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상끝의 사랑' 미연 役
"연기 제대로 배우려고 대학로 찾아갔죠"
"연기 내공 모자란듯…평생해야 할 숙제"
"베이비복스 출신 꼬리표? 더 잘해야겠다는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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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베이비복스 출신 배우 이희진은 여러 작품에 출연했으나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눈에는 띄었는데 깊은 인상을 남기는 데는 실패했다. 아무리 강한 역할을 맡아도 그때뿐이었다. 일정 한계를 넘어가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드라마 '최고의 사랑', '마의' 등에도 출연했으니 작품 운이 나빴던 것만도 아니다.
이희진은 진지한 고민과 고뇌를 거듭하는 듯했다. 그는 "평생 해야 할 숙제 같다"고 짚었다. "이제껏 아무리 작은 역할이라도 똑같은 캐릭터를 맡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거든요. 착한 인물, 푼수, 시각장애인, 사이코패스 등 다양한 역할을 해봤어요. 반응이 좋아도 다음 단계로 연결이 되는 건 힘들더라고요. 그럴 때면 '너무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줬나?'라는 생각도 했죠."
이희진은 "솔직히 말씀드리면 아무래도 내공이 모자란 것 같다"며 "대사 한마디만 해도 주목받는 사람이 있는데 전 아니더라. 연기를 잘하지 못하면 얼굴이나 몸매가 예뻐야 하는데 그것도 아니고 조금씩 다 모자란 것 같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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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빠와 딸의 사랑이라니, 자칫 막장 혹은 패륜극으로도 몰릴 수 있다. 극 중 이희진은 비중이 크진 않지만 자영의 친구 미연 역할로, 세 남녀의 사랑과 파국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는 인물이다. "쉽지 않은 이야기인 것 알아요. 저도 시나리오를 보고 가슴이 답답한 느낌이 들었거든요. 자영의 일에 대한 욕심에 대해서는 이해가 가는데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완벽히 이해할 순 없었죠. 그래도 시나리오에서 봤던 것보다 어둡고 차갑지 않은 것 같아 좋았어요."
다른 등장인물들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일까. "나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도 해봤지만 영화처럼 실천하는 건 어려운 것 같아요. 찝찝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생각하게 하는 영화인 것 같아요. 모두에게 칭찬을 들을 순 없을 테지만, 감독님의 의도와 우리들의 연기가 인정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어떤 베드신은 예쁘고 아름답게만 표현하려고 하는데, 감독님은 일부러 꾸미려고 하진 않은 것 같아요. 좀 더 날 것 같은 느낌이죠. 사랑의 민낯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뮤지컬과 드라마, 연극에 도전했는데 이희진에게 영화 출연은 처음이다. 영화 '긴급조치 19호'에 카메오 출연하긴 했지만 이번이 첫 경험이다. "사실 뮤지컬로 연기를 시작했는데 왜 절정의 순간에 춤을 추고 소리를 지르며 노래를 부르는지 궁금증이 생기더라고요. 난 감정 표현하는 게 서툰데 노래로 표현하는 건 아닌 것 같았죠. 연기를 제대로 배워서 와야겠다는 생각에 대학로에 갔고, 그 연기가 재미있어서 나름대로 열심히 했어요. 그러다 우연히 예능 프로그램에 나갔는데 그걸 보고 드라마 작가님이 보셔서 '괜찮아 아빠 딸'을 시작으로, 연기하게 된 거예요. 베이비복스로 활동하며 시트콤에도 참여한 적이 있는데 준비가 안 돼 있고 연기에 올인하지 않으면 모두에게 피해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섣부르게 도전하지 않으려 했죠. 이왕 참여했으니 '잘한다'까지는 아니어도 '못한다'는 소리는 들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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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복스 출신. 그 꼬리표는 평생 지워지지 않을 게 분명하다. 그 덕에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이 되기도 한다. "활동 안 하고 공백기가 있어서 제가 나온 작품들을 다시 다 모니터했어요. 보면서 든 생각은 '왜 저렇게 연기했지? 정말 못하네'였어요. 그래서 안 됐구나. 너무 촉박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반성했죠."
이희진은 또 배우로 시청자들을 찾고 있다. 지난 8일부터 방송된 E채널 드라마 '라이더스: 내일을 잡아라'다. 역시 주인공은 아니다. 조연 1번도 아니다. "그래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뿐이다. "연기 안 하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참여해서 감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게 저한테는 중요한 것 같아요.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