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tvN에서 육아예능 프로그램을 낸다고 했을 때 제일 많은 반응은 이거였다. 또, 육아예능?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조금 다르다. 아이와 가족이 예쁘게 담긴 게 아니라 엄마의 전쟁에 가까운 고군분투가 담겨있어서다. 바로 tvN ‘엄마사람’ 이야기다.
‘엄마사람’은 지난 1일부터 시작한 4부작짜리 파일럿 예능 프로그램이다. 4부작에 불과한 프로그램인데 왜 이리 유난이라고 한다면, 지금 엄마들의 ‘엄마사람’ 사랑을 직접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엄마사람’을 검색하면 유난히 블로그에서 반응이 뜨겁다. 우리나라 블로그 중 50%가 육아 블로그라는 말이 허구는 아닌 모양이다. 많은 엄마들이 “내 첫째 키울 때 생각나”라는 말을 끌어올린 ‘엄마사람’의 조짐이 심상찮다. 이를 만든 박종훈 PD에 ‘엄마사람’의 반응을 잘 알고 있는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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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CJ E&M |
“파일럿 프로그램치고는 반응이 좋다고 생각한다. 처음에 프로그램을 만들 때 ‘엄마들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3040엄마들을 잡아야 하는 게 목표였다. 그런데 다행히도 엄마들의 반응이 좋아서 그 부분이 가장 좋다. 처음 만들 때에는 ‘과연 아빠들은 볼까, 엄마가 아닌 시청자도 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고민도 많이 했다. 하지만 이는 ‘엄마들이 프로그램을 보면 다른 시청자층은 자연히 따라오게 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엄마들 반응은 좋다. 특히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필연적으로’ 아이를 키우는 작가들을 써야한다.(웃음) 공감하는 포인트가 ‘엄마’가 아닌 작가들이 아니면 잡기 힘든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엄마’ 작가 분들의 주변에서 반응이 많이 들어온다. 정말 많이 공감을 한다, 어떻게 이렇게 내 마음을 담았냐는 문자를 많이 받았다고 하더라.”
‘엄마’인 작가진에게 특히 많은 문자를 받고 있다며 ‘허허’ 웃는 박종훈 PD에게 왜 하필 ‘육아 예능’을 집어 들었는지 물었다. 지금 각 지상파 방송사에서 하나씩은 쥐고 있는 포맷이 바로 ‘육아예능’일 정도로 이미 포화상태기 때문이다. 이에 박 PD는 “사실 애초 기획했던 건 육아예능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처음 기획할 때에는 육아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애초에는 ‘엄마에 집중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자’가 모토였다. 여자는 결혼을 하는 순간 모든 인생이 변한다고들 한다. 그런데 정작 엄마들은 그 순간이 아니라 아이가 내 뱃속에서 나온 순간 180도 인생이 변한다고 말을 하더라. 그럼 그 이후에 가장 치열할 때의 인생을 한 번 그려보자 싶었다. 그렇게 생각해보니 엄마들이 가장 힘들 때가 딱 ‘엄마사람’ 출연자들의 아기만한 나이의 자녀를 키우는 순간이더라. 그러니 자연스럽게 육아예능으로 흘러갔다. 그리고 사실 처음 기획은 제 경험에서 비롯됐다. 저는 8살, 4살 아이의 아빠다. 아이들이 잔병치레를 많이 하는데, 하루는 아이가 아픈 상황에서 아내를 못 도와줬다. 저도 늦게 들어와 막 잠든 순간이었기 때문에 눈은 떴는데 일어나질 못하겠더라. 그런데 그 순간 ‘아내가 지금 내 마음 속 갈등을 알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가 ‘그럼 지금 아내는 무슨 생각을 할까?’라는 궁금증으로 번졌다. 그 때 갑자기 일어나서 기획안을 쓴 거다. 아이를 봤어야 했는데.(웃음) 그렇게 ‘엄마’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만든 프로그램이 바로 ‘엄마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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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엄마사람 방송 캡처 |
이렇게 개인적인 경험이 출발점이 된 ‘엄마사람’은 특히 황혜영, 현영, 이지현 세 엄마의 활약으로 엄마들의 ‘진짜 고군분투기’를 담을 수 있었다. 이들은 노 메이크업에 다크서클이 이만큼이나 늘어진 얼굴을 하고 옷차림도 목이 늘어난 티셔츠를 그대로 입고 카메라 앞에 섰다. 연예인들이 이렇게까지 자연스러운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건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터. 어떤 기준으로 이들을 섭외했고, 어떤 과정을 거쳤길래 이 세 연예인은 연예인의 모습을 버리고 ‘엄마’의 모습으로 등장하게 된걸까.
