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이다원 기자] “지은 죄가 있으니 인과응보로 책임져야할 부분은 책임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인간적인 따뜻함을 주고받을 때 느끼는 기쁨을 알게되길 바라요. 무엇보다도 인간이 돼야죠.”
SBS ‘애인있어요’ 속 최진리를 향한 말이다. 그를 실감나게 연기하고 있는 배우 백지원도 거리를 두고 캐릭터를 바라보면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모양이다. 극 중 상대를 가리지 않고 독설을 톡톡 쏘는 최진리는 ‘애인있어요’의 감초이자 분노유발자다.
“실제로 최진리 같은 친구가 있다면 저라도 아예 안 만날 것 같아요. 말을 머리에서 한 번도 안 거르고 그냥 내뱉잖아요? 만약 그런 사람을 만난다면 책을 읽거나 애완 동물을 기르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이 정도면 애정결핍 아닌가요?”
↑ 사진=SBS, 디자인=이다원 |
심적으론 얄미운 캐릭터지만 백지원에게 인지도를 가져다준 고마운 녀석이란 건 부인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역시 달라진 주위 변화를 인정했다.
“요즘은 정말 많이 알아보세요. 아까 SBS 로비에서는 어떤 분이 커피까지 사주시더라고요? 특히 40대 여성이 사장인 가게에 가면 대부분 ‘어머, 맞죠?’라고 하세요. 가끔 ‘너무 얄미우세요~’라고 직구로 말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하하.”
안하무인 재벌2세 최진리 역으로 그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이번 캐릭터로 잃은 게 있어요. 저도 점점 생각이 없어진다는 거죠. 하하. 연기를 시작하면 저와 캐릭터를 분리 못하는 스타일이라, 평소에도 진리처럼 생각하고 말하게 되더라고요. 요즘은 굳이 안 해도 되는 말까지 하는 것 같아요. 반면 얻은 게 있다면 그로 인해 스트레스는 덜 받게 됐다는 것? 좀 아이러니하죠? 평소의 저보다 더 단순해졌다고나 할까. 스트레스 적게 받는 건 좋은 것 같아요.”
↑ 사진=SBS |
시청자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애처로운 나쁜 남자’ 최진언(지진희 분)에 대한 솔직한 심경도 털어놨다.
“최진언의 입장에서 보면 그의 마음도 지옥이겠죠. 이해는 되지만 동의하진 않아요. 시청자 대부분이 그럴 걸요? 혼란스러운 마음인 거죠. 객관적으로 보면 누구의 실수라고 볼 수도 있지만, 최진언과 도해강처럼 사랑이라는 게 원하는 타이밍에 딱 와서 아름답게 이뤄지는 건 아니잖아요? ‘애인있어요’는 그 과정을 겪으면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작품이에요.”
20년간 연극 무대에 오르던 그가 브라운관으로 외도를 시작한 건 2012년 ‘아내의 자격’부터다. 이후 ‘밀회’ SBS ‘떴다 패밀리’ ‘풍문으로 들었소’ ‘애인있어요’까지 쉼 없이 행보를 이어왔다.
“연극과 드라마는 환경이 많이 달라요. 그래도 ‘모르면 용감하다’고 이제 막 시작한 것처럼 신기해하며 촬영에 임하고 있어요. 물론 부족함을 알고 제가 못하는 걸 어떻게든 해내고 싶기도 하지만, 다른 배우들이 몇 년 간 쌓은 드라마 연기 노하우를 제가 어떻게 따라잡겠어요? 다만 연극을 20년간 해오며 가진 연기 호흡이 있으니 제가 할 수 있는 최대한 노력하고 있어요.”
↑ 사진=SBS |
올해만 SBS에서 세 작품을 연달아 해온 괴력의 여배우. 삶의 행복 지수는 얼마나 될까? 그러자 주저없이 100점을 줬다.
“연기를 시작하고 나서 중간에 ‘멈출까’ 했던 적이 2번 정도 있었어요. 다행히 잘 극복했고 지금도 쭉 연기만 해야겠다는 생각이죠. 누군가 ‘그만해’라고 하지 않는 이상 먼저 그만두진 않을 거예요. 그만큼 제 삶에서 연기는 정말 중요한 부분이죠. 그래서 제 삶에 대해서도 100점을 주고 싶어요. 악역 전문 배우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지만, 일단 다음 작품이 들어오면 생각해볼게요. 하하.”
평범해 보이지만 범상치 않은 매력의 소유자, 그의 승승장구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이다원 기자 edaone@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