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드라마 극본 공모전을 하는 이유요? 가능성 있는 작가들을 발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스템이거든요.” (CJ E&M 드라마 기획팀)
지상파 3사를 비롯해 CJ E&M가 드라마 극본 공모전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면서 이른바 전도유망한 신인 작가 및 신선한 소재 찾기 프로젝트가 본격화 됐다.
지난 5년 사이 드라마 판도에 주된 키워드가 있다면 바로 회당 수천 만 원을 받는 ‘스타작가’의 등장과, 그런 스타작가를 뛰어넘은 실력파 신인작가의 등장일 것이다. 2014년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 등 연이은 히트작을 탄생시키며 승승장구하던 김은숙 작가의 신작 ‘상속자들’의 시청률 상승에 제동을 건 작품은 다름아닌 신인작가 유보라, 이철호 작가로 구성된 ‘비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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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이 시작하기 전 많 은이들은 둘의 시청률 대결에 ‘상속자들’의 손을 들어주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김은숙 작가의 명성과 더불어 당시 인기 있는 청춘스타들이 모두 ‘상속자들’에 출연하면서 그에 대한 기대 심리가 더욱 높아졌던 것이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시청자들은 의외의 작품성을 갖춘 ‘비밀’에 열광했고, 이로 인해 ‘상속자들’은 ‘비밀’이 끝나기 전까지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넘보지 못했다.
신인작가의 반란은 이 뿐 만이 아니다. 최근 극본 공모전을 통해 갓 데뷔한 김반디 작가의 드라마 ‘앵그리맘’과 ‘막장의 대모’ 임성한 작가의 ‘압구정 백야’는 비슷한 시기 극중 인물의 ‘죽음’을 다루며 이슈를 이끌어 냈다. 두 죽음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상이했다. ‘앵그리맘’을 보며 눈물을 흘리며 극찬하는 반면 ‘압구정 백야’를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이에 대한 이유로 극에서 다루는 죽음의 무게가 달랐던 점, 그리고 임성한 작가 작품 속 심시하면 반복되는 돌연사에 시청자들이 지쳤다는 점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회당 수 천 만원을 받은 임성한 작가에게 있어 새파랗게 어린 김반디 작가와 비교당하는 것 자체가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갈수록 시청률을 좌지우지하는 스타 작가의 입김이 거세지면서 방송사들은 스타성 보다는 신선한 가능성을 가진 신인작가에 눈을 돌리는 추세다. 한 방송관계자는 “유명 작가의 몸값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이다. 과거에는 ‘스타 작가=흥행’이라는 공식이 있었지만, 최근 여러 작품을 통해 거품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제기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모전을 거쳐 탄생한 탄탄한 스토리의 작품과 집필료도 저렴한 신인 작가로 점차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주, 고정원 작가의 ‘학교 2013’ 윤난중 작가의 ‘직장의 신’, 유보라, 이철호 작가의 ‘비밀’ 등의 작품이 선전한 것도 방송사에서 진행하는 드라마 극본 공모전을 활발하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드라마 극본 공모전을 진행한다고 해서 바로 전도유망한 신인작가를 발굴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신인 작가인 만큼 여러 위험요소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비밀’이나 ‘직장의 신’과 같이 신인작가의 반란이 성공한 사례도 있지만, 그에 반대되는 부정적인 사례가 있는 것도 외면할 수 없는 진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방송사들이 드라마 공모전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이 만큼 신선하면서도 가능성 높은 작가들을 발굴할 수 있는 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드라마 극본 공모에 뛰어든 CJ E&M 드라마기획팀 최경숙 팀장은 “드라마 극본 공모전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신인작가 발굴에 있다. 작가를 발굴하는 방법으로 누군가의 추천에 의한 경우도 있지만, 가장 공정하면서도 많은 가능성을 접할 수 있는 장이 바로 드라마 극본 공모전”이라며 “기존의 스타작가를 기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금 더 발전된 드라마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신인작가들을 발굴할 수 있는 극본 공모전을 마련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