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상회’·‘화장’·‘약장수’가 전하는 웃음과 감동, 재미, 생각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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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듦, 치매, 병, 고령화, 고독사…. 한국사회가 마주한 현실의 단어들이다.
고령화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우리나라의 일부 단면을 스크린으로 옮긴 한국영화 3편이 관심을 끈다. 영화 ‘장수상회’와 ‘화장’, ‘약장수’다. 각기 다른 소재와 내용, 방법으로 영화를 풀어 재미와 감동,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지난 9일 개봉한 ‘장수상회’는 70세 연애 초보 성칠(박근형)과 그의 마음을 흔든 꽃집 여인 금님(윤여정)의 인생 마지막 로맨스를 그린다. 20~30대 젊은 관객이 노인들의 사랑이야기에 관심 없을 법하지만, 꼭 그 이야기에만 집중한 건 아니니 관심을 가질 만하다.
후반부 반전은 관객의 감정과 맞아떨어져 눈동자를 흔들리게 한다. 우리 사회가 직면할 수 있는 이야기를 영화적 기법으로 영리하게 풀어냈다. ‘태극기 휘날리며’, ‘마이웨이’ 등으로 유명한 강제규 감독이 블록버스터의 압박을 내려놓고 감동과 눈물, 재미를 전한다.
역시 9일 개봉한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화장’은 이전 연출작들과는 약간 다르다. 세련됐다고 할까. 노장이 고민한 흔적과 깊이를 알 수 있다.
병으로 죽어가는 아내(김호정)와 연정을 품고 있는 젊은 여자 추은주(김규리) 사이에서 고민하고 방황하는 한 중년 남자 오상무(안성기)의 이야기를 다뤘다. 쇠약한 아내는 용변을 처리하지 못해 남편에게 도움을 받고, 자신의 몸을 씻겨주는 남편에게 수치심과 함께 미안함을 느끼는 화장실 신이 특히 압권이다. 두 여자 사이에서 고민하고 갈등하는 남자의 심리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비참한 아내의 상황이 관객에게 복잡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23일 개봉 예정인 ‘약장수’는 신예 조치언 감독의 데뷔작이다. 할머니들에게 각종 건강식품과 생활용품을 파는 홍보관 ‘떴다방’에 취직해 ‘가짜 아들’을 연기하는 소시민 가장 일범(김인권)의 생존기를 그렸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몇몇 단면들이 그대로 드러난다.
특히 고독사하는 노인 문제를 인상 깊게 다뤘다. 검사 아들을 뒀고 ‘장한 어머니상’까지 받았지만 외로운 할머니 옥님(이주실). 툭하면 바쁘다는 아들 부부에게 싫은 소리 하지 않는 엄마다. 옥님은 떴다방에서 오전과 오후 2시간씩 놀아주는 가짜 아들이 그리 반가울 수 없다. 진짜 아들에게 “애미랑 2시
병맛 코드로 B급 웃음을 터트리거나, 때리고 부수며 시간을 보내는 팝콘무비 등이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 현실을 반영한 영화들의 등장도 함께 뭔가를 고민하게 하니 반가울 만하다.
jeigu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