“다른 육아예능들과 달리, 엄마들이 진짜 생활하는 그 모습을 담고 싶었다. 그래서 프로그램 출연진을 섭외할 때도 메이크업한다는 엄마들은 배제했다. 우리는 엄마와 아이가 ‘노는’ 모습뿐만 아니라 ‘생활’을 하는 모습을 그려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연예인들이 자신의 많은 것을 놔줘야 한다. 그렇게 보여질 수 있는 사람들을 섭외하다보니 세 분을 섭외하게 됐다. 진짜 엄마들의 생활을 담자는 기획을 잘 이해해줬다. 황혜영 씨 섭외를 할 때가 기억이 많이 난다. 처음에 황혜영 씨가 ‘집이 정말 지저분하다’고 말하시기에 ‘우리가 감안하겠다’하고 방문을 했는데 정말 정리가 안 돼 있으셨다. 노 메이크업에.(웃음) 지금 카메라 안의 그 상태로 우리를 맞아주셨다. 가서 보니 진짜 고생을 하고 있는 게 눈에 보이더라. 그래서 ‘지금 이대로의 모습을 담고 싶다’고 말했고, 황혜영 씨도 알겠다고 했다. ‘메이크업도 굳이 하지 말라’고 말했는데 그 사이에는 잠깐 고민을 하시긴 했지만.(웃음) 그런 과정을 거쳐 섭외를 하게 됐고, 황혜영 씨는 층간 소음에 격한 발언을 하는 ‘진짜 엄마’로 카메라 앞에 서게 됐다.”
세 연예인의 결심도 대단했고, 이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고자 했던 제작진의 결의도 남달라 보였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육아예능은 상당히 많이 포진돼 있는 프로그램이다. 대중들의 피로도가 상당히 높은 상태라는 건 두 말 할 것도 없다. 이런 포화 시장에 새삼 뛰어든다는 것이 부담이 많이 됐을 듯 했다. 박종훈 PD도 “물론 부담감은 있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대중 사이에서 육아 프로그램의 피로도가 높은 상태라 부담감은 있었다. 엄마의 얘기를 했었지만 그림은 육아예능으로 흘러갔다. 그래서 어떻게 차별화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무엇보다 다른 프로그램보다 ‘리얼’하게 가는 것으로 포인트를 뒀다. 예를 들어 이지현 씨가 문화센터를 가는 장면이 그려지는데, 초보 엄마들 특유의 ‘뻘쭘함’도 담길 수 있고, 적응하는 모습을 담기도 한다. 나중에는 베이비시터 구하는 문제 같이 실제적인 문제들이 등장한다. 세 출연자의 특성도 다르고, 연령대도 다 다르다. 그런 만큼 다양한 엄마들의 이야기를 담을 수도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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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엄마사람 방송 캡처 |
무엇보다 ‘리얼’한 엄마들의 일상을 담는 게 프로그램의 핵심이자 무기였다는 박종훈 PD. 그는 컬투의 내레이션, 아이들의 시선에서 엄마를 바라보는 장면 등도 이런 엄마들의 일상을 더 실감나게 그리는 장치라고 말했다. 그 중 현실감을 높이는 데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장치는 바로 ‘엄마공감단’의 존재였다. 실제 엄마들이 미리 만든 세 엄마의 영상을 보고 직접 토크를 벌이는 게 프로그램 중간에 삽입이 되는 형태가 바로 ‘엄마공감단’이다. 박종훈 PD는 이를 ‘신의 한 수’라고 표현할 정도로 큰 만족도를 드러냈다.
