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의 열풍이 뜨거운 가운데 주인공들의 나이에 1988년도를 살았던 시청자들은 어떤 장면에 가장 큰 공감을 느낄까.
‘응팔’은 지난 달 6일 첫 방송 이후 매회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늘 흥행했던 ‘응답하라’ 시리즈가 이번에도 통할지, 1988년도가 젊은 시청자들과의 공감을 일으킬지 많은 우려 속에서 출발했지만, ‘응팔’은 시리즈 중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를 하고 있다.
극중 보라(류혜영 분)와 덕선(혜리 분) 자매와 덕선의 친구들 정환(류준열 분), 선우(고경표 분), 택(박보검 분), 동룡(이동휘 분)와 같은 세대들은 ‘응팔’을 보며 감회가 남다를 터. 이에 1988년도에 고등학교 2학년(극중 덕선의 나이)이었던 71년생과 대학생 재학 중이던 68년생 사이의 애청자 10명에 설문조사를 벌여 ‘응팔’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고, 이를 대담 형식으로 정리해봤다.
◇ “덕선이의 수학여행, 나 보고 만든 거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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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요즘 ‘응팔’ 때문에 정말 살 맛 나는 것 같아요. 제가 딱 88년도에 덕선이 나이였거든요. 친구들끼리 ‘응팔’ 본방사수 하면서 문자로 “야, 우리 진짜 저랬는데”하면서 깔깔 거리고 본다니까요. 괜히 친정집에 있는 마이마이(소형 카세트 플레이어, 비슷한 브랜드로 아하가 있었음)도 생각나고요.
B: 마이마이 엄청 났었죠. 요즘 카세트테이프 찾기도 힘든 시대잖아요. 저도 ‘응팔’ 보면서 마이마이가 갑자기 쓰고 싶어지더라고요. 그 때까지만 해도 LP판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닌가요?
C: 레코드판 있었죠. LP 떡볶이집 기억 안 나세요?(웃음) 그 때 그룹 들국화가 한창 인기였잖아요. 들국화 테이프 반 친구들 끼리 돌려듣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말이에요. 덕선이가 수학여행 가는 장면 보셨죠? 저도 그 때 반 친구들끼리 카세트테이프로 듣던 노래들 부르면서 경주 갔었어요.
A: 맞아요. 그 때 수학여행 하면 경주였죠.(웃음) 덕선이가 수학여행 가면서 밀키스 사서 마시잖아요. 그게 정말 저랑 똑같았거든요. 제가 고등학생 때 딱 덕선이처럼 선머슴, 왈가닥이어서 정말 제 학창시절 빼다 박은 느낌이 들어요. 그 수학여행 가는 장면이 전 어쩜 그렇게 감탄스럽게 똑같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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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 밀키스! 그 땐 없어서 못 먹었죠, 정말.(웃음) 연탄 때우는 것도 똑같지 않았나요? 아버지가 추운데 내복차림으로 덜덜 거리면서 연탄 갈러 방밖으로 나가시던 게 기억나요. 곤로는 다들 안 쓰셨어요? 얼마 전에 ‘88년도에 누가 곤로 쓰냐’고 핀잔을 주던 댓글을 봤는데 괜시리 샐쭉해지더라고요. ‘우리 집은 잘만 썼는데?’하고 마음 속으로 투덜거렸다니까요.(웃음)
B: 저희 집도 곤로는 그 이후로도 썼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지방마다, 집안 사정마다 격차가 있어서 곤로를 두고 ‘썼다, 안 썼다’ 의견이 나뉘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평범한 집들은 하나 씩은 곤로를 집에 두고 썼을 거예요. 저도 곤로를 보고 반가운 마음에 어머니께 여쭤봤더니 당시에는 곤로를 많이 썼다고 하시더라고요. 간만에 어머니와 기억 더듬으며 도란도란 이야기 했답니다.
◇ “노래는 추억을 타고”
A: 전 ‘응팔’ 보면서 노래가 그렇게 좋더라고요. 제가 요즘 통기타를 치는데 88년, 90년 이 때 나온 노래들이 아직도 참 좋고 기타를 치기 쉬워서 좋은 것 같아요. 저희 딸이 제가 기타 치고 있으면 “엄마, 이 노래 뭐야?”하고 물어온다니까요. 그런 걸 보면 그 때 노래나 이야기들이 요즘 친구들에게도 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어요.
