다는 사실에 절망한다. 그러다가 강자는 책상 밑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아란을 발견하고 눈물을 쏟게 된다.
결국 무엇인가를 결심한 듯 강자는 한 나이트클럽으로 향한다. 자신을 막는 세력들을 가볍게 제압한 강자는 “네 보스한테 가서 전해. 벌구포 사시미 왔다고”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며 앞으로의 전개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강자가 학교를 들어가기 전, 왜 그녀가 법이 아닌 스스로 고등학생이 돼야 했는지의 과정을 보여준 첫 방송은 무거운 주제와는 달리 감각적인 영상과 부드러운 재즈 선율은 자칫 마냥 심각해질 수 있는 극의 분위기를 지나지게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선을 조율하면서 극의 몰입을 높였다. 전작인 드라마 ‘남자를 사랑할 때’ ‘호텔킹’에서 보여주었던 최병길 PD의 부드러우면서도 세련된 연출실력은 ‘앵그리맘’에서 빛을 발했으며, 코믹한 장면 역시 지나치지 않게 극의 내용과 적절히 어우러지며 재미를 더했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극에 절묘하게 녹아 들어갔다. 걸그룹 애프터스쿨의 멤버인 리지는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일진 정희를 코믹하면서도 결코 과하지 않게 표현했으며, 또 다른 아이돌 비원에이포(B1A4)의 멤버 바로 역시 교실의 최고 권력자 상태를 무게 있게 표현하며 한층 안정된 연기력을 보여주었다.
지현우 역시 절대 동안인 강자를 계속해서 여고생으로 착각하고, 아이들의 반항에도 거침없이 흔들리면서도 환하게 웃는 순수 청년 노아를 소화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호구’라고 불릴 정도로 착해도 너무 착해 때로는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기 일쑤이지만 그럼에도 늘 긍정적인 노아를 연기하는 지현우의 모습에는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나쁜남자’의 그림자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극의 중심이 되는 강자 역의 김희선과 딸 아란 역의 김유정 역시, 현실에서의 엄마와 딸의 관계를 잘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높이는데 일조했다.
한편 ‘앵그리맘’은 매주 수, 목 오후 10시에 방송된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