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오늘 영화’는 옴니버스 영화다. ‘백역사’ ‘뇌물’ ‘연애다큐’ 세 가지 이야기로 꾸며지며 각각의 개성으로 다양한 맛을 낸다. 특히 가족, 사랑, 고민, 인생에 대해 얘기하는 우리네 삶의 모습이 담겨있으며, 이 같은 모습이 자유롭게 변주돼 공감을 자아내고 삶의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이 작품은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진행되는 ‘인디 트라이앵글 프로젝트’를 통해 제작됐으며, 작년 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되기도 했다. 화려하진 않지만, 독특하고 톡 쏘는 재미가 있어, 더 깊은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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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이주영 |
이에 ‘백역사’의 윤성호 감독, ‘뇌물’의 강경태 감독, ‘연애다큐’의 구교환, 이옥섭 감독이 서로의 작품을 즐길 수 있는 ‘관점 포인트’ 릴레이 토크를 진행했다. 네 감독이 밝힌 ‘오늘 영화’는 어떤 작품일까.
◇ 윤성호 감독 : 제 생각에 ‘뇌물’은 홍상수 영화와 떨어진 느낌이에요. 부연 설명을 하자면 많은 분들이 독립영화의 현실을 다룬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자조가 담긴 작품이죠. 까고 까면서 나오는 장면은 냉혹한 현실이 아니라 콤플렉스가 있는, 미완의 청년에 대한 심각하면서도 재밌는 형식의 우화랄까요. 영화 ‘소셜 네트워크’의 제시 아이젠버그 데리고 와서 대중영화로 만든 느낌이에요.
‘연애다큐’는 주성치가 한국 와서 연애하면서 독립영화를 만들면 이런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구교환 감독은 주성치 같고 이옥섭 감독은 리얼리티에 가깝기 때문이죠. 이옥섭 감독은 니콜 홀로프세너 감독 같아요. 코믹하면서도 담담하게 미국여성들을 담아내거든요.
◇ 강경태 감독: ‘연애다큐’는 컷 수로 비교하면 재밌을 것 같은데 어마어마한 컷으로 이뤄질 것 같아요. 컷 수가 많다고 해서 리듬감이 생기지는 않을 것 같은데 샷 구성을 리듬 있게 만들었거든요. 그게 단지 영화의 만듦새가 좋다는 것이 아니라 연애의 속성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준 것 같아서 재밌어요. 연애의 알콩달콩한 속성과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 등을 샷의 리듬에서, 연애의 바이오리듬이 형식적으로 담은 감각적인 샷이 아닌가 싶어요. 마지막 장면 역시 가장 아름답게 표현된 것 같고요. 대사 역시 사소한 것도 잘 표현했고, 흘려보낼 수 있는 것도 영화적으로 포인트있게 표현해서 감독들의 재능을 느낄 수 있었다.
◇이옥섭 감독: ‘뇌물’은 홍상수 감독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강경태 감독의 세련된 구애와 오지날리티가 돋보이는 작품이에요. 박민지 배우는 무척이나 사랑스럽고,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밝히지는 못하지만 이 영화에는 내 취향의 강력한 신이 존재해요.
◇구교환 감독: ‘백역사’는 영화를 보는 이들을 바라보고 응원하는 윤성호감독님의 따뜻한 마음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제목은 ‘백역사’지만 오프닝 시퀸스에 주인공 남자(박종환 분)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아요. 하지만 이내 제목 그대로 환한 얼굴로 자전거 페달을 밟는 남자의 얼굴을 맞이하게 되죠. 영화는 그가 만들어내는 실록들을 빠짐없이 기록해요. 그는, 오늘 바빠요. 오늘은 여자(정연주 분)와의 백역사로 만들어내기 위해서 말이죠.
참! ‘연애다큐’는 감독의 어머니(정향춘 분)가 등장하거든요. 모든 장면을 훔치겠다는 각오로 혼신의 대사를 뱉어내고 몸을 움직여요. 정 배우는 구교환 감독과는 세 번째 호흡을 맞추고 있는데, 제 어머니라서가 아니라 그녀의 연기를 주목해 주세요. 페이소스 깊은 한국의 어머니 얼굴을 가지고 있는 그는 포스트 김혜자를 꿈꾸고 있기 때문이죠.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