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안녕하세요, 배우 이유진입니다. 동명이인 선배님들이 많아서 이렇게 덧붙여야겠어요. ‘남자 신인 배우’ 이유진이요.(웃음) 이번에 ‘달콤청춘’이라는 웹드라마라로 첫 주연작을 하게 됐어요. 언제 시작했나 싶게 벌써 끝나서 아쉬울 뿐이죠. 주연이라는 자리를 경험해보니 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도 보이는 것 같고요. 뭐랄까. 많이 배운 느낌이에요. 제가 이 작품 주연에 캐스팅 돼고 혼자 차 안에서 엄청 좋아했던 게 기억나네요. 이제 함께 좋아해도 되겠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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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연, 첫 도전인데 행복했어요
웹드라마 ‘달콤청춘’ 촬영을 막 끝냈네요. 첫 촬영에 갔을 때 감독님께서 다른 스태프들에 ‘주연’이라고 소개를 시켜주시는데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어요. 차 안에서 혼자 웃음을 참느라 혼났죠.(웃음) (황)승언 누나와 (신)지훈 형은 저보다 나이도 많고 연기 경력도 많으셔서 제가 차마 그 앞에서 행복한 티를 내지 못하겠더라고요. 저는 혼자 진짜 신나는데 그 분들께는 일상이니까요. 그래서 숨어서 혼자 좋아했어요.(웃음)
특히 이번 작품은 감독님이나 스태프 분들이 ‘으?X으?X’하는 분위기가 더 많았어요. 새롭게 일을 시작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더욱 그랬나봐요. 무엇보다 일주일에 하루 방영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촉박하지 않았던 게 컸어요. 그만큼 여유롭고 예민해질 일이 없어서 촬영 분위기는 정말 좋았어요. 이번 작품으로 만난 승언이 누나와 지훈 형에게서도 많이 배웠고요. 승언 누나는 올해 다작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이 누나가 이렇게 잘 됐을까’ 생각하면서 많이 배우려고 노력했어요. 역시 잘 되는 사람들은 이유가 있더라고요.(웃음)
그런데 저는 사실 ‘달콤청춘’에 합류할 줄 꿈에도 몰랐어요. ‘달콤청춘’ 오디션은 못 했다고 생각한 오디션 중 하나였거든요. 그래서 캐스팅 소식을 듣고 엄청 놀랐죠. 나중에 ‘제가 그날 연기를 잘 못한 것 같은데 왜 저를 뽑으셨냐’고 감독님께 물어보기도 했어요. 제 오디션 날 제 회사 식구들이 다 같이 오디션장에 들어왔거든요. 그래서 더 떨렸던 게 기억이 나요. 뭔가 아는 사람들이 내 연기를 보고 있다는 게 너무 쑥스럽잖아요. 감독님께서는 저와 제가 맡은 역할인 강우의 이미지가 잘 맞았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당시 앞머리를 일자로 자르고 갔는데, 그게 착해보였기도 했고.
지금 생각해보면 태준 역을 맡은 지훈 형과 함께 들어간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극중의 강우와 태준은 서로를 의식하고 견제하는 관계에요. 그런데 함께 들어간 지훈이 형과도 실제로 그런 게 있었어요. 아무래도 함께 들어가니 ‘둘 중 한 명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형이 그날 ‘제가 먼저 할게요’라고 나서서 저도 ‘어? 그럼 저도 할게요’ 이런 분위기였던 게 기억나네요.(웃음) 그런 게 진짜 태준과 강우의 모습 같다고 하셨어요. 우리 둘에게 다 잘 된 일이었죠.
