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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 라이브러리'는 우리말로 쉽게 표현하면 음악 도서관이다. 1950년대 이후 대중음악사에 중요한 족적을 남긴 1만 여 장의 아날로그 바이닐 레코드(LP)와 3000권의 전문도서를 비치했다. 비틀즈, 롤링스톤즈, 레드제플린 등의 희귀 음반이나 한정판도 세계 각국에서 수집해 모아놓았다.
건물 지하 1·2층에 마련된 '언더스테이지'는 합주·녹음이 가능한 두 개의 스튜디오와 음악 작업실, 약 3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장이 마련됐다. 국내 최고 수준의 음향 시설과 조명 설비를 갖췄다.
건축미도 신경 썼다. 연세대 건축과 최문규 교수는 주어진 공간을 채우는 대신, 비우는 디자인을 추구했다고 설명했다. 내부 인테리어 마감은 미국의 겐슬러(Gensler)사가 맡았다. 하나의 큰 갤러리를 연상시킨다. 유명 그래피티 아티스트의 개성 넘치는 작품들이 건물에 녹아있다.
단순히 공연장을 넘어 이른바 '문화 집결지'를 지향했다. 일상에서 가장 가까이 접할 수 있는 영감(Inspiring)의 원천, 음악을 중심으로 해서다.
현대카드 브랜드본부 이미영 상무는 "폴 매카트니 같은 전설적인 가수를 매번 초대할 수는 없지 않나. 지속적으로 여유 있게 명곡을 감상하고 소화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영감의 공간, 울림의 시간을 주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대카드의 음악 사랑은 유별나다. 지난 10여 년간 '슈퍼 콘서트'와 '컬처 프로젝트'를 통해 전 세계 정상급 아티스트들을 한국으로 불러들였다.(물론 외국 대형 스타의 몸값을 지나치게 올려놓았다는 공연계 일각의 비판도 있다)
또 비록 실패했지만, 한국 음원 유통 시장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현대카드뮤직은 5월 31일 서비스 종료를 예고했다. 현대카드뮤직은 음원 수익 80%가량을 뮤지션에게 가도록 했다. 뮤지션들이 원하는 음원 가격을 직접 정하는 방식인 '프리마켓'을 도입했다. 당연히 여느 음원 사이트보다 가격이 높았다.)
현대카드뮤직의 실패 이유는 간단하다. 첫째, 불합리한 수익분배 구조임에도 사실상 독과점 형태나 다름 없는 우리나라의 기형적 음악 시장을 일개 기업이 뒤집기는 역부족이었다. 둘째, 소비자 역시 음악은 '공짜'라는 인식이 강하다. 1원에 사던 음악을 갑자기 100원 내라고 하면 반발심이 생기는 건 인지상정이다.
이미영 현대카드 상무는 "뮤지션에게 수익 80%를 주려던 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장르 음악에 대한 관심과 소비가 이뤄져야 했다. 그렇게 되도록 노력했지만 결국 소비 시장에서는 (아이돌) 쏠림 현상이 심했다. 그러다 보니 수익이 나지 않았고, 회사에서도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이 상무는 "디지털 시장에서 장렬히 전사했지만 음악에 대한 우리의 열정과 신념을 뮤직 라이브러리 및 언더스테이지에서 이어가고 싶다. 여기서 다시 꽃을 피우겠다. 실력파 가수들이 설 수 있는 좋은 환경의 공연장조차 드문 현실이지 않나. 공헌하고 싶다"고 말했다.
따지고 보면 현대카드의 잘못이 아니다. 나라가 하지 못하는 일을 그들이 과감히 시도하고 있다. 결제 대행 영역에서 벗어나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에서 수익 가치·충성도를 높이겠다는 카드사의 마케팅 전략 측면도 있지만 눈감아 줄 만하다.
우리나라 정부는 음악을 '공공재'로 보고 있다. 그래서 시장 자율에 맡기지 않고 법을 만들어 규제하고 심지어 가격까지 정해준다. 이 결정 과정에서 이미 기득권층인 유통사의 입김을 거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또한 정부에서 운영·관리·기록하는 제대로 된 음악 박물관 한 곳 없다. 지난 4월 경주에서 개관한 한국대중음악박물관(관장 유충희)도 개인의 힘으로 설립됐다.
현재 음원시장 점유율 50% 이상를 차지하고 있는 유통사 멜론은 음악인에게, 쓰지만 살기 위해 먹을 수밖에 없는 녹색 과일이다. 록밴드 시나위의 리더 신대철을 필두로 음악인들이 이런 부작용을 끊겠다며 하나(바른음원협동조합)로 뭉쳤으나 그들에게 왜곡된 음원 유통 구조 개선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 형국이다.
우리나라 음악 시장 피라미드에서 창작자는 최하층에 있다. 실제로 월 3000원 짜리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원이 팔렸을 때 창작자는 곡당 약 1원 정도를 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음악 전송사용료 징수규정’에 따르면 유통되는 음원 전체 수익의 40%가 멜론이나 벅스뮤직 같은 플랫폼 사이트(유통사)에 간다. 가수들이 소속된 제작사가 44%, 저작자(작곡·작사·편곡자)가 10%, 실연자(가수·연주자)는 6%를 갖는다.
이러한 수익 분배 구조 자체가 비합리적이고 불균형이라는 주장이 끊임 없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일례로 외국의 아이튠즈는 제작사와 저작권자에 유리하다. 제작사의 수익 비율이 70%가량 되며, 저작권자에게도 총 매출의 10~20% 정도로 국내보다 높다.
한 가요 관계자는 "음악을 '공공재'로 보고 관리하는 나라가 없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내실을 다져야 한다. 당장의 성과를 포장하기 좋은 K팝 콘서트나 한류 사업에만 정부 예산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나라가 해야 할 일을 대신 나서주는 개인·기업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이 상황을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잘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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