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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유용석 기자 |
하지만 이른바 '음란마귀'(음란한 상상으로 가득한 사람을 이르는 인터넷 신조어)의 귀에는 다르게 들릴 수 있다. 소리 나는 대로만 들으면 성기를 뜻하는 속된 그것이 '크다' 혹은 '까다'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데 KBS가 달샤벳의 '조커'에 대해 사실상 이러한 이유로 방송 불가를 결정했다. KBS 측은 "'조커'라는 단어가 욕설을 연상하게 하고 노래 속 '숨이 가빠와 베이비 굿나잇' 등의 가사가 남녀 간의 정사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고 주장했다.
MBC와 SBS 심의는 무사 통과됐다. 공영방송인 KBS의 유난히 엄격한 심의 잣대를 고려하면 이해할 만하나 오히려 이를 비웃는 여론이 적지않다.
물론 (생각조차 못한) '조커' 논란과 별개로, 달샤벳의 노림수가 전혀 없다고 할 순 없다. 달샤벳은 이번에 작정한 듯 했다. 대중에 공개되기 전 달샤벳의 뮤직비디오 댄스 버전을 먼저 본 기자는 솔직히 남자로서 감탄했다. 걸그룹 섹시 콘셉트의 종합판이라 할 만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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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유용석 기자 |
그럼에도 달샤벳은 천박하지 않았다. 야릇한 상상을 자극하는 다소 중의적인 표현과 퍼포먼스는 오히려 은유의 미학이자 (만약 의도한 게 아니더라도) 걸그룹이 할 수 있는 영리한 전략이다. 외설과 예술의 미묘한 경계를 줄타기 하는 장치들은 인간의 욕망을 자극하는 성공적 소구다.
달샤벳의 이번 컴백은 1년 3개월 만이다. 우여곡절이 있었다. 교통사고와 일부 멤버의 건강 문제 등이 겹치면서 공백기가 길어졌던 터다. 달샤벳은 2011년 데뷔한 뒤 매번 정상급 걸그룹으로서 도약을 눈앞에 두고 항상 2%가 부족한 느낌으로 그쳤다.
달샤벳 멤버 지율은 이날 서울 청담동 일지아트홀에서 진행된 쇼케이스에서 눈물을 흘렸다. "공백기가 길어서 우리를 잊지 않았을까 걱정했는데 많이 와 주셔서 감사드린다"는 말 끝이었다. 그는 ""정말 울컥하는 감정이 든다. 쉬는 동안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응원해주시는 부모님, 소중한 우리 달링(팬클럽)들 고맙다"고 말했다.
이들의 절박함과 그간의 노력은 음악으로 표출됐다. 이번 앨범 '조커 이즈 얼라이브'는 막내 수빈이 작곡가 겸 프로듀서로 첫 걸음을 뗀 앨범이다. 멤버들에게 의미가 깊다. 지율의 '눈물'은 여러 감정이 복합적일 테다.
수빈은 최근 매일경제 스타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책임감이란 단어로 표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부담이 컸다"며 "사실 내 이름이 아닌, '니버스'라는 예명으로 프로듀서명을 내세울까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달샤벳의 음악자체를 가볍게 볼까봐서였다. 수빈은 "걸그룹 막내가 프로듀싱했다는 편견 속 폄하되는 면이 없지 않다. 그래도 각오했다. 당연히 제가 받아야 할 혹된 평가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나도 성숙해지지 않겠느냐"고 의연해 했다.
달샤벳의 ‘조커’는 치명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지만 쉽게 마음을 주지 않고 ‘밀당’(밀고 당기기) 하는 남자에 대해 이야기한 스윙재즈 풍의 노래다. 어찌 보면 달샤벳이 대중의 사랑을 갈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앨범 전체를 놓고 보면 달샤벳의 음악적 성장도 엿볼 수 있다.
달샤벳 측은 "일부 가사를 수정해 KBS에 재심의를 청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사 중 '헤이 미스터 조커'를 헤이 미스터 나쁜 남자' 정도로 고칠 계획이다. 후렴구 '조커, 조커, 조커'는 노래 흐름 상 바꿀 수가 없단다.
'조커'는 트럼프 게임에서 가장 강한 패가 되기도 하고, 어떤 패를 대신해 쓸 수도 있는 열외의 패가 되기도 한다. 가요계 '조커' 달샤벳을 기대할 수 있을까?
한 가요계 관계자는 "달샤벳의 익살이 깃든 '조커'를 '천박한 19금'으로 매도하는 발상 자체가 어이 없다. KBS의 융통성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fact@mk.co.kr / 사진=유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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