음. 첫 주연. 참 색달랐어요. 드라마에는 주연배우들의 스토리가 있고, 조연의 해야 할 일이 있잖아요. 조연은 주연이 하는 일에 방해를 하거나 도움을 주거나, 정보를 주거나 하는 모종의 역할, 혹은 목표가 있죠. 이번 작품에서 주연을 해보니 그런 걸 ‘받는’ 입장이 됐어요. (조연들이 주는)그런 정보들을 들었을 때 어느 정도로 기뻐해야 하고, 반응을 해야 하는지 고민을 하게 되더라고요. 입장이 좀 바뀐 게 느껴졌어요. 진귀한 경험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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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
◇ 비중? 별로 상관 없어요, 캐릭터가 좋다면
‘달콤청춘’은 취업과 사랑을 다루는 딱 20대의 이야기에요. 제 주변의 친구들도 여자 아이들은 졸업해서 거의 취업을 했고, 남자 아이들은 다 준비 중이에요. 딱 비슷한 시기죠. 저는 취업을 준비해 본 적은 없어서 걱정도 했지만, 강우는 취업을 딱히 준비하는 역할이 아니라서 다행이었어요. 그리고 취업에 대해 공감을 못해줘서 여자친구 역인 승언 누나가 화를 내는 그런 관계였기 때문에 모르는 게 나았죠. 그런데 어쨌든 저도 신인 배우이기 때문에 사회 초년생과 비슷해요. ‘을’의 위치고, 제가 가지고 있는 걸 보여야 그에 대한 대가를 받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위치인 것은 어디서든 똑같은 것 같더라고요. 일종의 ‘이치’같이 말이에요. 제가 드라마 ‘미생’을 정말 열심히 봤어요.(웃음)
OCN 드라마 ‘닥터 프로스트’에서는 짧게 등장했는데 많은 분들이 기억해주셔서 좋았어요. 거기에서는 한 여자만 바라보는 그런 역할이었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을 때의 모습과 비슷한 면이 있었어요.(웃음) 비중이 사실 원작보다는 많이 줄어들었어요. 감독님께서 ‘네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루려 했으나 아직 이야기해야 할 것이 많다. 괜찮냐’고 물어보셔서 저는 ‘괜찮다’고 했어요. 어쨌든 제가 맡은 역할은 정은채 씨가 맡은 역할이 ‘남을 상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것을 보여주면 됐거든요.
저는 그 틀을 굳이 벗어나려 하지 않았어요. 어차피 그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따로 있었고, 제가 욕심을 키워버리면 제 캐릭터의 임무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이해가 가더라고요. 분량이나 역할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주연이 아닌 이상 비중보다는 이미지나 캐릭터가 더욱 중요한 것 같아요. 짧게 나오지만 그 상황에 딱 맞는 캐릭터와 이미지, 연기를 가지고 있으면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제게 좋은 연기가 무엇인지 물어보신다면, 음. 기본적으로 보는 사람이 믿어주는 게 좋은 연기죠. 꼭 슬픈 연기라고 해서 눈물을 흘린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공감이 가는 연기가 좋은 것 같아요. 가끔은 캐릭터가 공감이 안 가는 상황이나 성격을 가질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럴 때에는 최대한 저와의 공통점을 찾아서 그 눈을 맞추는 게 맞는 게 배우의 몫이고 제 임무인 것 같아요. 찾고, 분석하고, ‘이 캐릭터는 왜 이런 대사를 했지?’라는 ‘왜’를 생각하는 것. 이런 생각들을 많이 해요.
쉽게 말하면, 대본 밖의 캐릭터를 추적해가는 거죠. 예를 들어, 물을 마실 때에도 벌컥벌컥 마시는지, 조금씩 마시는지에 따라서도 그 인물의 성격이 보인거든요. 작은 행동들을 많이 고민하는 편이에요. 아무리 사소한 행동이라도 그 인물과 맞지 않는다면 보는 사람이 믿지 못해요. 연기의 공감을 높이는 것에 디테일만 한 것이 없다는 거죠. 연기라는 건 생각을 정말 많이 해야 하는 것 같아요. 드라마는 일상에서 지친 사람들이 집에 딱 돌아와서 보고 힐링을 받는 건데, 저는 그런 힐링을 주는 사람이니 더 잘해야죠. 배우는 그런 직업이 아닐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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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
◇ 아무 것도 두렵지 않아요, 전 젊으니까
저는 저 스스로 잘 될 거라는 말을 많이 해요. 자신감 넘쳐 보이죠? 근데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굉장히 자신감을 잃은 상태였어요. 몸이 많이 아프지도 했었고 모든 일이 잘 안 풀렸거든요. ‘왜 항상 나는 패배감을 느낄까’ 이런 생각을 할 정도였어요. 그런 와중에 오랜만에 연기를 가르쳐주시던 선생님을 만났어요. 선생님께서는 많은 연예인을 가르쳤던 분이고, 객관적인 눈을 가지고 있는 분이시라고 생각했는데 제게 ‘너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으니까 의심하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이 굉장히 위안이 됐어요.
그 후에 생각해보니 물론 선배들에 비해 연기와 경험이 많이 부족하지만 제 나이가 항상 도전을 하는 때이니 자신없어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돈이 많고, 명성이 있는 수많은 사람보다 딱 한 가지 제가 나은 게 젊음이잖아요. 아마 그 분들은 제 나이가 될 수 있으면 모든 걸 다 버리고 20대 무렵으로 돌아올 걸요? 제가 모든 사람들의 가장 행복했던 시기를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죠. 부족하고, 연습이 안 된 게 있어도 그 당일이 되면 저는 언제나 준비가 돼 있어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성실하고.(웃음) 제가 갈팡질팡하고 자신 없어 하다가 나중에 잘 안 되면 ‘내가 왜 20대 때 그랬지?’ 이런 후회를 할 것 같더라고요.
