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여수정 기자] 다큐멘터리 영화는 많았지만 이처럼 보는 내내 불안하고 미리 겁먹게 되는 작품은 별로 없었다. 작품 속 주요 배경이 한국이 아닐지라도 말이다.
영화 ‘후쿠시마의 미래’는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취재한 작품이다. 단어만 들어도 무서운 ‘원전사고’에 대해 가감 없이 노골적으로 담아냈다. 때문에 보는 내내 불안하고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 다른 나라의 정부가 미울 지경이다.
무엇보다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를 100% 살려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겪은 주민들의 복잡한 심경을 철저하게 제3자 입장에서 풀어내 심각성은 살리면서도 묘하게 그들의 고통스러운 삶에 동화되곤 한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에 대한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다뤄지지만 단순히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닌 한국에서도 언제 벌어질지 모르는 일이기에 경각심까지 불러일으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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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포스터 |
그 어떤 작품에서도 시민들의 불안감 증가 때문에 대놓고 원전사고의 심각성을 언급하지 못했다. 그러나 ‘후쿠시마의 미래’는 이를 해냈다. 그래서 늘 죽음의 공포에 떨게 만드는 방사능의 어마어마한 존재감을 피부에 와 닿게 돕는다.
방사능의 위험성을 노골적으로 언급해주기에 영화는 자칫 무겁다. 그러나 자신의 몸이 왜 이렇게 아픈지 모른 채 그저 해맑게 웃는 아이들의 모습이 분위기를 환기시켜준다. 그래서 ‘방사능 때문에 힘들지만 아이들의 미소와 미래 때문에 그저 노력하지요’라는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쉽게 짐작할 수도 있다. 거기에 “후쿠시마를 덮고 있는 방사능보다 올바른 정보를 알리지 않고 진실을 숨기려는 정부의 태도가 더 불안하다”며 국민의 안전을 위한다면 쉬쉬하는 소극적인 정부가 아닌 현실의 문제점을 언급하며 함께 해결책을 물색하는 적극적인 정부가 나타나야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영화를 보고 가장 관심을 가져야 될 부분은 소극적인 정부 때문에 결국 피해자이자 국민이 직접 나서며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또한 원전사고는 전 세계적 문제라는 것이다.
한국도 23기의 원전이 가동 중이다. 단위면적으로 볼 때 가장 많으며 2024년에는 총 42기로 증가한다고 한다. 그러니 이웃나라의 원전사고에 그저 안타까워할 수 없다. 결국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혹시 모를 사고를 위해 늘 안전에 주의해야 하며 무엇보다 정부의 솔직하면서도 적극적인 태도가 모두에게 큰 힘이 된다는 것이다.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관객에게 “안전을 위해서라지만 진실을 숨기는 게 정답인가?”라고 질문을 던지며 정답을 기다리고 있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