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MBC 예능은 재기발랄한 파일럿 프로그램들이 ‘효자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하며 풍성한 성과를 거두는 한 해를 보냈다.
올해 초 MBC 예능은 다소 불안하게 출발했다. ‘아빠! 어디 가’의 종영, 예능국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한 지붕 세 코너’를 꿈꾼 ‘애니멀즈’의 생각지 못한 부진이 원인이었다. 이를 감지한 MBC는 작정한 듯 설 연휴를 이용해 다양한 파일럿 프로그램을 쏟아냈다.
◇ ‘파일럿 유행’의 선두주자, ‘복면가왕’과 ‘마리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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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복면가왕/마리텔 방송 캡처 |
‘일밤-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과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하 ‘마리텔’)이 바로 이 때 등장했다. 당시 그룹 이엑스아이디(EXID)의 솔지가 ‘복면가왕’에 등장해 큰 화제를 모으고, ‘마리텔’은 BJ시스템을 방송에 도입하면서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 프로그램은 MBC 예능의 ‘돌파구’가 됐고, 마침내 간판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기까지 했다.
올해 MBC 예능 부문에서 가장 기록할 만한 날은 바로 54주 동안 일요일 예능 1위를 놓치지 않았던 KBS2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를 ‘복면가왕’이 꺾은 7월20일이다. ‘일밤’의 한 코너로 편성된 4월부터 3개월을 질주한 결과물이었다. 이후에도 ‘복면가왕’은 콘텐츠 파워를 잃지 않고 지금까지 꾸준히 화제성과 시청률을 동시에 챙기며 인기 프로그램으로 꼽히고 있다.
‘마리텔’은 프로그램의 성장이 돋보인 프로그램이다. 초반에는 BJ시스템이 익숙하지 않은 스타들이 자신이 챙겨온 ‘총알’을 우왕좌왕 남발하는 모양새가 강했다. 하지만 ‘쿡방’을 내세운 백종원과 콘텐츠 기획력으로 자리를 꾸준히 지켜온 김구라 등 ‘개국공신’들의 활약으로 점차 ‘고퀄리티 콘텐츠 기획 프로’로 자리 잡았다. 현재는 ‘예능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예능’이라는 전무후무한 포지션을 지닐 만큼 독특한 프로가 됐다.
◇ 후발주자 ‘능력자들’ ‘위대한 탄생’, 아직은 미미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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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능력자들/위대한유산 방송 캡처 |
이후 추석 연휴 때에도 MBC의 ‘파일럿 배양’은 멈추지 않았다. MBC는 추석 연휴에만 자그마치 6개의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이 중 ‘위대한 유산’과 ‘능력자들’이 정규 편성을 확정짓는 성과를 거뒀다.
‘위대한 유산’은 ‘가족형 예능’이 없다는 MBC 예능국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적절한 카드였다. 그간 MBC의 예능 프로그램은 일정한 시청층을 노리는 ‘타겟형’이 많았고, 다양한 시청층이 둘러앉아 함께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세바퀴’ 정도에 그쳤기 때문이다. 이런 사각지대를 줄이고자 MBC는 스타들이 가족과 함께 소통하는 과정을 그린 ‘위대한 유산’을 정규 프로그램으로 채택했다.
‘능력자들’은 파일럿 방영 당시에도 제2의 ‘마리텔’이라고 불릴 만큼 재기발랄함이 돋보이는 프로그램이었다. 아직 다른 방송에서는 다루지 않은 ‘덕후’ 문화를 테마로 삼아 시청자들의 흥미를 이끌었다. SBS의 ‘세상에 이런 일이’ 종류의 프로가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김구라를 비롯한 다양한 패널들이 감각적으로 토크를 이끌고 가 정보성과 예능 요소까지 두루 갖출 수 있게 됐다.
‘위대한 유산’과 ‘능력자들’은 지난 11월 정규 편성 이후 아직 시청률 면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저마다의 특징을 내세워 MBC 예능국의 라인업을 촘촘하게 했다는 점이 눈여겨 볼 만 했다. 지난 추석 연휴 때 거뒀던 시청자들의 호평을 반추했을 때 아직 두 프로그램의 발전 가능성은 남아 있기 때문에 당분간 이들의 행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2회 분의 파일럿 프로그램 ‘빅프렌드’도 기획 의도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향후 정규 편성될 확률을 높였다. 이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을 파일럿 형식으로 시청자에 선보인 후 끊임없이 정규 프로그램으로 유입, 예능 라인업의 활력을 불어넣는 MBC의 ‘파일럿 배양’ 시스템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