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저는 놀음꾼 스타일에요. 영화 만드는 과정이 즐거워요. 공부는 적당히 하고요”
‘이웃사람’을 통해 대중들에게 ‘웹툰이 이렇게 표현될 수 있구나’를 보여준 김휘 감독이, 신진오 작가의 소설 ‘무녀굴’을 ‘퇴마: 무녀굴’(이하 ‘퇴마’)로 색다른 공포 극을 만들어 냈다. 김 감독은 자신을 ‘놀음 꾼’이라고 표현했지만, 조곤조곤하면서도 작품을 즐기는 그의 모습 때문인지, 그와 함께 한 배우 유선은 ‘퇴마’를 ‘선물’이라고, 김성균은 ‘힐링’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Q. ‘퇴마’는 다른 공포영화보다 덜 무섭고 오히려 스토리가 강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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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공포영화의 무섭기는 시각적으로 기준이 다르지 않나. 보편적인 공포 수위에 표본이 많으니까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마지막 장면 때문에 이후에 일어날 등장인물의 이야기에 기대가 많아지게 된다. 극 중 지광(김혜성 분)은 만신의 손자지만, 할머니 언급이 없고 금주(유선 분)는 자기에게 다가오는 빙의에 대해 괴로움을 당했지만, 강 목사(천호진 분)의 사연이 드러나지 않았다.
Q. 배우들간의 호흡은 어땠나
A. 배우들끼리 안 맞고 한 명만 호흡을 못 따라오면 웃길 수도 있고 어색할 수도 있는 데 배우들끼리 ‘잘 버티자’는 식으로 열심히 했다. 안 보이는 것을 촬영할 때는 어색하면 안 되기 때문에 배우들이 그 감정을 받쳐서 버텨 줬어야 했기에 호흡이 굉장히 중요했다. 김성균, 유선, 차예련, 김혜성. 이 넷의 궁합이 잘 맞았다. 김성균도 순하고, 김혜성은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지만 정이 많다. 유선이랑 차예련은 분위기를 주도하면서 서로 어려운 장면도 잘 해줬다.
Q. 김성균을 가리켜 ‘실험하고 싶은 배우’라고 했는데
A. 김성균은 매력적인 배우다. 일반 관객들이 영화로 접한 캐릭터 보다 훨씬 더 많은 면모를 지녔다. 평소에는 낙천적이지만 순하다(웃음). 김성균에게 공포 영화가 모험일 수 있다. 한참 잘 되고 있지 않나. 사실 김성균에게 ‘오점’(汚點)이 될까 걱정했다. 행여 ‘작품에서 주연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심을까봐. 살인마 깡패, 칼 들고 욕을 하는 캐릭터는 관객들에게 각인되기 쉽고 연기하는 데 수월할 수도 있지만 학교 선생님이나 샐러리맨은 일상과 차이 안 나게 표현해야 돼 오히려 힘들다. 그렇게 김성균을 설득했다. 김성균을 보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새로운 제시를 할 만한 캐릭터라고 확신했다. 스스로도 “오래 즐기면서 하고 싶다”고 하더라. 스타가 돼서 작품의 흥망을 따지기보다, 이렇게 일상적이고 평범한 캐릭터를 하는 것이 앞으로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Q. 요새 한국 공포 영화가 예전 같지 않지 않나. 한 때 굉장히 잘 됐는데, 언제부턴가 ‘공포영화=참패’라는 인식이 생겨버릴 정도다.