C: 덕선이가 정환이랑 갔던 이문세 ‘별이 빛나는 밤에’ 특집 콘서트 기억하세요? 저 거기 가려고 새벽부터 길게 줄섰던 기억이 나요. 그 때 이문세 씨나 이선희 씨도 인기 최고였지만 들국화도 참 인기 많았었죠. 덕선이네 반 친구들이 수학여행 버스에서 부른 글랜 메데이로스의 ‘낫띵스 거너 체인지 마이 러브 포 유’(Nothing's gonna change my love for you)도 많이 불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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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전 개인적으로 김승진과 박혜성을 좋아해서.(웃음) 여행스케치 노래도 많이 불렀었죠. TV에서 이문세 노래 나오면 친구들끼리 박수 치며 따라 불렀던 것도 기억이 나네요. 임병수의 ‘아이스크림 사랑’도 많이 불러서 에피소드에 공감도 많이 했어요.
A: 진짜 그 때 이선희 안경 엄청 유행했었잖아요. 이선희 안경에 닭벼슬 머리 ‘착’ 하고 어깨에 뽕이 ‘딱’ 들어간 옷 입고. 그러면 그게 최첨단 패션이었죠.(웃음) 우리 윗세대와 아래 세대는 교복을 입었고, 운 좋게도 딱 저희 때에만 교복을 안 입었잖아요. 참 행운이었죠. 그런 재밌는 패션들도 몸소 다 입어보고.(웃음)
◇ 격동의 88년도, 참 위트있게 녹여냈다
D: ‘응팔’에 보라가 시위하러 가는 장면이 나오죠. 그 때에는 일반인, 대학생 할 것 없이 참 시위 많이 했어요. 그들이 연설하는 걸 저도 서서 듣고는 했죠. 그 땐 시민들의 참여도 많았고, 학생들을 지지해주는 느낌이 있어서 성동일 씨가 데모하는 학생들에게 돈 주던 장면이 참 사실적이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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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저도 선배들 생각 많이 나더라고요. 복학생들이 수업하다가 갑자기 사라진 적도 몇 번 있었고요. 그 땐 참 치열했어요. 보라를 보면서 참 대학 시절이 많이 떠올랐어요.
B: 그 땐 더 심각하고 치열했지만, 그런 민감하고 무거운 사안들을 위트있게, 일상적이게 녹여낸 ‘응팔’의 솜씨에도 감탄하게 돼요. 격동기였던 당시의 상황을 아예 언급하지 않고 넘어갔다면 거리감이 들었을 텐데, 딱 적당하게 그려낸 것 같아서요. 하지만 당시엔 드라마보다는 더욱 심각했답니다.
◇ ‘응팔’ 덕분에 고향 친구들과 송년회 합니다
C: 88년도에 고2였던 제가 그 때 엄마와 아빠 나이가 돼 버린 2015년의 덕선이와 친구들! 그래서 덕선이와 친구들, 우리 이야기만이 아니라 가족 전체의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간만에 ‘응팔’ 덕분에 훈훈한 겨울 보낼 수 있게 됐어요.
B: 전 어머니와 제 아이들과 ‘응팔’ 덕분에 더 많은 이야기 나눌 수 있게 됐어요. 어머니와도 ‘그 때 이야기가 드라마로 나오고 있다, 이런 장면도 나오더라’하면서 통화도 했고요, 제 아이들과 덕선이, 정환이 이야기 하면서 제 첫사랑 이야기도 해주고 그랬답니다.(웃음)
A: 전 친구들과 연락을 더 하게 되더라고요. ‘응팔’에 나오는 덕선이와 친구들, 그리고 그 노래들을 듣고 보면서 참 친구들이 보고 싶어졌어요. 그래서 간만에 고향 친구들에게도 연락해서 연말에 만나기로 했답니다. 사실 우리 나이가 되면 친구들과 시간 내어서 모임 하기 참 힘든데, ‘응팔’ 덕분에 올해에는 간만에 친구들과 송년회 하게 됐답니다. 참 감사한 드라마에요. 여러모로요.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