저는 원래 영화감독이 꿈이었어요. 제가 친구들과 함께 찍은 영화도 있어요. 공개는 어렵지만.(웃음) 캠코더로 초등학교 때 찍은 작품도 있어요. 그러다 고등학교를 들어가서 감독의 길을 가려고 보니 공부를 굉장히 많이 해야 하는 직업이더라고요. 당시 그림과 연기 같은 예체능이 좋았어요. 선택의 길에 놓인 거죠. 진짜 공부를 열심히 오랫동안 해서 감독이 될 건지, 아니면 연기를 배우며 ‘행위’를 하는 사람이 될 것인지. 저는 그래서 후자를 선택했어요. 그렇게 막 연기를 시작한 고등학교 1학년 때 CJ E&M에서 주최하는 청소년연극제 ‘연’에 참가했다가 발탁돼 연극을 하게 됐어요. 그렇게 연기를 하면서 ‘내가 열심히 하면 잘 할 수 있겠는데?’라는 자신감을 얻게 됐죠. 그래서 더욱 본격적으로 연기에 집중하게 됐어요.
하정우 선배가 연기와 감독을 함께 하시잖아요. 저도 나중에 그렇게 되고 싶어요. 언젠가는 큰 영화보다는 독립영화를 제 손으로 만들어보고 싶어요. 영화는 사람들이 기다렸다가 그 개봉 시간에 맞춰 사람들이 극장을 찾는데, 그 개봉하기 전까지의 설레고, 행복해하고, 기다리는 그 감정이 매력적이에요. 그리고 영화를 본 후 드는 만족감까지가 일상의 작은 이벤트와 같지 않아요? 영화가 삶의 작은 이벤트가 되는 거에요. 그만큼 영화가 가진 힘이 크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작자도 언젠가 되고 싶고, 그 안의 사람이 되고 싶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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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
◇ 제 이름에 믿음 가는 배우가 꿈이에요
롤모델이 있냐고 물으시면, 음. 정말 많아서.(웃음) 일단 송중기 선배요. 송중기 선배는 제가 생각했을 때 스타성과 배우의 면모를 모두 갖추고 있는 배우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해요. 송중기 선배님이 성균관대학교를 나오신 걸로 알고 있는데, 그 정도로 똑똑하시고.(웃음) 이게 농담이 아니고요, 저는 정말 배우는 똑똑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행동 하나 하나를 고민해야 하고, 생각해야 할뿐더러 그런 건 내가 스스로 찾아야 하고, 상대방과 연기할 때에는 내가 얼마만큼 당기고, 밀어야 하는지를 다 분석해내야 하니까요. 머리가 좋지 않으면, 그리고 공부를 많이 하지 않으면 힘든 게 배우인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 학교를 지금 다니고 있는데 오히려 연기 이외의 수업들로 많이 채웠어요. 예를 들면 삼국유사 수업을 같은 거요. 사극을 하거나 시대극을 할 때 역사를 잘 모르면 힘들 것 같더라고요. 물론 한 순간은 후회하긴 했지만.(웃음) 그래도 ‘똑똑’해지는 것에 도움이 되니까 좋아요.
제 꿈이요? 영화를 보러 갈 때 내용을 알고 가지 않잖아요. ‘이번에 누가 이런 역할을 맡았대. 재밌겠다’ 혹은 ‘이 영화에 어떤 배우 나온대’ 이런 말을 하며 영화를 선택하곤 하죠. 그 배우의 이름 하나만 듣고도 ‘재밌겠다’는 말이 나오는 배우들이 있어요. 저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유진이 이번에 이 영화에서 신입사원 역을 맡았대. 재밌겠다.’ 이런 것 말이에요. 이 사람이 그 역할을 소화했을 때 재밌겠다는 생각이 바로 드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름 석 자만으로도 영화관에서 돈을 지불하고 사람들이 흔쾌히 영화를 보는, 그런 배우. 될 수 있을 것 같냐고요? 당연하죠. 음. 한 5년 뒤?(웃음) 5년 뒤에 그런 대열에 오르진 못하겠지만 그런 기미를 보이는 배우가 돼 있었으면 좋겠어요.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