“‘엄마공감단’이 의외로 신의 한 수가 됐다.(웃음) 예능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만들 때의 1순위는 어쨌든 재미였고, 2순위는 공감이었다. 엄마들이 공감을 하지 못하면 프로그램이 망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만들고 보니 ‘조금 공감을 될 것 같은데 진짜 공감을 할까’ 궁금증이 일더라. 그래서 먼저 한 번 보여주는 차원으로 공감단에 보여줬다. 그 때에 ‘프로그램에 한 번 써볼까’ 싶어서 촬영도 함께 한 거다. 그런데 엄마들의 즉각 반응이 대단하더라. 엄마들이 모여서 토크를 벌이는 것도 정말 재밌었다. 특히 이지현 씨의 첫째 이야기가 나올 때에는 공감단이 전부 다 울었다. 둘째가 없는 분들도 함께 울더라. 또 프로그램을 보면서 간혹 엄마들이 ‘저기 출연하는 엄마들은 우리와 다른 생활을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고, 엄마가 아닌 사람들이 출연진을 보고 ‘실제 엄마들과 저기의 연예인 엄마들의 생활이 진짜로 같아?’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 부분도 검증을 받고 싶었다. 그런데 출연진의 모습을 보면서 공감단의 엄마들도 공감을 해준다. 이걸 보면서 엄마가 아닌 다른 시청자층도 ‘아, 엄마들의 삶이 이것과 비슷하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드는 장치도 되고, 다른 일반 엄마들의 경우는 공감단의 토크에 함께 참여해서 ‘맞아, 맞아’하고 공감할 수 있다고 했다. ‘리얼’의 요소를 높이는 장치가 됐다.”
이처럼 공감대를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엄마사람’을 보고 있으니 문득 왜 하필 ‘엄마사람’이 제목일까 하는 궁금증도 함께 일었다. ‘엄마사랑’이라고 간혹 잘못 찾아보는 사람도 꽤 되는지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엄마사람’의 연관 검색어로 링크돼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만큼 ‘엄마’와 ‘사람’이라는 단어의 조합은 꽤나 생소하다. 박종훈 PD는 이에 “중의적인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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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엄마사람 방송 캡처 |
“일단 ‘엄마도 사람이다’라는 의미도 있다. 옛날에 ‘여자사람, 남자사람’이라는 단어가 유행할 때가 있었다. 그게 대상을 하나의 사람으로 보는 게 아니라 ‘객체’로 보는 거다. 마찬가지로, ‘엄마사람’도 인류상에서 하나의 객체라고 생각했다. 엄마라는 객체만을 바라보자는 의미를 담기 위해 제목을 달았다. 인류를 두 가지로 나눈다면 엄마인 사람과 엄마인 사람으로 나눌 수 있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 의미를 담기에도 ‘엄마사람’이라는 제목이 적절했다. 엄마라는 단어 자체가 짠한 게 있는데 내가 실제로 몰랐던, 내가 엄마가 되어보니 비로소 알게 된 ‘엄마도 나와 같은 사람이었구나’라는 입장도 담고 싶었다.”
그렇게 치열하게, 그리고 고집스럽게 ‘엄마’를 담고 싶었던 박종훈 PD의 ‘엄마사람’은 정규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육아 예능이나 일일드라마 등 주부 시청층을 찾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는 tvN에게는 ‘엄마사람’의 화제성이 더욱 눈여겨 볼만 한 일이기도 하다. “아직은 좀 더 두고봐야 하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엄마사람’의 정규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박종훈 PD에게 ‘엄마사람’의 최종 목표를 물었다.
“대한민국 엄마들이 다 봤으면 좋겠다. 다양한 세대를 아우르고 하는 것도 좋지만, 대한민국 엄마들이 다 보고 공감해주면 그걸로 족하다는 생각이다. 프로그램을 만들 때 주변에서 많은 피드백을 받았는데 ‘엄마를 생각해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줘서 정말 고맙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 게 굉장히 뿌듯하더라. 평소에 아내에게 프로그램을 만들면 잘 얘기를 안 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아내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니까 그것도 기분 좋다.(웃음) 아기들을 키우는 엄마들이 몸으로 힘든 것도 있지만, 우울증도 간혹 걸리기도 하는 등 심리적으로도 많이 힘들다. 그게 ‘나 혼자 힘들다’는 생각이 강해서라고 하더라.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누군가 자신의 힘든 걸 알아주고 관심을 가져준다는 걸 보고, 그 기운으로 엄마들이 조금 더 힘을 내서 아이를 키운다면 그만큼 기쁜 게 없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