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당시를 회상하는 그의 얼굴에서 씁쓸함이 느껴졌다. 그는 “솔직히 배우들은 (막장이라는 질타) 연기에 집중하느라 크게 영향을 받거나 하진 않았어요”라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전인화 손창민 등 대선배님들이 워낙 노련하게 현장 분위기를 이끌어주시고 띄워주셨기 때문에 서로 똘똘 뭉쳐서 각자의 고민이 있더라도 촬영장만 오면 다 잊고 화기애애하게 지냈거든요. 오히려 작가님이 너무 큰 상처를 받으신 것 같아요. 작품 초반만 해도 이런 저런 연기 조언도 해주시고 연락도 자주 했는데 어느새 많은 질타가 쏟아진 이후부터는 아무 말씀도 없으시더군요.”
잠시 생각에 빠진 듯하다, 다시 “이런 저런 고민과 답답함에 작가님에게 직접 조언을 구할까도 고민했지만 그조차 받아들이기 힘드실 정도로 위축되신 것 같아 마음이 내내 불편했어요”라고 이야기를 했다.
“드라마 끝나고 작가님과 회식 자리를 가졌는데 눈물을 글썽이셨어요. ‘좋은 배우들이 나 때문에 너무 고생했다’고 말씀하시면서. 필력을 보면 굉장히 강한 분이실 것 같은데 실제 만나보니 여리 여리하고 눈물도 많은 천상 여자시니 안타까울 수밖에요. 마음고생이 정말 그 누구보다 심하셨던 것 같아요. 많은 배우들이 작가님의 상심하신 모습에 함께 마음 아파했어요. 정말 많이 고생하셨습니다.”
“기본적으로 선배님들이 모두 호탕하신 편이에요. 배우들이 모이면 현장이 정말 시끌벅적해 감독님이 제재할 정도였다니까요? 하하! 젊은 배우들이 저마다의 고민으로 쳐질 때면 선배님들이 귀친처럼 알고 강렬하게 이끌어주셨어요. 전인화 선배님은 친아들한테나 할법한 조언들을 제게 해주셨고요. 어떤 여자를 만나야 하고, 제테크는 어떻게 하고, 차는 언제쯤 바꿔야 하는 지까지…진짜 엄마 같았고 가족 같았어요
기자가 “그래서 백진희씨와도 열애설이 날 정도로 친하게 지내신 건가요?”라고 장난스럽게 물으니 그가 호탕하게 웃었다. 이어 “솔직히 열애설이 난 뒤 진희와 어색해 질 줄 알았는데…”라며 머뭇거렸다.
-③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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