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의 매력, 류승룡·이성민·천우희·이준이 출연한다는 게 전부
약속의 중요성 강조한 영화, 찝찝한 기분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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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손님’(감독 김광태)은 기대작이다. 배우 류승룡, 이성민, 천우희가 주인공이다. 여기에 엠블랙을 탈퇴해 배우로 전향해 좋은 평가를 받는 이준까지 합세했다. 영화는 내용도 내용이지만 배우들도 중요한 관람 욕구 요소이니 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영화 중 한 편인 건 맞다. 이들의 연기는 나무랄 데 없어 보인다.
부성애와 더불어 17세 나이 차가 나는 천우희와 멜로라인를 보이는 떠돌이 악사 류승룡, 인자함과 섬뜩함이라는 극과 극의 표정 변화를 섬세하게 보여주는 마을 촌장 이성민, 무당행세를 하는 과부일 뿐이기에 신들린 연기를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연기 내공 높은 천우희, 실제는 겁이 많지만 극 중 마을의 이인자를 꿈꾸는 촌장 아들 남수로 변신해 고양이를 아무렇지 않게 칼로 내리치는 이준 등등 관객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배우들의 연기는 볼거리다.
관객이 좋아할 만한 ‘손님’의 매력은 여기까지다. 1950년대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산골 마을로 들어선 이방인 우룡과 그의 아들이 마을의 골칫거리인 쥐떼를 퇴치하며 벌어지는 과정은 상영시간 내내 찜찜하고 불쾌하다.
판타지 호러 ‘손님’은 독특하고 새로운 시도라는 점은 인정할 만하다. ‘손 없는 날’이라는 민간 신앙과 독일 전설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를 한 데 섞었다. 또 한국전쟁 시기를 배경으로 살아남으려 한 사람들이 모인 마을의 비밀을 보여주면서 약속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다. 배우들이 이 이야기에 매력을 느낀 지점이 뭔지 알 것도 같다.
하지만 영화의 전개와 만듦새는 기괴하다고 표현해야 할 듯싶다. 잔혹하고, 어지럽기까지 하다. 쥐떼 공격은 전혀 생각하고 싶지 않다.
또 결말을 잡아 놓고 억지로 꾸역꾸역 맞춰나가는 느낌에 불만을 제기할 만하다. 서울로 아들의 폐병을 고치기 위해 떠돌아다닌 우룡이 짜잔하고 나타나 마을을 괴롭히는 게 “쥐 때문이쥬?”라고 말하는 설정부터 헛웃음이 나온다.
한국적 감성에는 어울리지 않는 결말에도 눈살을 찌푸리는 관객이 있을 법하다. 독일 전설을 착실하게 이용하려 한 그 의도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지만 고개가 끄덕거려지지는 않는다.
몇몇 말장난으로 웃음을 줘 쉬어가는 지점을 만들려고 하고, 류승룡과 천우희의 멜로 라인을 집어넣어 말랑거리게 하려 했는데 이 영화에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한다.
도대체 왜 이 작품을 연기 잘한다고 소문난 배우들이 택했을까. ‘에이~ 류승룡, 이성민, 천우희인데 이유가 있겠지!’라는 생각이라면 기꺼이 돈을 내도 된다. 또 “잔혹하며 기분 나쁜 일들 투성인 게 우리 현실”이라는 관객에게 기꺼이 추천이다. 물
‘손님’이 흥행한다면 50% 이상은 배우 덕(엄청난 수를 자랑하는 멀티플렉스 CGV와 같은 계열인 CJ엔터테인먼트 투자배급 작품인 이유도 있겠지만)이다. 감독은 배우들에게 빚졌다. 107분. 15세 이상 관람가. 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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