A. 악순환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장르영화가 잘 안 된다. 원인을 찾는 게시판에도 많은 얘기가 있는데 호응을 이끌어낼 만한 소재가 없다. 없을 수밖에 없는 게 공포 영화는 즉흥적인 투자가 이루어진다. 투자가 정해지고 준비기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연말에 결정되고, 해를 넘긴 연초에 찍어서, 여름에 개봉하는 식으로 급하게 작품을 만들게 된다. 프리프로덕션과 공정이 짧다. 그러다 보니 퀄리티가 떨어지고, 작품이 안 되고, 또 투자가 안 되고, 작업이 촉박하게 되는 그런 악(惡)숙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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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스틸컷 |
강력범죄나 재해가 많아지면서 굳이 섬뜩한 정서를 극장까지 가져올 필요가 있을까. 정치적인, 적나라하게 못하는 사회적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표현해 관객들의 호응을 얻어내는 관객들의 니즈가 있을 수 있다. 관객의 기대와 괴리감이 드는 콘텐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작년부터 ‘맨홀’ ‘터널’ 등 다양한 변주로 한 작품이 많다. 올해도 마찬가지고. 그런 영화가 외면을 받는 다는 것은 공포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원하는 콘텐츠 아니라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지속될 수 있는 콘텐츠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 것 아닌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투자는 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시기에 오히려 더 특이한 공포영화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Q. 소설 ‘무녀굴’을 봤을 때는 어땠나
A. 공포 영화와 관련된 좋은 소재들은 많은데 흥행이 되지 않으면 소재가 사장되지 않나. 시리즈 이야기가 안 되도 속편으로 잘 되는 편이 있다. 이야기 자체가 단발(單發)로 만든 사람에 입장에서는 귀하고 아까운 얘기인데 접점이 안 되고 잘 안 만들어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제작하는 단계서 고민을 많이 했다. 혹시 흥행이 안 되도 20분의 단편을 적은 예산으로 속편을 만들수도 있지 않나. 캐릭터 각각의 이야기를 펼쳐서 시즌의 드라마를 만들어도 좋고 웹툰을 만들어도 좋다. 목표는 소재와 이야기를 ‘이어지는 시리즈로’ 만드는 것이다. 영화가 되면 좋겠지만, 영화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작업하고 싶다. 드라마 글 작업은 하고 있는데, 심령드라마처럼 재밌게 잘 만들어서 ‘엑스파일’처럼 한국의 시리즈 심령 시리즈가 됐으면 한다. 잘 돼서 영화랑 콜라보레이션 해도 좋고.
Q. ‘퇴마’는 특히 더 한국적인 정서가 많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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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컨저링’의 방향을 차용했다. 사연을 가진 고스트. 악을 제거하지 않나. 서양 악령은 사연이 필요가 없다. 전형적인 악마다. 우리나라는 퇴마사가 없고 원귀(寃鬼)지 악마가 아니다. 한(恨)이 있어서 원귀가 되고 얘기를 들어주고 치유해준다. ‘퇴마’는 근원적인 이야기가 좋다고 생각했다. 신진명(김성균 분)은 대학에서 의대 공부하다가 중도한 사람이다. 혈육이 없고 의료 공부하다가 전문의가 된다. 정신과 의사가 되고 어쩔 수 없이 힘든 삶을 살았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때문에 합리적이고 이성적이게 볼 수 있는 이과를 가고, 다른 삶을 살기 위해 힘썼을 것이다. 신병(神病)이와서 자신의 운명을 순응하지만, 정체성은 무당이 아닌 의사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의 연장성같이 말이다.
Q. 배우들의 생각이나 의견을 많이 수렴해 줬다고. 어떻게 균형을 잡았나
A. 연출 스타일이다(웃음). 자기 기준으로 맞춰놓은 기준에 따라 방식이 다른데, 자신의 다른 생각이 답이 아닌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전에 어마어마하게 공부를 하지 않는 놀음 꾼 스타일이다. 영화 만드는 과정이 즐겁다. 공부는 적당히 하고, 미술, 촬영 감독들의 경력이나 시간을 받아들이고 조율하는 것도 재미다. 궁합이 안 맞으면 고생이 될 수도 있지만 함께 하면 아니다. ‘이웃사람’ ‘무서운 이야기2’ 모두 스태프들과 궁합이 잘 맞았고, 배우들도 그 과정에서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는 편이다. 작업을 하면서 관계를 맺었던 배우들과 연속성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